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본고장 안동에 갔다.
정확히는 안동 하회마을을 보러 갔다..
안동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도산서원에 먼저 들렸다.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을 기리기 위해 선조 7년 지방유림의 공의로 도산서당(陶山書堂)의 뒤편에 창건하여 위패를 모셨는데, 1575년 선조로부터 우리가 아는 그 떡 써는 어머니 이야기의 한석봉이 쓴 ‘陶山(도산)’이라는 편액을 받았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가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면 강 건너 섬처럼 보이는 언덕 위에 시사단이 보인다. 정조가 이황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여기 근처에서 과거 시험을 치렀는데,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비석을 세운 비석단이다.
안동댐을 만들면서 단을 10m 높이로 쌓아서 건물과 비석을 옮겨 왔는데, 꼭 나 홀로 섬이 있는 것 같다.
서원에 도착하여 제자들의 교육공간, 책을 보관하던 곳, 주방, 제를 지내던 곳 등을 지나 전교당에 섰다. 높낮이가 다른 건물과 나무가 어우러져 자꾸만 사진기를 들이밀고 싶어진다.
강당 안에는 문화해설을 하고 있고, 전시관에는 이황의 생애와 함께 성학십도를 풀어 설명한 전시물이 있었다.
TV에서 본모습의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짭조름한 고등어를 상상하고 간 안동은 의외로 굉장히 큰 도시였다. 너무 시골을 상상하고 가서 그랬는지 몰라도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커피숍, 그리고 아파트. 그야말로 도시였다.
특히 한강 못지않게 넓은 강변 산책로를 자랑하는 낙동강의 압도적인 크기는 대구나 부산에서 본 낙동강과 다른 강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이었다.
늦은 오후에 안동 도심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찜닭 골목이 있는 중앙시장으로 갔다.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금방이다. 맛도 잘 모르고 게으른 나는 뼈 없는 찜닭으로 시켰는데, 맵지 않게 달달한 그 맛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 주신 닭볶음탕과 비슷해 밥 한 공기를 싹싹 비워가며 비벼 먹었다.
강변을 산책하고 들어가야지 하며 슬슬 걸어 문화의 거리 쪽으로 가니 마침 국제탈춤페스티벌 기간이다.
‘오! 운이 좋다!’
하회탈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오페라에 나올법한 가면, 일본 도깨비 같은 탈, 아프리카의 원시적인 탈을 쓴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모여 놀이판을 벌이고 있었다.
다가가니 함께 사진도 찍어주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옛날 놀이도구들도 한가득이다.
볼거리와 체험, 그리고 먹거리까지.
시원한 가을 저녁과 딱 맞추어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된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돌돌 돌리는 북이 아프리카 전통 악기라는 것도 알게 되고, 손으로 푹푹 공기를 보내서 껑충껑충 뛰는 장난감 말도 하나 샀다.
아침에 일어나서 월영교를 산책했다. 안동댐 쪽에 주차를 하고, 앞뒤가 다 트여있는 월영교를 2번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는 기분이다. 마침 축제 기간이라서 그런지 다리 양 옆으로 등도 달아두어서 더 그럴듯한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하회마을!
먼저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을 바라보았다.
부영대까지는 주차장에서 산을 10분 정도만 살살 걸어 올라가면 되는데, 나는 가을바람을 맞으면 더더 천천히 15분 넘게 걸려서 올라갔다.
부용대에서 바라보는 하회마을은 사진이나 TV에 나오는 딱 그 물돌이 마을 모습이다.
넓은 들판과 모래강변, 그리고 강이 돌아가는 마을이라니.
그 당시 얼마나 풍요롭고 여유로운 마을이었을지 상상이 된다.
하회마을까지는 서틀버스가 운영되기 때문에 다시 하회마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서틀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에 내렸다.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서, 음료를 하나 사서 들고 풍산 류씨 류운룡 어르신 댁 양진당과 류성룡 선생의 충효당을 병산서원을 대신해서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어슬렁어슬렁 도마 파는 곳과 붓글씨 체험 집 등등을 보며 산책을 했다.
작은 흙담도 예쁘고,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도 이쁘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벌써 몇 번째인데도 양반을 탓할 때는 낄낄 웃음이 나오고, 탈박물관의 여러 탈들도 여전히 신비롭다.
무엇보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기와지붕과 오래된 나무가 아름답다.
가을은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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