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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제주,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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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혼자 온 사람을 잘 숨겨준다.
그렇다고 위로하지는 않는다.

 

도착해 처음 들어간 커피숍, 창가 자리였다. 햇빛이 테이블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커피 잔 옆에 그림자가 하나 생겼다. 충전기를 꽂아두고서야 자리에 제대로 앉았다.

 

왜 여기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혼자 간다는 건 목적지보다 함께 가는 사람이 먼저 떠오르던 그 습관을 부수는 일이다. 어쩌면 장면의 소유권을 되찾는 일에 가까운.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를 만났다. 내게 탈출 같은 시간이 그에겐 그냥 사는 곳이라는 사실. 그 간격이 묘하게 편안했다.

 

친구가 하는 술집에 들어서자 레트로한 조명이 낮게 깔려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어깨가 먼저 내려앉는 그런 공간이었다. 술이 한 잔씩 쌓이는 동안, 한 번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부끄럽지 않았다.

 

언제 숙소로 돌아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누웠을 때 천장이 조용했다. 낯선 방이었는데 이상하게 잠이 잘 왔다.

 

공항에 너무 일찍 왔다. 의자는 많지만 오래 앉기엔 불편하고, 사람은 많지만 누구도 오래 머물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모두 떠나거나 돌아가는 중이다.

 

핸드폰을 꺼냈다. 배터리가 또 30퍼센트였다.

 

짧았고, 피곤했고, 이상하게 좋았다.
나는 혼자 왔다가, 혼자만 있다가 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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