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앞으로 가는 방식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대단하지 않다. 해야 할 것들을 적는다. 어제 넘어온 것, 오늘 끝내야 할 것, 아직 결정을 기다리는 것, 누군가에게 확인해야 할 것. 적는 순간,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일이 바깥으로 나온다. 눈앞에 놓이면 일의 표정이 달라진다. 급해 보였던 것이 사실은 기다려도 되는 것일 때가 있고, 조용히 밀려 있던 한 줄이 하루 전체를 붙잡고 있을 때도 있다. 바쁜 일만 보다 보면 빠진 일을 놓친다. 메모는 기억을 돕는 도구라기보다, 생각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장치에 가깝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곧바로 결과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방향이 있어도 모양이 없으면 흩어지고, 모양이 있어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문서로 남는다. 생각을 문장으로, 문장을 자료로, 자료를 일정으로, 일정을 사람의 ..
당연한 것이 무너지는 순간
오늘 아침, 한 남자가 전쟁의 경과를 보고했다. 핵심 전략 목표가 거의 완수되었다고 했다. 해군은 소멸되었고, 미사일 생산 능력은 파괴되었으며, 곧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 직전에 그는 휴전을 거부했다. 상대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있는 중에 휴전은 하지 않는다, 는 것이 이유였다. 그 문장은 논리적으로 완결되어 있었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전쟁은 항상 설명과 함께 온다. 역사적 맥락, 안보 논리, 동맹 구조, 에너지 이권. 설명이 정교할수록 죽음은 점점 더 납득 가능한 것처럼 다루어진다. 그 납득의 과정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일이다. 작전명이 붙고, 목표가 번호를 달고, 진척률이 백분율로 환산되는 순간, 전쟁은 프로젝트가 된다. 프로젝트에는 비극이 없다. 지연과 초과 비용만 있을 뿐이다. 나는 전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