가을의문턱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워할 필요 없다 통도사, 깊은 암자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웅전 가까이를 천천히 돌며 몇 곳에 인사를 하고, 한 곳에는 잠시 앉아 있었다.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도 붐빈다는 느낌은 없었다. 절에서는 종종 그렇다. 사람이 많아도, 적어도. 오래된 전각과 나무, 돌과 마당 사이에 들어서면 사람의 존재는 조금 작아진다. 누가 조용히 하라 이른 것도 아닌데 목소리는 낮아지고 걸음은 느려진다. 그것을 경건함이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안에서는 내가 가지고 들어간 것들이 잠시 제 크기를 잃는다. 오늘 해야 할 일도, 누가 무슨 말을 했다는 것도, 마음 한쪽에 걸려 있던 사람도 바깥에서만큼 크지는 않았다. 절이 무엇을 준 것이라기보다, 내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조금 내놓게 한 쪽이랄까. 날은 좋았다. 볕에는 아직 여름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