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2)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워할 필요 없다 통도사, 깊은 암자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웅전 가까이를 천천히 돌며 몇 곳에 인사를 하고, 한 곳에는 잠시 앉아 있었다.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도 붐빈다는 느낌은 없었다. 절에서는 종종 그렇다. 사람이 많아도, 적어도. 오래된 전각과 나무, 돌과 마당 사이에 들어서면 사람의 존재는 조금 작아진다. 누가 조용히 하라 이른 것도 아닌데 목소리는 낮아지고 걸음은 느려진다. 그것을 경건함이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안에서는 내가 가지고 들어간 것들이 잠시 제 크기를 잃는다. 오늘 해야 할 일도, 누가 무슨 말을 했다는 것도, 마음 한쪽에 걸려 있던 사람도 바깥에서만큼 크지는 않았다. 절이 무엇을 준 것이라기보다, 내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조금 내놓게 한 쪽이랄까. 날은 좋았다. 볕에는 아직 여름이.. 판본 참 몹쓸 음악이다. 밤 열두 시가 다 되어 간다. 하루가 끝나고 내일이 시작되기 직전, 겨우 일에서 풀려나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피커에서 노래 하나가 흘러나온다. 들었는지 봤는지도 모르게 어느새 흥얼거리던 멜로디인데, 언제 어디서 주웠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입은 알고 있다. 마음이 먼저 안다. 솔직히 이런 음악이 가끔은 얄밉다.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그 감성에 홀딱 빠지는 것도 좋아하는 주제에, 이걸로 먹고사는 것들이 야속하달까. 그동안 나는 꽤 많이 달라졌는데 노래는 그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으니 말이다. 환경도 바뀌고, 상황도 바뀌고, 마음먹은 것까지 다 바뀌었는데, 몇 소절이면 나를 그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그때의 나로, 그때의 표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