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힘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말이 증거가 되는 관계 언어의 민감함은 장마 전의 날씨를 닮았다. 아직 아무것도 내리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안다. 공기가 무거워지고, 셔츠가 등에 붙고, 사람들은 저마다 하늘을 한 번씩 올려다본다. 어떤 관계에서 나는 그 날씨를 먼저 감지하는 사람이었다. 농담 하나, 늦은 답장 하나, 말끝에 붙은 조사 하나에서 습기를 읽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불쾌한, 그런 계절이 관계 안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처음의 길은 곧았다. 넓지 않아도 충분했고 빠르지 않아도 닿았다. 그 길이 어느 해부터 포장을 잃었다. 자갈이 생기고, 굽이가 생기고, 나중에는 산길이 되었다. 길이 험해진 것인지 내 걸음이 조심스러워진 것인지 지금도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그때부터 나는 말을 오래 만지기 시작했다. 이 말은 건너도 되는가. 이 침묵은..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