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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인적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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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감정의 언어가 아니라 권력의 언어다.

사람을 자르는 얘기가 아니라 사람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진짜 쇄신은 교체가 아니라 회복이니까.

그러나 사람을 바꾸는 일보다 마음을 바꾸는 일이 더 어렵다.

 

인적 쇄신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적용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적쇄신이라는 말은 늘 타인을 겨냥한다. 그러나 진짜 쇄신은 오래된 나를 내보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선택적 저항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정책에는 협조하고 나쁜 정책에는 비협조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정도면 다행이다. 지금 일어나는 선택적 저항은 그렇지 않다. 나의 영리와 라인, 나의 조직 안위를 위해 존재한다. 그 조직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도 그렇다.

 

어느 부서의 과장이 있다. 그는 정책의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 정책이 통과되면 우리 부서 예산이 줄어드는가, 우리 팀 권한이 축소되는가를 먼저 계산한다.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 공익이 아니라 집단의 사익.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면 비난받지만, 조직의 이익을 지킨다면 충성이 된다. 부서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정책은 지연되고, 팀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보고서는 왜곡된다. 그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자기 자리를 지킬 뿐이다. 문제는 그 자리가 국민 위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누가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가. 국민이 뽑은 사람인가, 뽑히지 않은 사람인가.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다.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어리석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 실패조차 국민의 선택이어야 한다. 공무원이 막아서 안 된 게 아니라, 해봤더니 안 됐다는 경험. 그 경험이 다음 선택을 만든다. 선택적 저항은 이 과정을 끊는다. 실험이 차단되고 배움이 멈춘다.

 

그래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이것은 복수가 아니다. 단지 원칙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공무원의 역할은 실행이다. 방향은 정치가 정한다. 방법은 공무원이 찾는다. 이 구분이 무너지면 시스템이 무너진다. 자리를 지키면서 일을 막는 사람은, 자리를 비운 것과 같다.

 

하지만 여기서 위험이 시작된다. 인적 쇄신은 늘 타인을 향한다. 저 사람이 문제다. 저 부서가 문제다. 그리고 칼을 든다. 칼은 언제나 밖을 향한다.

진짜 쇄신은 안을 향해야 한다. 내 안의 낡은 확신, 내 안의 관성. 무너지는 정책을 너무 많이 봤다는 그 경험이, 때로는 새로운 시도를 막는 장벽이 된다.

 

인적쇄신이란 기업의 구조조정과 다르지 않다. 그들도 하나하나의 가정이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주체다.

그 과장에게도 아이가 둘 있다. 대출이 남았고 부모님은 연로하시다. 그는 악인이 아니다. 그저 직장인이다. 월급을 받고 가족을 먹여 살린다. 출근하고 퇴근한다. 다만 그 사이에, 나라가 멈춘다.

 

인적 쇄신을 말할 때 우리는 이것을 잊는다. 저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남편이라는 것. 조직을 바로 세운다는 명분 뒤에 무너지는 개인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인적 쇄신은 잔인하다. 정의로운 동시에 폭력적이다.

 

교육으로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고 변화를 기다릴 수 있다면. 그러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이십 년을 한 방식으로 일한 사람이 갑자기 다른 방식을 배우지 않는다. 변화는 말로 일어나지 않는다. 위기로 일어난다.

 

인적 쇄신은 필요하다. 동시에 불행하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타인을 향한 칼은 자신에게도 돌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칼을 들어야 할 때가 있다. 타인을 바꾸기 전에 나를 먼저 바꿀 수 있는가. 조직을 바로 세우기 전에 내 마음을 먼저 바로 세울 수 있는가.

그 시도 없이 칼을 든다면, 우리는 바꾸려던 그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시도했는데도 변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멈춘 채로 시간만 흐른다면.

그때는 칼을 들어야 한다. 떨리는 손으로. 고통을 알면서. 그것이 권력의 무게다. 완벽하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하는 자리의 외로움이다.

 

인적 쇄신은 폭력이면서 동시에 치유가 되어야 한다. 개인을 희생시키면서도 시스템을 살려야 한다. 그 모순 속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최소한의 상처를 남기려 애쓸 뿐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을 바꾼다. 그것이 인적 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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