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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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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앞에 선 사람들 〈상자 속의 양〉을 보고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고글을 낀 채 죽은 가족을 만나는 사람을 보았다. 화면 속 그는 허공에 손을 뻗고 있었다. 오래 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렸다. 보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 마음을 영상과 목소리로 다시 불러 세우는 일이 어딘가 폭력처럼 느껴졌다. 죽은 사람을 두 번 데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상자 속의 양〉 앞에서 잠깐 망설였다. 죽은 아이를 AI로 되살린다는 영화. 또 그 고글 같은 이야기일까. 그래도 극장에 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니까. 이 사람은 AI를 찍어도 결국 가족을 찍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통해 가족을 보고, 가족을 통해 그 가족이 놓인 사회를 보는 사람. 맞았다. 그런데 내가 틀린 것도 있었다. 영화는 드론이 상자를 배달하며 시작한다. 하늘에서 상자가 내려온다. 7살 아들을 ..
영화〈결혼 이야기〉 — 사랑이 형태를 바꾸는 과정 https://www.youtube.com/watch?v=TW8IaLXvOgk&list=RDTW8IaLXvOgk&start_radio=1 AI가 권했다.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 2019년작. 봄비인지 아닌지, 창에 얇게 붙었다 사라지는 비가 온다. 환절기라 인후염 약을 먹고 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영화는 두 개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찰리는 니콜이 가위 한 자루로 온 가족의 머리를 잘라내는 재주를, 남들이 민망해할 일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을, 누가 말할 때 때로는 지나치게 오래 들어주는 버릇을 말한다. 니콜은 찰리가 영화를 보다 쉽게 운다는 것, 남의 얼굴에 음식이 묻었을 때 상대가 민망하지 않도록 알려주는 방식, 옷을 잘 입는다는 것, 주변 사람들로 새로운 가족을 빚어내는 재주를 말한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영화를 보고 나서 특별히 남는 건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남기지 않으려는 영화처럼 보였다.넷플릭스에서 하나 보고 끄는 느낌.불편한데 화나지는 않고, 이해되는데 오래 생각나지는 않는다.연기는 역시 좋았고, 배우들은 많이 늙었다.나도 늙었고,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도 이미 여러 번 지나온 질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몇 문장만은 귀에 붙었다.“다 이뤘다.”“어쩔 수 없다.”“어쩔 수 없었다.”이 세 문장은 영화의 줄거리이자,요즘 우리가 세상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문법이다. 영화 초반, 주인공은 다 이뤘다고 말한다.집도 있고, 가족도 있고, 개도 있고, 직장도 있다.문제는 그 ‘이룸’이 너무 정돈돼 있다는 데 있다.삶이라기보다 이력서에 가깝다.칸이 정확히 채워져 있고, 여백이 없다.그래서 하나가 빠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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