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18) 썸네일형 리스트형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170분의 여정이 끝나고도, 커튼콜의 환호성보다 더 오래 내 가슴을 두드린 건 무대 위 한 사람의 두 얼굴이었다. 순수하고 이상적인 지킬 박사와 폭력과 쾌락에 탐닉하는 하이드. 서로 닿을 수 없는 평행선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 사람 안에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는 존재들이다. 이 뮤지컬이 다루는 선과 악의 이중성은 단순히 어떤 사람이 때로는 착하고 때로는 나쁘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안의 선과 악이 항상 공존하며, 한쪽을 없애거나 부정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다. 악은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 속 깊이 뿌리내린 일부임을 보여준다. 하이드는 사회가 억압해 온 욕망, 분노, 이기심의 화신이다. 그렇다면 나의 하이드는 무엇일까? 무대를 바라보며 깨달은 것은 .. 영화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이 영화는 로알드 달의 마틸다가 아니라, 확실히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이다.내 어린 시절의 상상력이 소탈하고 모범적인 앤에게 그 이데아가 있다면, 지금 2-30대는 해리포터, 찰리의 초콜릿 공장, 포켓몬이 근원이지 않을까? 소설 마틸다에서는..부모에게 무관심을 넘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로 취급받는 마틸다는 폭력적이고 획일적인 억압을 하는 교장선생님과 어른들에게 지적호기심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용기, 몸으로 실천하는 정의감으로 대응한다.그러나 그러한 용기는 초능력과 천재성이라는 특이성에 가려져 기존의 틀을 깨려면 마치 특별하고 영웅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물론 이건 지금 어른의 눈으로 다시 읽는 마틸다이다.내가 조금 더 어렸다면 나의 환경을 깬다는 것은 초능력이.. 침팬지의 제국 인간과 유전자 차이가 단 2%라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 침팬지.영역 동물이자 사회적 무리를 만드는 정말 인간 같은 친척.“침팬지”라는 말에 “인간”을 넣어도 그대로 느껴지고 관찰되어서 놀라운 다큐멘터리 침팬지 왕국을 꼭 소개해서, 이 다큐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놀라운지를 알려 공감받고 싶은 나는 침팬지 같은 사회적 동물.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Kibale National Park)의 응고고(Ngogo) 지역 숲 속에서 집단을 형성하며 가족, 종족 간의 정치, 영역 다툼의 모습을 보여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침팬지의 제국’은 25년 동안 과학자들과 현장 조사 인력이 침팬지 무리와 함께 생활하며 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야생 침팬지 집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실화 기반 다큐멘터리이다. 다큐의.. 배운다는 건 뭘까? 니체의 ‘우상의 황혼’에서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남의 가치에 수동적 따름이 아닌 자기 삶의 주체적 주인이 되어야 하며, 기존의 틀과 권위에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고 의심하는 태도의 중요성과,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삶을 긍정하고 자신을 발견하며 성장하는 과정으로 배움을 본다. 배운다는 건 뭘까? 저마다 다른 사람이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낯설어하기도 한다. 각자에 맞는 방법과 속도를 찾아 배워 나간다. 계속 하다보면 점차 나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성장해 나간다.채인선 동화작가의 글 ‘배운다는 건 뭘까?’ 필사의 마음으로 적어본다. 배운다는 건 뭘까? 채인선 글. 윤봉선 그림 배운다는 건... 배운다는 건 뭘.. 빨간머리 앤 온 세상 아줌마, 아저씨들 카톡 프로필이 지브리풍으로 바뀐다 싶더니. 일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재개봉을 했다. ‘어? 본 것 같은데?’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이라 당연히 본 것 같은데 내용이 가물가물 기억나지 않아 넷플릭스를 찾아보았다.‘아, 역시 지브리.. 지브리 감성 그대로.’그리고 알고리즘의 힘... 한동안 지브리가 떠서 지브리를 보았다. 나우시카, 라퓨타, 그리고 빨간머리 앤. 깨알같이 작은 글씨에 친절하지 못한 번역. 거기에 흑백 삽화조차 몇 장 없었던 두꺼운 세계명작은 지금은 애써 후려치지만 사실 나의 가장 내밀한 친구였다. 그 명작을 읽고 잠이 든 밤에는 ‘그녀가 말했다.’ 따위의 번역은 끼어들 틈 없이, 나는 앤이었고, 걸리버였고 달타냥이었다. 꿈 속에서 삽화 없이도 능히 그릴.. 분홍신 1948년 발매된 영화 분홍신은 아카데미 미술상, 음악상을 받은 작품으로 반쯤 미친 고흐나 괴팍한 머리 모양의 아인슈타인의 인기를 마치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래야 한다고 규정짓듯 인간의 예술에 대한 집착을 당시의 편견으로 그린 영화다. 등장인물이나 상황이 동화 모티브 그대로 일차적인 대신 영화는 주무대인 안데르센의 ‘분홍신(빨간구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엄청난 실험이었을 영화 속 15분이 넘는 순수 발레 공연 장면은 당시에 쓸 수 있는 모든 기술과 화려함. 부릴 수 있는 모든 사치를 부린 무대는 색채, 미장센, 음악, 동작이 놀라울 정도로 환상적이어서 스토리 개연성과 관계의 불편함은 잠시 접어두어도 될 정도이다. 15분의 공연으로 영화 전체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는데, 스포도 아닌 스포를 .. 퍼펙트 데이즈 완벽한 나날들...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에서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청소부의 일상을 그린 영화이다.이로써 영화 소개 끝!!왜냐하면 정말로 그의 일상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연으로 청소일을 시작했는지, 가족이나 친구는 누구인지 그 어떠한 배경도 심지어 대사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일정한 루틴을 살아가는 그는 매일 비질 소리에 잠에서 깨어 이불을 개고 이를 닦고, 작은 화분에 물을 준 뒤 옷을 입고, 순서대로 정리된 지갑과 열쇠를 챙겨 집을 나와 자판기에서 커피 캔을 산 뒤, 시동을 걸고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들으며 출근한다.꼼꼼하고 성실하게 예쁜 도쿄의 화장실들을 청소하고(올림픽을 준비하며 고친 도쿄의 화장실은 정말로 예쁘다), 점심은 신사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다.공원에서 샌드.. 바람의 세월 2014년 4월 16일부터 최근까지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며 외친 10년. 그냥 엄마 아빠의 모습. 언론에 나오지 않는 모습. 가려진 현장의 모습.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지난 세월. 시간을 참아내는 시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해자를 바라보는 방식이 비상식적이고 비정하다. 어렵게 만들어진 수사권이 없는 세월호특별법을 시행령을 바꿔 권력을 유지하는 모습이 지금과 뭐가 다른가? 진상규명은 잘 됐나?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나? 조사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 지금도 새로운 사실이 나온다. 나는 전혀 지겹지 않다. 기억하고 있다. 바람의 세월은 10년 동안의 바람이며, 소망의 세월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도 세월호는 항해 중이다.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