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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빨간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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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 아줌마, 아저씨들 카톡 프로필이 지브리풍으로 바뀐다 싶더니. 일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재개봉을 했다.

? 본 것 같은데?’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이라 당연히 본 것 같은데 내용이 가물가물 기억나지 않아 넷플릭스를 찾아보았다.

, 역시 지브리.. 지브리 감성 그대로.’

그리고 알고리즘의 힘... 한동안 지브리가 떠서 지브리를 보았다.

 

나우시카, 라퓨타, 그리고 빨간머리 앤.

 

깨알같이 작은 글씨에 친절하지 못한 번역. 거기에 흑백 삽화조차 몇 장 없었던 두꺼운 세계명작은 지금은 애써 후려치지만 사실 나의 가장 내밀한 친구였다. 그 명작을 읽고 잠이 든 밤에는 그녀가 말했다.’ 따위의 번역은 끼어들 틈 없이, 나는 앤이었고, 걸리버였고 달타냥이었다. 꿈 속에서 삽화 없이도 능히 그릴 수 있는 그린 게이블의 벚나무와 빛나는 호수, 사과나무 길과 소풍 언덕은 마침내 애니메이션으로 만났는데 행간과 행간 사이 내 상상을 총천연색으로 구현한 것이었다.

 

지금은 꽉 막힌 틀이 되어 발목을 잡고 있는 지브리 특유의 여자, 아이, 자연 캐릭터. 섬세한 손 그림이 돋보이는 수채풍의 그림이 어린 시절 나에게는 흑백 글자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것이라 차마 촌스럽다고 욕할 수가 없다.

 

이번에 다시 본 천공의 성 라퓨타는 사실 어린시절의 추억은 다시 살려주었지만 특별히 재미있고 감동을 주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애써 걸리버 여행기 후반의 공중 도시 라퓨타를 소환하여 방어를 해주고 싶고, 자기복제 같은 지브리 작품들을 하나의 작품영역으로 인정해주고 싶다.

나도 역시 지브리풍에 익숙한 편안함을 느끼는 중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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