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후쿠오카를 처음 방문한 것은 작년 12말. 나는 한 해의 마무리를 후쿠오카에서 했다. 못키리 스타일을 경험하고픈 큰 뜻을 품고.
후쿠오카 공항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첫 끼니로 오코노미야끼를 시켜 두고 생맥주를 마셨다.
토리아에즈나마비루! (일단 생맥주!)
일본 드라마에서만 보던 일단 생맥주! 흉내 내었는데, 살짝 땀을 흘린 상태에서 생맥주의 목 넘김이란...... 아직 후쿠오카를 둘러보지도 않았지만, 정말 ‘오길 잘했다’란 만족감이 들었다.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현지의 공기를 더 느껴보고 싶어 숙소 근처 골목들을 빠른 걸음으로 훑고 다녔다. 그러다 눈에 띈 오레노다이도코로(내부엌)라는 간판. 도무지 안을 알 수 없는 작은 이자카야 앞에서 두어 걸음을 앞뒤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 들어갔다. 혹시 바가지라도 쓰지 않을까, 주문은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사시미, 테바사키(닭날개튀김)와 니혼슈를 시켰다. 한 개를 먹으면 다시 딱 한 개만 나오는 안주와 퇴근한 직장인들이 어깨를 맞대고 앉을 좁은 코노지는 ‘정말 여기가 일본이구나.’라는 기분이 들게 했다.
스미요시신사는 주민들이 출근길에 조용히 참배하고 가는 새소리가 아름다운 신사이다. 현지사람들이 하는 것을 슬쩍슬쩍 보면서 오미쿠지를 했다. 오미쿠지는 신사나 절에서 길흉을 점치는 제비 뽑기인데,, 나는 별로 좋게 나오지 않아서 신사에 도로 매달아두고 왔다. 좋은 것만 가져갈거니까.
야나기바시 시장에서는 백종원의 동선에 따라 오뎅을 먹고, 떡을 사서 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백종원씨는 분명 떡을 가지고 올라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사장님이 바뀌었는지 조금 변해서 짧은 일본어로 떡을 가지고 들어가도 되는지 다시 물어보았다. (심지어 다음 후쿠오카 방문 때는 그 떡집이 빵집이 되어있었다.)
하루요시유우짱은 현지인들이 가는 해물 위주의 음식이 많은 이자카야인데 낮에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어 들어가 보진 못했다. 독특한 건 간판인데 참치 위에 소, 소 위에 돼지, 돼지 위에 닭이 있다. 다 먹을 수 있는 건가? 라는 조금 잔인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간판이 그림형제 쓴 동화 브레멘 음악대가 생각이 났다. 사람들에게 버려진 동물들이 일치단결해 자신들의 새로운 생활을 개척해 나간다는 내용인데 여기 참치, 소, 돼지, 닭들도 일치 단결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섭고 아이디어가 좋아 보이기도 하다.
니혼슈 고품을 안고 들어간 구이집에서는 들어가자 직원이 친절하게 겉옷을 받아 입구에 잘 걸어주었다. 나갈 때 직원들이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 주었던 곱창하카타하루키치노잔요코. 입구의 내 겉옷에는 곱창뿐만 아니라 다양한 냄새가 골고루 배어 있었다. ㅎㅎㅎ
즐거운 1차를 마치고 한 골목을 들어서니 환하게 밝히는 소루리바 등이 보인다. 옆 사람과 살 부대끼면 앉아야 하는 매우 비좁은 가게인데 사장님이 한국말을 잘하셔서 너무 즐거웠다. 여기서는 우연히 일본과 대만인 친구 사이에 합석해서 술을 마셨는데, 이들과 영어, 일본어를 섞어 대화를 하며 친구가 되었고 그 친구들을 따라 선배가 있다고 찾아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바에서는 팔자에도 없던 선배가 생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취상태라 목소리도 컸고, 하지 말아야 했던 나이도 물어보곤 했었다. 미소 지으며 외국인을 잘 받아준 선배와 바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대만 친구는 잘 지내는지 지금도 종종 궁금하다.
후쿠오카에 온 목적이자 한 해 마무리의 큰 뜻은 하카타역 모츠나베집 쇼라쿠에서 풀게 되었다. 바로 ‘마스자케(됫술)’. 술잔의 받침인 되에 술이 넘치도록 따라주는 못키리스타일인데, 사케를 즐기는 전통적인 스타일로 술집에서 우아하고 맛있게 사케를 즐기기 위한 초보자용 매너도 있을 정도라 아이처럼 너무 해보고 싶었던 술 마시는 방법이었다. 사실 되에 흘러넘치는 덤이라는 술을 조금이라도 더 먹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되에 넘치는 술은 은은한 나무향이 베어 더 향긋하고 맛있었다.
좋아! 이 되는 꼭 사서 간다! (못 사고 왔음)
한국에 가까이 있어 비행기를 타고 30분 후면 곧 도착한다는 기장의 안내를 받을 수 있는 후쿠오카는 국제 국내공항의 하카타, 쇼핑 식당 오락 캐널시티의 텐진이 있고 하카타라멘 모츠나베 멘타이코의 맛집이 즐비하고 도시 가운데 나카강이 흘러 시원함이 더했던 곳이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지브리 손수건을 보면 다시 한번 지브리샵에 가서 나보다 큰 토토로 배에 손을 얹고 사진을 찍으리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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