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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일탈, 오후 5시 34분 토요일 오후, 하던 일을 셀프 마감하고 잠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런데 문득 엉뚱한 생각 하나가 들었다. 차에 기름이 얼마나 있지? 그 생각이 왜 거제로 이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거제였다. 늘 메고 다니는 가방에 옷 한 벌을 넣었다. 오후 5시 34분, 집을 나섰다. 거제로 가는 건 정했지만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않았다. 도착하면 늦은 저녁일 테니 그 지역 음식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고현시장을 목적지로 잡았다. 그렇게 별 준비 없이 시작한 길인데 거제로 들어가는 과정부터 새로웠다. 다리를 건너고 바다 밑을 지나 다시 다리와 터널을 만났다. 거가대로의 가덕해저터널은 바다 밑 암반을 뚫은 것이 아니라 육상에서 만든 구조물을 바닷속에 가라앉혀 연결한 침매터널이다. 알고 나면 지나온 길이 조금 달리 느껴..
했음, 안 했음 사흘 동안 노트북을 열지 않았다. 금요일에도, 토요일에도 열지 않았다. 일요일이 지나도록 노트북은 책상 위에 접힌 채였다. 핸드폰 속 체크리스트의 날짜도 며칠 전에서 멈춰 있었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누군가는 한 달을 그렇게 보내고도 잘 산다. 다만 나는 노트북을 열어야 하루가 시작되는 쪽이다. 전원을 켜는 일은 일을 시작한다는 뜻이면서, 세상에 접속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몇 달 동안 정신없이 움직였다. 사람을 만나고, 전화를 받고, 쓰고, 정리했다. 큰일 하나를 끝내면 작은 일들이 줄을 섰다. 하나를 마치면 다음 일이 이미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첫날은 쉬었다고 생각했다. 둘째 날에는 오늘까지 해야 할 일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없지는 않았다. 다만 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더 빨리 떠올랐다. 셋째 날..
말이 증거가 되는 관계 언어의 민감함은 장마 전의 날씨를 닮았다. 아직 아무것도 내리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안다. 공기가 무거워지고, 셔츠가 등에 붙고, 사람들은 저마다 하늘을 한 번씩 올려다본다. 어떤 관계에서 나는 그 날씨를 먼저 감지하는 사람이었다. 농담 하나, 늦은 답장 하나, 말끝에 붙은 조사 하나에서 습기를 읽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불쾌한, 그런 계절이 관계 안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처음의 길은 곧았다. 넓지 않아도 충분했고 빠르지 않아도 닿았다. 그 길이 어느 해부터 포장을 잃었다. 자갈이 생기고, 굽이가 생기고, 나중에는 산길이 되었다. 길이 험해진 것인지 내 걸음이 조심스러워진 것인지 지금도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그때부터 나는 말을 오래 만지기 시작했다. 이 말은 건너도 되는가. 이 침묵은..
그렇게 깎아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대표팀이 돌아오던 날, 공항에는 사람을 맞으러 나온 이보다 사람을 밀어내려는 말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졌으니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감독은 약자가 아니다. 연봉도 권한도 그에게 있었다. 가진 만큼 책임도 그의 몫이다. 다만 한 경기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대회 전체를 지나며 드러난 준비, 판단, 반복된 실패를 묻자는 것이다. 그런데 화면을 떠도는 말들은 자꾸 다른 쪽으로 갔다. 나가라. 다시는 오지 마라. 출입 금지. 솔직히 첫 짤에는 나도 웃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같은 얼굴이 같은 방식으로 계속 깎이고 있었다. 비판이라면 한 번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멈추지 않자, 비판처럼 보이던 것이 다른 무엇으로 바뀌어 있었다. 웃지 못하면서도 화면을 끄지 못한 그 시간이, 처음의 웃음보다 더 마음..
상자 앞에 선 사람들 〈상자 속의 양〉을 보고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고글을 낀 채 죽은 가족을 만나는 사람을 보았다. 화면 속 그는 허공에 손을 뻗고 있었다. 오래 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렸다. 보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 마음을 영상과 목소리로 다시 불러 세우는 일이 어딘가 폭력처럼 느껴졌다. 죽은 사람을 두 번 데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상자 속의 양〉 앞에서 잠깐 망설였다. 죽은 아이를 AI로 되살린다는 영화. 또 그 고글 같은 이야기일까. 그래도 극장에 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니까. 이 사람은 AI를 찍어도 결국 가족을 찍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통해 가족을 보고, 가족을 통해 그 가족이 놓인 사회를 보는 사람. 맞았다. 그런데 내가 틀린 것도 있었다. 영화는 드론이 상자를 배달하며 시작한다. 하늘에서 상자가 내려온다. 7살 아들을 ..
북극항로열린포럼 · ICIE · VERTEX, 한·러 북극항로 민간산업협력 MOU 체결 □ 북극항로열린포럼 · ICIE · VERTEX, 한·러 북극항로 민간산업협력 MOU 체결실질적 네트워크 구축 위한 첫발.운송·물류·산업 교류 기반 마련. 북극항로열린포럼은 2026년 6월 21일 오후 7시 부산 크라운호텔에서 국제산업기업가회의(ICIE), VERTEX Co., Ltd.와 북극항로 운송·물류 협력 및 한·러 민간산업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에는 우세진 북극항로열린포럼 대표, Evgeny A. Rusetskiy ICIE 부대표, 김성태 VERTEX Co., Ltd. 대표가 참여했다. 이번 협약은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한 한·러 간 민간 협력의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 기관은 북극항로의 활용 가능성..
제주, 혼자 제주는 혼자 온 사람을 잘 숨겨준다.그렇다고 위로하지는 않는다. 도착해 처음 들어간 커피숍, 창가 자리였다. 햇빛이 테이블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커피 잔 옆에 그림자가 하나 생겼다. 충전기를 꽂아두고서야 자리에 제대로 앉았다. 왜 여기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혼자 간다는 건 목적지보다 함께 가는 사람이 먼저 떠오르던 그 습관을 부수는 일이다. 어쩌면 장면의 소유권을 되찾는 일에 가까운.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를 만났다. 내게 탈출 같은 시간이 그에겐 그냥 사는 곳이라는 사실. 그 간격이 묘하게 편안했다. 친구가 하는 술집에 들어서자 레트로한 조명이 낮게 깔려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어깨가 먼저 내려앉는 그런 공간이었다. 술이 한 잔씩 쌓이는 동안, 한 번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부끄럽지 ..
일이 앞으로 가는 방식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대단하지 않다. 해야 할 것들을 적는다. 어제 넘어온 것, 오늘 끝내야 할 것, 아직 결정을 기다리는 것, 누군가에게 확인해야 할 것. 적는 순간,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일이 바깥으로 나온다. 눈앞에 놓이면 일의 표정이 달라진다. 급해 보였던 것이 사실은 기다려도 되는 것일 때가 있고, 조용히 밀려 있던 한 줄이 하루 전체를 붙잡고 있을 때도 있다. 바쁜 일만 보다 보면 빠진 일을 놓친다. 메모는 기억을 돕는 도구라기보다, 생각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장치에 가깝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곧바로 결과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방향이 있어도 모양이 없으면 흩어지고, 모양이 있어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문서로 남는다. 생각을 문장으로, 문장을 자료로, 자료를 일정으로, 일정을 사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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