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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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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본 참 몹쓸 음악이다. 밤 열두 시가 다 되어 간다. 하루가 끝나고 내일이 시작되기 직전, 겨우 일에서 풀려나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피커에서 노래 하나가 흘러나온다. 들었는지 봤는지도 모르게 어느새 흥얼거리던 멜로디인데, 언제 어디서 주웠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입은 알고 있다. 마음이 먼저 안다. 솔직히 이런 음악이 가끔은 얄밉다.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그 감성에 홀딱 빠지는 것도 좋아하는 주제에, 이걸로 먹고사는 것들이 야속하달까. 그동안 나는 꽤 많이 달라졌는데 노래는 그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으니 말이다. 환경도 바뀌고, 상황도 바뀌고, 마음먹은 것까지 다 바뀌었는데, 몇 소절이면 나를 그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그때의 나로, 그때의 표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
여름을 함께 보내는 법 사랑스러운 예삐가 왔다. 좋은 일로 온 것은 아니다. 지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예삐는 그분이 이뻐하던 강아지다. 장례를 치르는 며칠 동안 예삐는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누군가는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고, 예삐는 이유도 모른 채 잠시 다른 집으로 왔다. 첫날 밤, 예삐는 어떻게든 내 몸 한 군데를 붙이고 자려 했다. 발끝에 닿아 있다가 다리 쪽으로 올라오고, 밀어 놓으면 또 슬금슬금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예삐는 침대 한가운데 세상 편하게 자고 있었고, 나는 알파벳 S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나는 남의 집 개 이름을 잘 바꾼다. 며칠만 같이 있으면 어느새 내가 부르는 다른 이름이 생긴다.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예삐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도 모른다. 손을 흔들고, 엄지를 세우고, ..
제주, 혼자 제주는 혼자 온 사람을 잘 숨겨준다.그렇다고 위로하지는 않는다. 도착해 처음 들어간 커피숍, 창가 자리였다. 햇빛이 테이블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커피 잔 옆에 그림자가 하나 생겼다. 충전기를 꽂아두고서야 자리에 제대로 앉았다. 왜 여기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혼자 간다는 건 목적지보다 함께 가는 사람이 먼저 떠오르던 그 습관을 부수는 일이다. 어쩌면 장면의 소유권을 되찾는 일에 가까운.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를 만났다. 내게 탈출 같은 시간이 그에겐 그냥 사는 곳이라는 사실. 그 간격이 묘하게 편안했다. 친구가 하는 술집에 들어서자 레트로한 조명이 낮게 깔려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어깨가 먼저 내려앉는 그런 공간이었다. 술이 한 잔씩 쌓이는 동안, 한 번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부끄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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