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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결혼 이야기〉 — 사랑이 형태를 바꾸는 과정 https://www.youtube.com/watch?v=TW8IaLXvOgk&list=RDTW8IaLXvOgk&start_radio=1 AI가 권했다.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 2019년작. 봄비인지 아닌지, 창에 얇게 붙었다 사라지는 비가 온다. 환절기라 인후염 약을 먹고 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영화는 두 개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찰리는 니콜이 가위 한 자루로 온 가족의 머리를 잘라내는 재주를, 남들이 민망해할 일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을, 누가 말할 때 때로는 지나치게 오래 들어주는 버릇을 말한다. 니콜은 찰리가 영화를 보다 쉽게 운다는 것, 남의 얼굴에 음식이 묻었을 때 상대가 민망하지 않도록 알려주는 방식, 옷을 잘 입는다는 것, 주변 사람들로 새로운 가족을 빚어내는 재주를 말한다..
. 4.16이다. 또, 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나도 그렇다. 세상은 그새 여러 번 무너지고 쌓였고, 사람들은 바쁘게 슬퍼하고 바쁘게 잊었다. 나도 한 번 그 말 속으로 들어가 봤으니까. 그런데 못 넘어간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설명할 수 있으면 진작 넘어갔을 것이다. 화면이 있었다. 반복해서 재생되는 장면들. 나는 그것들을 편집했다. 지하 사무실에서, 혼자, 보고 또 보면서. 영상은 잘려야 했고 나는 계속 잘랐다.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 몰랐다. 편집이란 원래 끝이 없다. 그냥 어느 날 그만두는 게 끝이다. 기억도 그런 것 같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 이름 앞에서 멈출 것이다. 멈추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채로.
당연한 것이 무너지는 순간 오늘 아침, 한 남자가 전쟁의 경과를 보고했다. 핵심 전략 목표가 거의 완수되었다고 했다. 해군은 소멸되었고, 미사일 생산 능력은 파괴되었으며, 곧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 직전에 그는 휴전을 거부했다. 상대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있는 중에 휴전은 하지 않는다, 는 것이 이유였다. 그 문장은 논리적으로 완결되어 있었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전쟁은 항상 설명과 함께 온다. 역사적 맥락, 안보 논리, 동맹 구조, 에너지 이권. 설명이 정교할수록 죽음은 점점 더 납득 가능한 것처럼 다루어진다. 그 납득의 과정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일이다. 작전명이 붙고, 목표가 번호를 달고, 진척률이 백분율로 환산되는 순간, 전쟁은 프로젝트가 된다. 프로젝트에는 비극이 없다. 지연과 초과 비용만 있을 뿐이다. 나는 전쟁을..
몽글몽글, 그냥 사람 얘기 남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그 옛날 사랑의 스튜디오부터 돌싱, 이제는 부모님까지 함께 나오는 합숙 연애 프로그램까지 있을 정도다. 허용된 관음과 뒷담화는 은근한 우울감과 결속을 강화해 도파민을 배출시킨다.그래서 이효리의 몽글상담소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다소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마치 빈곤 포르노처럼 약자에게서 어떤 도파민을 탈취하려고 하는지.내가 틀렸다. 몽글상담소는 다르다.이건 도파민이 아니라 온도다. 따뜻한 데 오래 앉아있으면 일어나기 싫은 것처럼, 자극이 아니라 온기가 우리를 붙잡는다.그 온기가 어디서 오는지 처음엔 몰랐다. 발달장애인이 화면에 등장한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말아톤〉이 있었고, 〈굿닥터〉가 있었다. 근데 그 자리엔 늘 보호자가 옆에 있었거나, 천재적인 능력이..
러시아가 한국을 바라보는 계산 「북극에서 울산까지」 러시아에게 북극은 낭만적인 얼음의 세계가 아니다. 그곳은 러시아 경제의 미래가 걸린 자원의 공간이다. 러시아 북극 전략에 따르면 자국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이 북극권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야말(Yamal)과 같은 LNG 프로젝트 역시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북극은 러시아에게 새로운 변방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중심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자원만으로 경제가 움직이지는 않는다. 자원에는 언제나 두 번째 질문이 따라붙는다. 어디로 팔 것인가. 오랫동안 러시아 에너지의 가장 큰 시장은 유럽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 제재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유럽은 더 이상 안정적인 시장이 아니며, 러시아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의 에너지 전략은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고 있다. 유럽..
이역만리에서 온 영화 한 편 「은교」 멀리서 영화 한 편을 보내왔다. 이역만리, 중국에서. 메시지는 짧았다."혹시 영화 은교 보셨나요?"안 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말."혹시 괜찮으면 한번 봐봐요."〈은교〉를 아무한테나 편하게 권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봤다. 혼자, 밤에. 억누르고 있지만 사라지지 않는 감정. 가져선 안 될 것 같지만 자꾸 손이 가는 마음. 그게 이 영화라는 걸 보내준 사람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천천히 시작된다.일흔 살의 시인 이적요. 그의 마당에 어느 날 열일곱 소녀 은교가 들어온다. 담을 넘다가, 그냥 우연히. 아무 의도 없이. 그런데 이적요에게 그 우연은 오래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깨우는 소리였다.그는 은교를 바라본다. 오래, 너무 오래. 그리고 시를 쓴다.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
북극항로(NSR) 울산 거점항 조성 논의 본격화 ICIE–북극항로 열린포럼 MOU 체결 및 국제 컨퍼런스 개최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11140 "울산을 북극항로의 거점항으로" 러시아 기업연합과 국제회의 한다북극항로 열린포럼은 2일 "울산을 북극항로의 전략적 거점항으로 육성하는 국제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 국제기업연합(ICIE)과의 협약 체결 및 국제 컨퍼런스(대규모 회의)를 4일 개최www.ohmynews.com https://mobile.newsis.com/view_amp.html?ar_id=NISX20260304_0003535132 북극항로 울산 거점항 조성 논의 본격화ICIE·북극항로 열린포럼 MOU 체결·국제 컨퍼런스 개최mobile.newsis.com □ 북극항로(NSR) 울산 거점항 조성 논의 본격화I..
종이 위의 북극에서, 현실의 항로로 북극은 오랫동안 교과서나 지도 속에서만 만나는 공간이었다.옅은 색으로 표시된 바다와 단순한 선 몇 개.이누이트와 이글루 같은 이미지가 차라리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고,산타가 코카콜라를 마실 것 같은 곳이라는 인상이 먼저 떠오르던,어딘가 이야기 속에 가까운 장소였다. 북극항로라는 말을 함께 놓고 바라보기 전까지는 그랬다.해빙 속도, 운항 가능 기간, 물류 거리, 온난화 같은 설명을문장과 숫자로 하나씩 접하다 보면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다.“어? 이거 되겠는데?” 하는 현실감이 스치고,이내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따라온다. 지구는 둥글다. 북쪽을 가로질러 가면 거리는 짧아진다.단순한 원리다.하지만 곧 다른 질문들이 이어진다.얼음은 어떻게 넘을 것인가.러시아와의 협력은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가.허브가 될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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