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2) 썸네일형 리스트형 작은 저항 그 노래를 들으려고 가볍게 입고 나갔다. 앞으로 가는 몸에 공기가 부딪혔다. 걷는 만큼 바람이 밀려왔다. 내가 앞으로 가고 있어서 생기는 작은 저항. 그 안에서 공기의 질감이 느껴졌다. 막 시작됐는데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 같은 공기였다. 고개를 내려 걷는 나를 한번 봤다. 발이 나가고,다리가 움직이고,윗옷의 여분은 바람에 뒤로 밀렸다. 괜히 배에도 한번 힘을 줘봤다. 내 귀에는 발소리가 쿵쿵 들렸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제법 사뿐사뿐, 날렵하게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연인과 가족, 반려견과 나온 사람들이 어둑한 길을 지나갔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스쳐가고,나는 그냥 앞으로 가면 됐다. 귀에는 한 곡을 반복해 틀어두었다.사람은 눈물을 보이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다는. 같은 노.. 미워할 필요 없다 통도사, 깊은 암자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웅전 가까이를 천천히 돌며 몇 곳에 인사를 하고, 한 곳에는 잠시 앉아 있었다.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도 붐빈다는 느낌은 없었다. 절에서는 종종 그렇다. 사람이 많아도, 적어도. 오래된 전각과 나무, 돌과 마당 사이에 들어서면 사람의 존재는 조금 작아진다. 누가 조용히 하라 이른 것도 아닌데 목소리는 낮아지고 걸음은 느려진다. 그것을 경건함이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안에서는 내가 가지고 들어간 것들이 잠시 제 크기를 잃는다. 오늘 해야 할 일도, 누가 무슨 말을 했다는 것도, 마음 한쪽에 걸려 있던 사람도 바깥에서만큼 크지는 않았다. 절이 무엇을 준 것이라기보다, 내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조금 내놓게 한 쪽이랄까. 날은 좋았다. 볕에는 아직 여름이.. 북극항로열린포럼, 러시아 로스콩그레스재단과 협력협정 체결 《한·러 북극항로 협력, ICIE 이어 러시아 국가급 국제경제행사 운영기관까지 공식 협력망 확대우세진 대표, 9월 1일 블라디보스토크서 서명, 동방경제포럼(EEF) 발표 앞두고 한·러 협력 기반 넓혀》 사단법인 북극항로열린포럼 우세진 대표(울산과학대학교 교수)가 러시아 로스콩그레스재단(Roscongress Foundation)과 협력협정(Cooperation Agreement)을 체결하며 한·러 북극항로 협력의 외연을 넓혔다. 협정은 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막한 제11회 동방경제포럼(Eastern Economic Forum·EEF) 현장에서 체결됐다. 북극항로열린포럼 우세진 대표와 로스콩그레스재단 Gregory Velikikh 부회장이 양 기관을 대표해 협정서에 서명했다. 로스콩그레스재단은 동.. 가까운 타지, 경주 경주는 가깝다. 너무 가까워서 여행을 준비한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울산에서 차로 북쪽을 향하면 그만이다. 벚꽃이 피면 가고, 보문에서 밥을 먹고, 황리단길을 걷는다. 마음만 먹으면 불국사와 석굴암도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다. 그렇게 가까이 두고 살아도, 경주를 '천 년 가까이 한 나라의 수도였던 도시'로 여기며 간 적은 많지 않다. 경주는 경상북도다. 울산은 광역시이고 경주는 경북이다. 붙어 있어도 뉴스가 다르고 행정이 다르고 정치가 다르다. 멀지 않지만 우리 지역은 아니다. 내게 경주는 오랫동안 그런 곳이었다. 가까운 타지. 그런데 신라 시대로 들어가면 지금의 경계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당시 중심은 경주였다. 왕이 있었고 궁궐이 있었고 큰 절이 들어섰다. 지금의 울산은 그 왕경이 바다와 만나는.. 살아갈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은 종종 전문가를 찾아간다. 상담을 받고, 강연을 듣고, 책을 읽는다. 평소에는 남의 말을 대충 흘려듣던 사람도 그런 자리에서는 조용해진다. 고개를 끄덕이고 메모를 한다. 마음에 걸린 문장은 핸드폰에 남긴다. 강연이 끝날 무렵이면 얼굴도 조금 달라진다. 오래 막혀 있던 곳이 하나쯤 뚫린 듯한 얼굴이다. 며칠 뒤 다시 만나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같은 사람과 같은 이유로 다투고, 같은 방식으로 일을 미루고, 비슷한 말을 반복한다. 그렇다고 그날의 감동이 거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순간 움직인 마음이 삶으로 곧바로 따라가는 것이 아닐 뿐. 사람은 마음이 움직였다고 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곧장 바꾸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지금의 삶을 계속 살아낼 수 있도록 마음의 자리를 조금씩 옮긴다. 상담이.. 그런 아침 삼일째 비가 온다. 잠들기 전에도 들었고, 새벽에 눈을 떴을 때도 들었다. 밤을 건너온 소리다. 오래 기다린 비라 창밖을 보지 않아도 좋다. 이틀 동안 나를 붙잡고 흔들던 두통이 조금 물러났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고, 어제까지 머리 한쪽을 제 것처럼 차지하고 있던 것이 조금 뒤로 갔다. 비가 오고, 머리는 덜 아프고, 어딘가 논은 젖고 있을 것이다. 비를 기다린 건 나였는데 막상 비가 오니 먼저 떠오르는 건 땅이다. 별 관계도 없는 것들이 한꺼번에 괜찮아진 아침이다. 이상하게 조건이 갖춰졌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조건인지는 모르겠다.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를 떠나기로 한 것도 아니고, 오래 미뤄둔 일을 시작해야 하는 날도 아니다. 드래곤볼이라도 모으듯 필요한 것들이 하나씩 다 모인 느낌이다... 판본 참 몹쓸 음악이다. 밤 열두 시가 다 되어 간다. 하루가 끝나고 내일이 시작되기 직전, 겨우 일에서 풀려나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피커에서 노래 하나가 흘러나온다. 들었는지 봤는지도 모르게 어느새 흥얼거리던 멜로디인데, 언제 어디서 주웠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입은 알고 있다. 마음이 먼저 안다. 솔직히 이런 음악이 가끔은 얄밉다.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그 감성에 홀딱 빠지는 것도 좋아하는 주제에, 이걸로 먹고사는 것들이 야속하달까. 그동안 나는 꽤 많이 달라졌는데 노래는 그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으니 말이다. 환경도 바뀌고, 상황도 바뀌고, 마음먹은 것까지 다 바뀌었는데, 몇 소절이면 나를 그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그때의 나로, 그때의 표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 여름을 함께 보내는 법 사랑스러운 예삐가 왔다. 좋은 일로 온 것은 아니다. 지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예삐는 그분이 이뻐하던 강아지다. 장례를 치르는 며칠 동안 예삐는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누군가는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고, 예삐는 이유도 모른 채 잠시 다른 집으로 왔다. 첫날 밤, 예삐는 어떻게든 내 몸 한 군데를 붙이고 자려 했다. 발끝에 닿아 있다가 다리 쪽으로 올라오고, 밀어 놓으면 또 슬금슬금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예삐는 침대 한가운데 세상 편하게 자고 있었고, 나는 알파벳 S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나는 남의 집 개 이름을 잘 바꾼다. 며칠만 같이 있으면 어느새 내가 부르는 다른 이름이 생긴다.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예삐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도 모른다. 손을 흔들고, 엄지를 세우고, ..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