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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하루

상주견 없는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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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페에서 만난 강아지. 우리 집 개호텔 투숙객은 아니지만, 오늘은 특별히 홍보 모델로 모셨다.

우리 집에는 개가 없다. 그런데 개가 묵는다.

 

얼마 전에는 루이가 다녀갔고, 내일은 예삐가 온다. 2박 3일 일정이다. 예삐는 재방문 고객이다. 그사이 거쳐 간 녀석들도 한두 마리가 아니다. 개를 키우지 않는 집에 개들의 숙박 이력만 쌓이고 있다.

 

운영 방식에는 문제가 좀 있다. 예약은 보호자가 하고, 숙박은 강아지가 하고, 시간은 내가 낸다. 숙박료는 무료다. 사료와 용품은 보호자 지참, 돌봄은 서비스. 체크인과 체크아웃도 보호자 사정에 따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약관에 서명한 기억이 없다.

 

그런데도 단골은 생긴다.

 

루이가 다녀간 뒤에는 와인 한 병이 남았다. 보호자가 고맙다며 건넨 프랑스산 레 무제뜨 피노누아. 데일리 와인이다.

 

저녁에 병을 열었다. 첫맛이 달았다. 어찌 그리 맛있던지. 입안에 남은 맛을 천천히 즐기다가 엉뚱하게 가구 하나를 떠올렸다.

 

술장을 짜볼까.

 

내 키 정도 높이에 폭은 한 칸. 니혼슈와 와인, 위스키를 나란히 세우고 어쩌다 선물받은 술에도 자리를 내주고 싶었다. 생김새도 국적도 제각각인 병들이 한데 모이면 나름의 풍경이 생길 것이다.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에게 받았는지, 무슨 맛이었는지. 병을 고르는 재미에 그런 사연까지 하나씩 늘어날 테니까.

 

다만 술장을 만드는 일과 채우는 일은 별개다. 모으는 속도와 마시는 속도 중 어느 쪽이 빠를지 알 수 없다. 들여놓는 족족 마셔버리면 술장은 언제까지나 미완성일 테고, 가득 찰 때까지 아껴두자니 술을 즐기는 쪽이 사람인지 가구인지 헷갈릴 노릇이다.

 

그 한 칸을 채울 시간이 있으려나.

 

나무 한 장 자르지 않았는데 벌써 술장의 장래부터 걱정하고 있다.

 

그러다 아버지의 책장이 떠올랐다.

 

작은누나는 프랑스로 돌아가기 전 아버지 방을 말끔히 정리해 두고 갔다. 책장 한쪽에는 와인과 양주 몇 병이 남아 있다. 아버지가 모아두었던 술이다.

 

아버지는 술을 마실 수 없는 분이었다.

 

술장을 만든다면 그 병들부터 가져다 놓아도 좋겠다. 생각해 보니 새 술장의 첫 손님도 내가 사 온 술은 아닐 모양이다.

 

그 옆으로 내가 고른 술들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도 괜찮겠다. 아버지의 책장에서 내 술장으로. 그저 놓이는 자리만 바뀌는 것이다.

 

아직 술장은 도면 한 장 없다.

 

그보다 일단 손님 맞을 준비부터 해야겠다.

 

술장은 언제 만들지 몰라도, 체크인은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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