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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한국을 바라보는 계산 「북극에서 울산까지」 러시아에게 북극은 낭만적인 얼음의 세계가 아니다. 그곳은 러시아 경제의 미래가 걸린 자원의 공간이다. 러시아 북극 전략에 따르면 자국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이 북극권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야말(Yamal)과 같은 LNG 프로젝트 역시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북극은 러시아에게 새로운 변방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중심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자원만으로 경제가 움직이지는 않는다. 자원에는 언제나 두 번째 질문이 따라붙는다. 어디로 팔 것인가. 오랫동안 러시아 에너지의 가장 큰 시장은 유럽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 제재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유럽은 더 이상 안정적인 시장이 아니며, 러시아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의 에너지 전략은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고 있다. 유럽..
이역만리에서 온 영화 한 편 「은교」 멀리서 영화 한 편을 보내왔다. 이역만리, 중국에서. 메시지는 짧았다."혹시 영화 은교 보셨나요?"안 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말."혹시 괜찮으면 한번 봐봐요."〈은교〉를 아무한테나 편하게 권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봤다. 혼자, 밤에. 억누르고 있지만 사라지지 않는 감정. 가져선 안 될 것 같지만 자꾸 손이 가는 마음. 그게 이 영화라는 걸 보내준 사람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천천히 시작된다.일흔 살의 시인 이적요. 그의 마당에 어느 날 열일곱 소녀 은교가 들어온다. 담을 넘다가, 그냥 우연히. 아무 의도 없이. 그런데 이적요에게 그 우연은 오래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깨우는 소리였다.그는 은교를 바라본다. 오래, 너무 오래. 그리고 시를 쓴다.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
북극항로(NSR) 울산 거점항 조성 논의 본격화 ICIE–북극항로 열린포럼 MOU 체결 및 국제 컨퍼런스 개최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11140 "울산을 북극항로의 거점항으로" 러시아 기업연합과 국제회의 한다북극항로 열린포럼은 2일 "울산을 북극항로의 전략적 거점항으로 육성하는 국제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 국제기업연합(ICIE)과의 협약 체결 및 국제 컨퍼런스(대규모 회의)를 4일 개최www.ohmynews.com https://mobile.newsis.com/view_amp.html?ar_id=NISX20260304_0003535132 북극항로 울산 거점항 조성 논의 본격화ICIE·북극항로 열린포럼 MOU 체결·국제 컨퍼런스 개최mobile.newsis.com □ 북극항로(NSR) 울산 거점항 조성 논의 본격화I..
종이 위의 북극에서, 현실의 항로로 북극은 오랫동안 교과서나 지도 속에서만 만나는 공간이었다.옅은 색으로 표시된 바다와 단순한 선 몇 개.이누이트와 이글루 같은 이미지가 차라리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고,산타가 코카콜라를 마실 것 같은 곳이라는 인상이 먼저 떠오르던,어딘가 이야기 속에 가까운 장소였다. 북극항로라는 말을 함께 놓고 바라보기 전까지는 그랬다.해빙 속도, 운항 가능 기간, 물류 거리, 온난화 같은 설명을문장과 숫자로 하나씩 접하다 보면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다.“어? 이거 되겠는데?” 하는 현실감이 스치고,이내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따라온다. 지구는 둥글다. 북쪽을 가로질러 가면 거리는 짧아진다.단순한 원리다.하지만 곧 다른 질문들이 이어진다.얼음은 어떻게 넘을 것인가.러시아와의 협력은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가.허브가 될 항..
우리는 자라지만, 달라지지는 않는다 국민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참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다. 착한 아이, 약삭빠른 아이, 괜히 큰소리만 치던 아이,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던 아이, 앞과 뒤가 달랐던 아이. 그때는 그저 철없는 시절의 모습이라 여겼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면 다들 비슷해질 거라고, 자연스럽게 성숙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묘한 기시감이 반복된다. 모두가 사회적 역할과 이해관계를 지닌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조금만 시간을 두고 보면 어린 시절 교실에서 보았던 그 모습들이 형태만 바뀐 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앞에 나서던 아이는 여전히 중심에 서는 자리를 찾고, 눈치를 보던 아이는 여전히 상황을 재며 움직..
투표장을 향하는 얼굴 투표를 안 하는 사람에게 왜 안 가냐고 물으면 대답은 대개 같다.어차피 다 똑같아. 이 말은 귀찮다는 뜻이 아니다.여러 번 기대했다가, 여러 번 실망했고, 그래서 더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리한 뒤에 나오는 말이다.무관심이 아니라 정리다. 마음을 접은 상태.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예 가지 않는다.가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는 느낌이 이미 몸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아니라, 가본 사람에게서 더 자주 나오는 태도다. 반대로 투표장까지 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대단한 결심을 한 표정이 아니다.장 보러 나온 사람처럼, 그날 해야 할 일을 하러 온 얼굴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전혀 다른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는 마음이 걸려서 간다.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놔두면 내가..
태블릿 앞에 선 사장님 배달앱이 없던 시절, 동네 식당 계산대 옆에는 그냥 전화기가 놓여 있었다.그 전화는 주문을 받고, 배달을 부르고, 가끔은 단골과 수다를 나누는 창구였다.삐걱거리는 수화기 너머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사장님은 새벽에 시장에 나가 재료를 사고, 낮에는 불 앞에 서 있었고, 밤에는 정산을 했다.고단했지만 분명한 것이 있었다. 그 장사는 자기 손 안에 있었다.손님도, 배달도, 계산도, 책임도 모두 자신의 몫이었다. 지금 계산대에는 전화기 대신 태블릿이 놓여 있다.알림음이 끊임없이 울린다. 주문은 많아졌다.그러나 사장님의 표정은 예전보다 가볍지 않다. 매출은 늘었는데 손에 남는 돈은 비슷하거나 줄었다고 한다.재료비와 인건비는 그대로인데, 매출의 상당 부분이 자동으로 가게 밖으로 빠져나간다.중개수수료, 결제수수..
나의 메모리 카드 집중하다 보면 문득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는 때가 있다. 생각이 안 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집어넣을 자리가 없어서 생기는 과부하에 가깝다. 아이디어는 문밖에서 서성거리는데, 머릿속엔 '메모리 부족'이라는 무심한 경고등만 반복해서 뜨는 요즘이다. 이 감각의 시작은 의외로 아주 조용했다.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마주친 사진 몇 장. 이미 지워진 줄 알았던 그 장면들을 곁에 있는 이가 조용히 꺼내 보여주었다. 오래전 함께 보냈던 시간들. 그때는 모든 게 새로워서 더 날카롭게 설렜던 순간들이다. 사진은 낡았는데 그걸 바라보는 마음은 이상할 만큼 생생했다. 요즘처럼 설렐 일이 드문 시기라 그런지, 그 찰나의 장면이 생각보다 깊은 자국을 남겼다. 그 설렘이 나를 과거 쪽으로 슬쩍 밀어냈다.아주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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