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다

변했다.

사람에게 실망할 때마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래, ... 사람이 기곈가? 인간 고쳐 쓰는 거 아니지...’라고 자조했다. 특히 오래된 관계에서 매번 같은 부분에 화가 나면 상대의 문제인지 나의 문제인지 둘의 케미가 문제인지 고심했다.

나만 인간관계가 어렵나?

내가 너무 기대했나?

이제 그만 손을 놓아버릴까?

 

그래, 인간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그랬다.

타고난 성격유형이 있다며 MBTI 검사도 한다.

심지어 나도 MBTI 성격유형의 설명이 나에게 꽤 잘 들어맞는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가끔 저 인간은 저런 유형이라서 저러니... 이제 손절이다. 라고 마음속으로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런데..... 변했다.

내가 변했다.

국수를 좋아했다.

20년 넘게 너무 좋아해서 꼭 곱빼기로 먹고도 더 먹을 수 있었다.

커피? 하루 5잔이 기본이었다.

젊을 때 소문난 욱돌이.. 쌈닭이었다.

 

그런데 변했다.

분명 내가 변했다.

취향도 변했지만, 성격도 변했다.

이젠 제법 점잖게 이야기하고, 운전할 때의 원초적인 화도 많이 누그러들었다.

나이가 들면 기운이 빠지나?

 

탄수화물과 국물의 위험성에 대한 글을 자꾸 읽으니 국수도 썩 맛있게 느껴지지 않고, 후루룩 국물을 마시던 습관도 사라졌다.

존경하는 선배의 부드러운 말투가 좋아서 슬쩍 따라 했더니 주위에서 사람이 참 부드럽다고 하기도 한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란 표어에 정신이 번쩍 들어 꼭 대리를 부르고, 자리와 역할에 따라 책임감이 달라졌다.

 

스스로도 변할 수 있다.

스스로 교육 가능급이 되는 거다.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나와 같이 생각한다. 그게 바로 공감이다.

아이가 생기면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도, 사람도 환경까지도 생각이 된다.

직업에 따라, 역할에 따라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더 커진다.

 

타고난 성격은 변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 표현 방법은 변할 수 있다.

사회성이 올라가고, 화법을 배우고, 문화를 익히고,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다양한 관점을 얻어 도전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도와야 한다.

 

친구와 동료와 가족과 쉽게 손절하지 말자.

너무 쉽게 관계를 포기하지 말자.

인간은 교육 가능급이다.

이건 나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다.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모신화  (41) 2023.08.30
내담자로서의 나  (34) 2023.08.28
무겁다  (46) 2023.08.24
유토피아, 상상하다.  (58) 2023.08.22
실제와 인식 속 서울공화국  (59) 202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