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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깎아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대표팀이 돌아오던 날, 공항에는 사람을 맞으러 나온 이보다 사람을 밀어내려는 말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졌으니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감독은 약자가 아니다. 연봉도 권한도 그에게 있었다. 가진 만큼 책임도 그의 몫이다. 다만 한 경기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대회 전체를 지나며 드러난 준비, 판단, 반복된 실패를 묻자는 것이다. 그런데 화면을 떠도는 말들은 자꾸 다른 쪽으로 갔다. 나가라. 다시는 오지 마라. 출입 금지. 솔직히 첫 짤에는 나도 웃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같은 얼굴이 같은 방식으로 계속 깎이고 있었다. 비판이라면 한 번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멈추지 않자, 비판처럼 보이던 것이 다른 무엇으로 바뀌어 있었다. 웃지 못하면서도 화면을 끄지 못한 그 시간이, 처음의 웃음보다 더 마음..
상자 앞에 선 사람들 〈상자 속의 양〉을 보고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고글을 낀 채 죽은 가족을 만나는 사람을 보았다. 화면 속 그는 허공에 손을 뻗고 있었다. 오래 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렸다. 보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 마음을 영상과 목소리로 다시 불러 세우는 일이 어딘가 폭력처럼 느껴졌다. 죽은 사람을 두 번 데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상자 속의 양〉 앞에서 잠깐 망설였다. 죽은 아이를 AI로 되살린다는 영화. 또 그 고글 같은 이야기일까. 그래도 극장에 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니까. 이 사람은 AI를 찍어도 결국 가족을 찍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통해 가족을 보고, 가족을 통해 그 가족이 놓인 사회를 보는 사람. 맞았다. 그런데 내가 틀린 것도 있었다. 영화는 드론이 상자를 배달하며 시작한다. 하늘에서 상자가 내려온다. 7살 아들을 ..
북극항로열린포럼 · ICIE · VERTEX, 한·러 북극항로 민간산업협력 MOU 체결 □ 북극항로열린포럼 · ICIE · VERTEX, 한·러 북극항로 민간산업협력 MOU 체결실질적 네트워크 구축 위한 첫발.운송·물류·산업 교류 기반 마련. 북극항로열린포럼은 2026년 6월 21일 오후 7시 부산 크라운호텔에서 국제산업기업가회의(ICIE), VERTEX Co., Ltd.와 북극항로 운송·물류 협력 및 한·러 민간산업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에는 우세진 북극항로열린포럼 대표, Evgeny A. Rusetskiy ICIE 부대표, 김성태 VERTEX Co., Ltd. 대표가 참여했다. 이번 협약은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한 한·러 간 민간 협력의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 기관은 북극항로의 활용 가능성..
제주, 혼자 제주는 혼자 온 사람을 잘 숨겨준다.그렇다고 위로하지는 않는다. 도착해 처음 들어간 커피숍, 창가 자리였다. 햇빛이 테이블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커피 잔 옆에 그림자가 하나 생겼다. 충전기를 꽂아두고서야 자리에 제대로 앉았다. 왜 여기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혼자 간다는 건 목적지보다 함께 가는 사람이 먼저 떠오르던 그 습관을 부수는 일이다. 어쩌면 장면의 소유권을 되찾는 일에 가까운.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를 만났다. 내게 탈출 같은 시간이 그에겐 그냥 사는 곳이라는 사실. 그 간격이 묘하게 편안했다. 친구가 하는 술집에 들어서자 레트로한 조명이 낮게 깔려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어깨가 먼저 내려앉는 그런 공간이었다. 술이 한 잔씩 쌓이는 동안, 한 번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부끄럽지 ..
일이 앞으로 가는 방식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대단하지 않다. 해야 할 것들을 적는다. 어제 넘어온 것, 오늘 끝내야 할 것, 아직 결정을 기다리는 것, 누군가에게 확인해야 할 것. 적는 순간,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일이 바깥으로 나온다. 눈앞에 놓이면 일의 표정이 달라진다. 급해 보였던 것이 사실은 기다려도 되는 것일 때가 있고, 조용히 밀려 있던 한 줄이 하루 전체를 붙잡고 있을 때도 있다. 바쁜 일만 보다 보면 빠진 일을 놓친다. 메모는 기억을 돕는 도구라기보다, 생각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장치에 가깝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곧바로 결과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방향이 있어도 모양이 없으면 흩어지고, 모양이 있어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문서로 남는다. 생각을 문장으로, 문장을 자료로, 자료를 일정으로, 일정을 사람의 ..
멸종위기사랑 인간은 원래 떠돌던 종이었다. 계절을 따라, 먹이를 따라. 오래 머무르면 죽었다.그 인간을 멈춰 세운 건 불이었다.불이 생긴 뒤, 인간은 밤에도 한 장소에 남았다. 어두워지면 돌아왔고, 작은 불 주변으로 모여 앉았다. 거기서 기다림이 생겼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 돌아온 얼굴을 보고 안도하는 감각.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돌아오고, 같은 얼굴을 반복해서 보기 위해 한 장소에 머무는 것. 어쩌면 사랑은 그때 시작된 본능이지 않을까. 멸종위기사랑을 들으며 이상하게 그 장면이 보였다. 노래는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자꾸 인간의 오래된 밤이 떠올랐다.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다고.그 순간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 자원처럼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단 하나만 주어진 불씨. 잘못..
출정식 비는 새벽부터 내리고 있었다.젖은 도로 위로 가장 먼저 지나간 건 출근 버스보다 유세차였다. 아직 상가 셔터도 다 올라가기 전인데 스피커에서는 이미 선거송이 흘러나왔다. 교차로를 돌 때마다 기호 다른 번호의 차량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비옷 입은 사람들이 음악 박자에 맞춰 팔을 흔들었다. 하나같이 귀에 남는 멜로디였다. 한 번 들으면 하루 종일 머릿속 어딘가를 맴돌 것 같은, 이른바 수능금지곡 같은 리듬. 비 오는 아침인데도 사람 몸을 먼저 움직이게 만드는 종류의 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가, 잠깐 웃음이 났다. 오늘부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흔히 이 날을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캠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시작이라기보다 준비가 끝나는 날에 가깝다. 지금까지는 설계하고 정..
아버지 임종실에는 창도 티비도 시간도 없었다. 대신 숫자가 있었다. 심박수, 산소포화도, MAP, RR. 모니터는 쉬지 않고 사람의 상태를 숫자로 번역했다. 삐, 삐, 삐. 1분에 한 번씩 울리는 경고음은 병실의 공기가 아니라 신경을 흔들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눈을 감아도 들렸다. 사람은 소리에 이렇게 갇힐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계속 모니터를 봤다. 아버지를 한번 보고, 숫자를 한번 보고, 다시 아버지를 봤다. 기계는 계속 숫자를 말하는데, 그 아래에는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는 젊을 때 SK 섬유공장 관리직이었다. 그 시절 공장 기계는 대부분 일본제였고, 출장도 조립도 아버지가 맡았다고 했다. 일본에서 부품이 오면 혼자 분해하고 다시 조립했다. 머리가 좋고 손재주가 좋았다. 내 유치원 행사 무대 글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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