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의_부재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 – 영화 ‘로마’를 보고 첫 장면은 바닥이다. 누군가 타일을 닦고 있고, 물이 고이고, 그 위로 하늘이 비친다.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는다. 알폰소 쿠아론의 2018년 작 로마. 감독이 어린 시절을 보낸 멕시코시티 콜로니아 로마를 배경으로, 가정부 클레오가 살아낸 일 년의 시간을 따라가는 영화다. 이 이야기는 멀리서 꾸민 서사가 아니라, 감독의 실제 가정부였던 리보라는 인물을 바탕으로 한 기억의 기록이다. 흑백이라는 게 이상하다. 색이 없는데 색감이 다채롭다. 더러움과 깨끗함이 선명하다. 상류와 하층이 한 화면 안에서 숨 쉰다. 색채가 사라지자 장면들은 더 투명해지고, 감정은 덜 흔들리고, 관계의 결은 더 또렷해진다. 흑백은 색을 빼는 방식이 아니라 관계를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클레오는 조용하다. 아이들을 돌보고, 빨래를 하고,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