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2) 썸네일형 리스트형 했음, 안 했음 사흘 동안 노트북을 열지 않았다. 금요일에도, 토요일에도 열지 않았다. 일요일이 지나도록 노트북은 책상 위에 접힌 채였다. 핸드폰 속 체크리스트의 날짜도 며칠 전에서 멈춰 있었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누군가는 한 달을 그렇게 보내고도 잘 산다. 다만 나는 노트북을 열어야 하루가 시작되는 쪽이다. 전원을 켜는 일은 일을 시작한다는 뜻이면서, 세상에 접속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몇 달 동안 정신없이 움직였다. 사람을 만나고, 전화를 받고, 쓰고, 정리했다. 큰일 하나를 끝내면 작은 일들이 줄을 섰다. 하나를 마치면 다음 일이 이미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첫날은 쉬었다고 생각했다. 둘째 날에는 오늘까지 해야 할 일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없지는 않았다. 다만 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더 빨리 떠올랐다. 셋째 날.. 제주, 혼자 제주는 혼자 온 사람을 잘 숨겨준다.그렇다고 위로하지는 않는다. 도착해 처음 들어간 커피숍, 창가 자리였다. 햇빛이 테이블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커피 잔 옆에 그림자가 하나 생겼다. 충전기를 꽂아두고서야 자리에 제대로 앉았다. 왜 여기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혼자 간다는 건 목적지보다 함께 가는 사람이 먼저 떠오르던 그 습관을 부수는 일이다. 어쩌면 장면의 소유권을 되찾는 일에 가까운.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를 만났다. 내게 탈출 같은 시간이 그에겐 그냥 사는 곳이라는 사실. 그 간격이 묘하게 편안했다. 친구가 하는 술집에 들어서자 레트로한 조명이 낮게 깔려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어깨가 먼저 내려앉는 그런 공간이었다. 술이 한 잔씩 쌓이는 동안, 한 번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부끄럽지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