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다

나의 동굴

오늘의 커피가 하루의 중요 이벤트인 나는

혼자 갈 때와 둘 이상이 함께일 때의 카페를 구분하는 나는

 

자주 가는 카페가 생겼다.

 

번화가에 있어 어디로든 이동하기 좋고,

번화가에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아 북적이지 않는다.

프랜차이즈라 커피 맛이 일정하고, 프리 쿠폰까지 남은 개수를 위해 적립하고, 등급 올리는 재미도 있다.

번듯한 주차장이 있고, 노트북을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이곳에서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스크린 속에 스크린이 있는 듯한 창 밖을 바라보며 목격자의 독특한 특권을 누리기도 하고, 종종 벅차게 느껴지는 연결감을 느끼다 뜻밖에 만남에 몰입하기도 한다.

 

빗속에 나름의 박자, 와이퍼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차들도

다 목적이 있진 않을 거라고 위로를 해보고

꽁양꽁양 사랑 찾아가는 차들에게 시샘하기도 한다.

 

어릴적 집에 굉장히 큰 3단 서랍장이 있었는데

서랍장과 벽 사이 무릎을 안고 들어가면 나에게 꼭 맞는 공간이 있었다.

혼이 나거나 심술이 났을 때만 찾았던 것처럼 눈물 그렁이는 사진들만 남아 있지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은 내 보물이 숨겨있는, 소원을 비는 온전한 나의 공간이었다.

분명 감정의 자급자족 세상 탐사였다.

오늘 나의 그 공간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카페이다.

 

데이트, 비즈니스, 만남의 사랑채였던 카페는 어느새 공부와 작업, 예술을 위한 개인적인 공간이 되었고, 나도 어떤 날은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찾아, 어떤 날은 트인 공간에서의 개방감을, 어떤 날은 자연을 대신하여 녹색을 바라보러 카페를 간다.

 

난 카페 어플이 3개나 있다.

내 동굴이 3개나 있는 셈이다.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 디자인  (1) 2023.07.27
자기 객관화  (0) 2023.07.26
철도 마니아  (1) 2023.07.20
구석기의 뇌  (1) 2023.07.18
통일 대한민국  (0) 2023.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