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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완벽한 나날들...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에서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청소부의 일상을 그린 영화이다.이로써 영화 소개 끝!!왜냐하면 정말로 그의 일상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연으로 청소일을 시작했는지, 가족이나 친구는 누구인지 그 어떠한 배경도 심지어 대사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일정한 루틴을 살아가는 그는 매일 비질 소리에 잠에서 깨어 이불을 개고 이를 닦고, 작은 화분에 물을 준 뒤 옷을 입고, 순서대로 정리된 지갑과 열쇠를 챙겨 집을 나와 자판기에서 커피 캔을 산 뒤, 시동을 걸고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들으며 출근한다.꼼꼼하고 성실하게 예쁜 도쿄의 화장실들을 청소하고(올림픽을 준비하며 고친 도쿄의 화장실은 정말로 예쁘다), 점심은 신사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다.공원에서 샌드..
같은 곳으로.. 남다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허락된 매일의 풍경 젖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맡으며어둡기에 더 선명해지는 불빛을 보며맑은 날의 하늘을 만지며 그대에겐 남을까무엇으로 남을까
흐름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아니 일상의 게으른 자극만으로 신경물질을 뿜어내며 시간을 보내던 나의 뇌는 어둠 속 소음이 잦아들면 조금씩 일을 했다. 다음 날, 그다음 날 리듬의 깨어짐을 알면서. 마음의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 조각의 기억들을 정리하고 최대한 심플하게 구겨진 생각들을 다림질했다. 생각 행동 마음의 다 다른 영역들타고난 기질이 각기 다르고 상황에 따라 드는 여러 욕구.자신을 표현하거나 타인과 대화할 때의 수긍. 때론 기준이 달라 옳고 그름이 없는 감정에 부끄럽거나 수치심이 들기도 한다.감정을 생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노력. 덜 화내고 오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감정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 무심코 사용하는 어휘들 그러나 결국 행동은 달라야 한다는 말들. 결국 나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오키나와 沖縄 뜨겁고 습한 우리의 여름과 날씨가 비슷한 일본은 여름 여행 장소로는 별로 추천을 받지 못한다. 볕 뜨거운 여름에도 잔소리가 있어야 겨우 바르는 썬블럭을 챙겨 들고, 늦은 봄 오키나와를 다녀왔다.오키나와는 일본안에서도 본토와는 다른 역사를 지닌 섬나라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여러번 단독으로 등장하는 곳이고, 일본에 정복당한 후 가장 치열한 태평양 전쟁의 장소가 된 곳이다.지리적으로 동중국해와 태평양 사이에 위치하며 특히 긴장감이 감도는 대만의 옆이라 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크기와, 인구, 인구밀도까지 울산과 비슷한 이 섬나라의 첫인상은 일본이되 무언가가 다른 일본이다. 야밤에 태국 공항에 도착해본 사람이라면 느꼈을 이질적인 공기처럼 마치 진이 빠져나갈 듯한 습함이 우리를 맞이한다.피부의 끈..
바람의 세월 2014년 4월 16일부터 최근까지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며 외친 10년. 그냥 엄마 아빠의 모습. 언론에 나오지 않는 모습. 가려진 현장의 모습.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지난 세월. 시간을 참아내는 시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해자를 바라보는 방식이 비상식적이고 비정하다. 어렵게 만들어진 수사권이 없는 세월호특별법을 시행령을 바꿔 권력을 유지하는 모습이 지금과 뭐가 다른가? 진상규명은 잘 됐나?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나? 조사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 지금도 새로운 사실이 나온다. 나는 전혀 지겹지 않다. 기억하고 있다. 바람의 세월은 10년 동안의 바람이며, 소망의 세월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도 세월호는 항해 중이다.
사랑목 비밀의 화원.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분명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 둔. 그래서 물을 주고 봄이 오길 기다리면 드러나게 되는 비밀의 화원. 베일에 가려져 있던 화원이 10년 만에 열리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그런 화원이 나에게도 열렸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돋아나는 여린 잎들을 살피고. 숨 쉴 때마다 두리번거리면 찾게 되는 향기. 클래식한 편안함. 마법 같은 공간이 주는 행복. 두 아이가 서로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고통을 이겨내며 서로를 치유하는 비밀의 화원처럼 텅 빈 나의 공간에 용기를 내어 은행목을 들여왔다. 식물은 먹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으로 밖에 구별 못하던 나에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화분도 사고, 마사토와 분토를 절반씩 섞여 분갈이도 했다. 사실 마사토를 섞여야 한다는..
플랜 75 75세 이상의 노인은 어떠한 조건... 그러니까 건강이라던가 재정상태, 일의 유무, 가족의 동의 같은 게 없어도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이미 일본 이상으로 고령사회라는 우리의 속도, 그리고 매일 나오는 국가소멸을 걱정케 하는 출생률과 공적연금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영화 ‘플랜 75’에 절로 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 영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소개를 받은 사람이라면 품을 당연한 생각들. 그러니까 ‘75세라고? 요즘 70대가 얼마가 생생한데...’라던가, ‘생산성이 없는 노인이라고 죽어야 한다면 장애인들은?’, 그리고 ‘아니, 지들은 안 늙을 줄 아나.. 노인들이 여태 기여했기에 우리나라가 있는 것을..’ 이란 생각이라던가, 그렇다면 노령사회를 해결할 어떠한 방법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 탐..
관계맺기 초등학교 시절(사실은 국민학교) 나는 제법 친구가 많은 학생이었다. 그땐 지금과 달리 한 학급에 학생이 50명 가까이 되어서 나와 성향이 맞는 친구를 찾을 경우의 수도 높았고, 공부를 잘하기만 해도 기본 존중을 받는 시절이었다. 모든 남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거나 야외에서 뛰어놀아야 “정상” 범주였고, 국민들이 다 함께 보는 드라마, 다 같이 부르는 유행가가 있어서 따로 대화의 소재를 찾는다던가 나의 특이성을 표현해야 한다던가 혹은 요즘 핫한 게 어떤 건지 알기 위해 SNS를 열심히 해야 하는 부담도 없었다. 오히려 다양한 취미나 취향, 마이너한 성향은 무시당하기 일쑤. 그저 채널 4개밖에 없는 TV에서 요즘 방송되고 있는 게 뭔지만 알고 있으면 문화적 동질성에서 뒤처지지 않았고, 같은 반이기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