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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분홍신

 

1948년 발매된 영화 분홍신은 아카데미 미술상, 음악상을 받은 작품으로 반쯤 미친 고흐나 괴팍한 머리 모양의 아인슈타인의 인기를 마치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래야 한다고 규정짓듯 인간의 예술에 대한 집착을 당시의 편견으로 그린 영화다.

 

등장인물이나 상황이 동화 모티브 그대로 일차적인 대신 영화는 주무대인 안데르센의 ‘분홍신(빨간구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엄청난 실험이었을 영화 속 15분이 넘는 순수 발레 공연 장면은 당시에 쓸 수 있는 모든 기술과 화려함. 부릴 수 있는 모든 사치를 부린 무대는 색채, 미장센, 음악, 동작이 놀라울 정도로 환상적이어서 스토리 개연성과 관계의 불편함은 잠시 접어두어도 될 정도이다.

 

15분의 공연으로 영화 전체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는데, 스포도 아닌 스포를 하자면,

분홍신. 즉 빨간 구두는 신는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을 때까지 계속 춤추게 하는 안데르센 이야기 속 상징 그대로 실제 주인공 빅토리아는 좋아서 선택했으나 타인인 단장에 의해 예술에 대해 강박을 느껴야 한다고 강요받는다. 아무리 벗으려 해도 벗을 수 없는 분홍신은 결국 춤을 멈추지 못해 죽음에 이르게 됨으로써 주인공 빅토리아 대신 분홍신만 놓인 채 비춰지는 조명으로 예술에 영혼을 바친 사람의 비극적 숙명을 보여준다.

 

빅토리아는 원작 빨간 구두의 주인공 소녀 카렌처럼 발레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발레를 선택한 순간부터 끊임없이 춤을 추게 되고, 결국 스스로 구두를 벗기 위해 도끼로 자신의 발을 자른 카렌처럼 스스로 기차에 뛰어들어 영혼의 구원을 얻으려 하고 분홍신은 영원히 무대에 남아 관객을 바라본다.

빅토리아는 결국 빨간 구두를 신고 최고의 무용수로 죽는다. 빨간 구두를 신기로 결정은 했으나 그 운명의 끝은 잘 모른 채. 어쩌면 주체적 선택권이 없는 우리보다는 빨간 구두에게 이끌림을 받은 행운을 가진 채 그렇게.

 

이 빨간 구두.. 분홍신은 70년 넘은 영화여서인지 유튜브에서 영화 분홍신을 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광고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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