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제 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일본을 거처 온 이놈은 가고시마현에 제법 피해를 준 모양이다. 큰 거실 창문이 앞뒤로 덜렁거리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이런 소식을 들으면 집을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가족들, 지인들의 안부가 걱정된다. 문이라도 단단히 잠그고 있으라고 말해주고 싶고 출근은 무슨, 안전이 최우선이지 하며 말리고 싶어지고 당연히 나오라는 회사에 같이 욕 해주고 싶다.
가까워진 태풍 탓인지 온도가 4~5도 낮아지고 강한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그리 덥지 않다.
태풍이 다가온다는 뉴스를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이런 날에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지 않다. 식당도 카페도, 나의 공간들도. 나는 아주 당당하게 태풍을 핑계로 반바지에 긴팔티를 입고 슬리퍼를 끌고 출근했다. 그리고 그들을 걱정한다. 집은 괜찮겠지? 물이 새거나 그렇지 않겠지? 출퇴근 길은 위험하지 않겠지?
나는 단지 그냥 걱정을 할 뿐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매년 2~3개씩의 크고 작은 태풍들이 지나간 것 같다.
나는 자연을 무서워했고 지금도 무섭다. 내 눈만 가리면 괜찮은 것 같은 강아지처럼 태풍이 오면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 숨어버리고 싶다.
그래도 도망가지 않고 밤새 그 큰 창문을 잡고 있었던 기억이...
열을 재분배하는 등 무언가가 필요해서 발생하는 태풍은 자연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겠지만, 당장은 인명손실,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 바람 걱정 한 가득인 지금 식사를 우유라도 마시자는 큰 뜻으로 카페라떼를 시켜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마신다.
다들 문, 창문 단속 잘하시고 안전하기를.
위험한 일이 발생하면 사람이 다치지 않고서야,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나서지 마시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시라.
그리고 아프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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