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2)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름 없는 잔 나이가 든다고 용기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대신 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정교해진다. 예전에는 무엇이 될지 몰라서 해보는 일이 많았다. 낯선 곳에 가고, 마음이 가는 사람을 만나고, 별것 아닌 제안을 붙들고 며칠씩 들떠 있기도 했다. 결과보다 그다음이 궁금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굳이’라는 말이 생활 안으로 자주 들어왔다. 굳이 만나야 할까. 굳이 여기까지 해야 할까. 굳이 이 말을 꺼내야 할까. 대단한 상처를 입어서라기보다, 시작한 뒤에 따라오는 것들을 조금씩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예상은 여전히 틀리고 사람의 일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한 번 데었던 곳에 손을 가져갈 때 예전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떤 것은 손에 들지 않은 채 오래 둔다. 그것이 겁인지 분.. 작은 저항 그 노래를 들으려고 가볍게 입고 나갔다. 앞으로 가는 몸에 공기가 부딪혔다. 걷는 만큼 바람이 밀려왔다. 내가 앞으로 가고 있어서 생기는 작은 저항. 그 안에서 공기의 질감이 느껴졌다. 막 시작됐는데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 같은 공기였다. 고개를 내려 걷는 나를 한번 봤다. 발이 나가고,다리가 움직이고,윗옷의 여분은 바람에 뒤로 밀렸다. 괜히 배에도 한번 힘을 줘봤다. 내 귀에는 발소리가 쿵쿵 들렸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제법 사뿐사뿐, 날렵하게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연인과 가족, 반려견과 나온 사람들이 어둑한 길을 지나갔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스쳐가고,나는 그냥 앞으로 가면 됐다. 귀에는 한 곡을 반복해 틀어두었다.사람은 눈물을 보이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다는. 같은 노..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