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수가없다〉
영화를 보고 나서 특별히 남는 건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남기지 않으려는 영화처럼 보였다.넷플릭스에서 하나 보고 끄는 느낌.불편한데 화나지는 않고, 이해되는데 오래 생각나지는 않는다.연기는 역시 좋았고, 배우들은 많이 늙었다.나도 늙었고,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도 이미 여러 번 지나온 질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몇 문장만은 귀에 붙었다.“다 이뤘다.”“어쩔 수 없다.”“어쩔 수 없었다.”이 세 문장은 영화의 줄거리이자,요즘 우리가 세상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문법이다. 영화 초반, 주인공은 다 이뤘다고 말한다.집도 있고, 가족도 있고, 개도 있고, 직장도 있다.문제는 그 ‘이룸’이 너무 정돈돼 있다는 데 있다.삶이라기보다 이력서에 가깝다.칸이 정확히 채워져 있고, 여백이 없다.그래서 하나가 빠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