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영화

(11)
바람의 세월 2014년 4월 16일부터 최근까지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며 외친 10년. 그냥 엄마 아빠의 모습. 언론에 나오지 않는 모습. 가려진 현장의 모습.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지난 세월. 시간을 참아내는 시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해자를 바라보는 방식이 비상식적이고 비정하다. 어렵게 만들어진 수사권이 없는 세월호특별법을 시행령을 바꿔 권력을 유지하는 모습이 지금과 뭐가 다른가? 진상규명은 잘 됐나?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나? 조사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 지금도 새로운 사실이 나온다. 나는 전혀 지겹지 않다. 기억하고 있다. 바람의 세월은 10년 동안의 바람이며, 소망의 세월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도 세월호는 항해 중이다.
플랜 75 75세 이상의 노인은 어떠한 조건... 그러니까 건강이라던가 재정상태, 일의 유무, 가족의 동의 같은 게 없어도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이미 일본 이상으로 고령사회라는 우리의 속도, 그리고 매일 나오는 국가소멸을 걱정케 하는 출생률과 공적연금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영화 ‘플랜 75’에 절로 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 영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소개를 받은 사람이라면 품을 당연한 생각들. 그러니까 ‘75세라고? 요즘 70대가 얼마가 생생한데...’라던가, ‘생산성이 없는 노인이라고 죽어야 한다면 장애인들은?’, 그리고 ‘아니, 지들은 안 늙을 줄 아나.. 노인들이 여태 기여했기에 우리나라가 있는 것을..’ 이란 생각이라던가, 그렇다면 노령사회를 해결할 어떠한 방법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 탐..
괴물 ’카이부츠 다레다‘ 동일한 시간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는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으로 합을 맞추어 한 씬 한 씬 찍었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의 힘이 보여진다. 첫 번째 엄마 사오리는 홀로 아들을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는 가장이다. 세 가지 시선에 동일한 시간을 부여했다면 엄마 사오리의 시간은 빠르다. 아들을 포함한 가정과 일이 전부이다. 새로움이 없다. 학교의 항의 방문도 해결해야 하는 일의 연장이다. 아들 미나토를 사랑하지만 내면을 보려 하지 않고 겉돈다. 우리의 가정이다. 두 번째 선생님 호리는 엄마 사오리와 같이 한 부모 가정이지만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자랐다. “남자답게”라는 말을 의식 없이 뱉어내지만 유일하게 책임감을 가진 어른이고 일본의 사회적 시스템의 피해자..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주연의 2016년 개봉작 죽여주는 여자. OTT를 뒤지다 윤여정 이름을 보고, 클릭하게 된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노인들 사이에서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 ‘박카스 할머니’ 소영이 나중엔 실제 ‘죽여주는 여자’가 되는 이야기이다. 사실 진짜 ‘죽여주는’이 이 영화의 방점은 아니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제목을 짓고, 셋이나 죽여주게 되었는지는 내가 생각하는 주제와 다소 관계성이 떨어지지만, 아무튼 영화의 제목대로 죽여주는 여자가 된 소영의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릴러, 액션, 범죄영화는 아니다. ‘죽여주는 여자’는 분명 이 사회의 구성원이고, 존재하지만 ‘어? 내 주변에 있었어?’라고 생각되는 소외된 사람들이 등장한다. 뉴스에서도 들어보기 힘든 박..
이 세상의 한구석에 애니메이션 독립영화로 2016년 일본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중 히로시마시 에바에서 자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스즈가 히로시마현 구레시로 시집을 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1945년 8월 히로시마 원폭을 목격하는 장면과 8월 15일 패전선언까지 평화로운 일상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국인의 시선을 버릴 수 없는 천상 한국인인 나로서는 다소 꺼려지는 마음으로 보게 된 애니메이션이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일상을 빼앗긴 소시민 일본인의 이야기. 아니.. 그 전쟁.. 누가 일으켰냐구요... 당신들은 이유나 명분이라도 있지, 남의 전쟁에 끌려간 우리의 청년들, 학생들, 소녀들은 심지어 빼앗길 일상조차도 없는 식민지 청년들. 이런 생각을 배재하고 영화를 보려 했..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 초기 부모가 이렇게까지 방임을 한다고? 라고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아동학대, 방임 사건들이 뉴스에서 흘러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나 어린이집, 그리고 사회의 또다른 역할도 알게 되었다.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도 무책임한 부모로부터 방임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웃과 사회를 고발하는 영화이다. 2005년 개봉작인 영화는 보는 내내 먹먹히 굳은 얼굴을 한 번도 펴지 못하게 했고, 끝내 가슴 아프게 끝이 나게 되었다. 엄마와 아들이 새로운 집에 이사를 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사차가 도착하기 전에 윗집에 인사를 하면서 12살, 6학년인 예의바른 아들과 외국에 나가 있는 아빠를 소개할 때만 해도 일반 다수 범주에 들어있는 가정으로 보이지만, 계단을 내려 ..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모든 것 모든 곳 한번에. 생각해보라. 한 번에 모든 것과 모든 곳이 함께 있다면. 와.. 혼란 대잔치. 마치 불교 탱화 같은 저 포스터처럼 영화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대혼란 그 자체이다. 세탁소 주인이자 이민자이자 어머니, 아내, 딸인 에블린이 조부 투바키가 되어 버린 딸 조이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배우, 쿵푸고수 등 각종 다중 우주의 인생을 받아들인다. 사실 세탁소 주인 에블린은 순간순간의 선택에서 갈라진 수많은 세계, 다중 우주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실패와 좌절로 만들어진 최악의 에블린이다. 뒤돌아보면 운명의 결정을 할 때가 있다. 그때 당신을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그 순간에 오른쪽으로 갔더라면, 그걸 사지 않았어야 했는데..
가을 그리고 냉정과 열정 사이 “홀로 멀리 여행을 떠나라. 그곳에서 그리운 사람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저녁 바람의 시원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그 계절이 왔다. 이 가을이 지나간 뒤 여밀 옷가지의 걱정과 텅 비어버린 나를 마주할까. 뭔가 수확해 채워야 하는 계절. 방치하다시피 한 여름이 지나갔다. 서점의 구간을 신대륙 탐험 하듯 지나다 눈이 간다. “진실한 사랑은 변하는 게 아니다.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다면, 언젠가 꼭 만난다.” “인연이 잠시 멀어져도 긴 시간 동안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이렇게 그 사람 앞에 서게 된다.” ’냉정과 열정 사이‘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봤다. 영화를 볼 당시 나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