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유전자 차이가 단 2%라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 침팬지.
영역 동물이자 사회적 무리를 만드는 정말 인간 같은 친척.
“침팬지”라는 말에 “인간”을 넣어도 그대로 느껴지고 관찰되어서 놀라운 다큐멘터리 침팬지 왕국을 꼭 소개해서, 이 다큐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놀라운지를 알려 공감받고 싶은 나는 침팬지 같은 사회적 동물.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Kibale National Park)의 응고고(Ngogo) 지역 숲 속에서 집단을 형성하며 가족, 종족 간의 정치, 영역 다툼의 모습을 보여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침팬지의 제국’은 25년 동안 과학자들과 현장 조사 인력이 침팬지 무리와 함께 생활하며 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야생 침팬지 집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실화 기반 다큐멘터리이다.
다큐의 첫 장은 응고고 중앙 지역의 침팬지 무리로부터 시작된다.
응고고 침팬지 무리 중 가장 많은 수의 개체를 가진 중앙 지역은 그 무리 전체가 먹을 과일이 충분하고, 넓은 영역과 많은 성체가 있다. 그러나 먹을 것이 많은 게 문제인가? 리더인 잭슨은 주기적으로 내부 정치활동.. 그러니까 마치 엄석대가 학급에 한 번씩 긴장감을 불어넣듯 나무를 휘두르고 소리를 지르고 개체를 골라서 교감(털 고르기)를 한다.
중앙 무리에는 리더 자리를 노리는 3인자도 있고, 아웃사이더도 조심스러운 개체도 있다.
침팬지는(인간은) 양면성이 있는데, 성체 침팬지는 어린 침팬지와 유머스럽게 놀아줄 때도 있지만 목숨의 위협까지 느끼게 할 때도 많다. 또 용기를 낸 아웃사이더 침팬지의 털 고르기에 응해 줄 때도 있지만, 나의 자리가 흔들릴까 봐 내가 털 고르기를 해주지는 않는다.
마치 인간 사회의 팔로잉 시도와 맞팔을 맺어주냐 어쩌냐의 사회적 관계처럼 매우 복잡하다.
서부 지역의 침팬지 무리는 중앙 무리와 다르다. 중앙 무리는 계급이 있고 암컷과 수컷의 관계가 공평하지 않지만 무리수가 적은 서부에서는 무리 구성원 하나하나가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강한 유대관계를 맺는다. 고아 수컷과 고아 암컷도 성체 수컷, 암컷 무리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쳐 무리로 진입하고 외부 영역 순찰에서도 암컷이 함께 나선다.
인간의 운명이 그렇듯 침팬지도 순간의 선택이 큰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운에 의해 그저 결정되기도 하고, 노력에 의해 관계가 조금씩 변하기도 하는데, 중앙 무리 순찰에서 떨어져 나온 신중한 침팬지 포크 파이의 경우가 그렇다. 완전한 배신이 아니라 그저 성체 수컷무리의 영역 순찰 중 고심하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는데, 마침 그 곳의 과일을 노리고 들어온 서부지역 무리와 만나 죽임을 당한다.
마치 우리가 사회적으로 무리에서 떨어지면 죽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것이 유전자에 그렇게 새겨져 있었던가?
4~500만 년 전쯤 침팬지와 종이 갈라지기 전 우리도 그런 경험이 축적되어 유전자게 새겨졌을까?
중앙 그룹의 리더 잭슨은 알파 수컷으로 군림하지만 리더십에 도전하는 젊은 수컷들과 외부 침입 위협에 점점 흔들리고, 동시에 서부 그룹은 영역을 확장하려 시도하고 양 그룹 간 전면 충돌로 이어진다.
암컷과 새끼들의 생존, 동맹 형성과 배신, 수컷들 간의 복잡한 심리전이 펼쳐지며, 각 침팬지는 저마다의 개성과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간 개체의 사회와 같다.
결국 두 그룹 사이에 유혈 충돌이 벌어지고 일부 개체는 죽거나 무리에서 추방되기도 한다. 잭슨의 지배도 위태로워지고 서열이 뒤바뀌는 등 권력 구조가 재편된다.
이처럼 정치, 사회성, 가족과 모성, 전쟁과 생존을 통해 인간 사회처럼 복잡한 침팬지들의 드라마가 자연 속에서 실제로 펼쳐지는 리얼한 제국 이야기이다.
무리 속에서 내가 어디쯤 있는가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고, 말하지 않아도 통용되는 규칙(눈치, 유행, 위계 등)이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소외되기 쉽고, 강자도 무너지며 다른 친구가 어느 날 중심이 되기도 하는 흡사 남자중학교 2학년 교실을 바라보는 듯했다.
권력, 인정 욕구, 소속감, 경쟁심.
소위 문명이라는 인간 사회가 사실은 침팬지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알려준 강력 추천 다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