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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무겁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 이후 교사를 대상으로 벌어진 갑질 사례를 조사하다가 의정부호원초등학교 교사 두 분의 사망 사건도 드러났다.

 

새벽에 전국의 교사들이 서이초등학교 정문 앞으로 근조화환을 보냈다.

 

사건 초기 서이초는 그 선생님의 담임 학년은 해당 교사 본인의 희망이었으며,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고, 마치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입장을 냈다.

 

그러나 사실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은 학교, 공격적인 학생이 있었고,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와 문자, 인격모독의 발언들이 있었고, 학교에서 모든 교사에게 함구를 지시했다.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기 위해 수천 명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모였다.

 

자는 애를 손으로 건드려 깨우면 성희롱으로 신고당하는 지뢰밭에 서 있는 느낌의 교사들이 많다.

무례한 소리를 듣거나 폭행을 당해도 항변조차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많은 교사들의 카톡 프로필이 추모 사진으로 바뀌었다. 억눌러 있었던 것이 터졌다. 비슷한 일을 겪었거나 겪을 수도 있다는 공감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 초년생의 선생님은 얼마나 힘들고 억울했을까. 억울함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던 거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학교, 가르침의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을까.

불쌍하다. 그 젊은 선생님도, 갑작스럽게 선생님을 잃은 1학년 어린 학생들도.

사회에 때가 묻은 내가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다.

 

학부모의 갑질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경찰수사가 발표되면서 가해자 없는 사망사건이 되었다.

 

가해자는 없고 억울한 피해자만 생겼다.

갑질은 했으나 선생님을 죽일 의도나 마음은 없었을테니 경찰의 발표도 그렇겠고, 학부모는 처벌을 피해 나가겠지.

 

스승은 없어진지 오래고 선생만 남아 있는 현실 교육에서

점점 미국식 교육을 따라가는 건 아닌지. 선생님들도 줄어드는 교권 안에서 소극적이 될 수밖에.

아이의 인성까지 학교에서 교육할 수 없다.

집에서는 신경도 안 쓰면서 갑질하지 마시라.

자식 교육은 부모가 밥상머리에서 해라.

 

애 아빠가 참으라고 해서 이정도 한다’ ‘애 아빠한테 이른다’ ‘애 아빠랑 간다

현직 교사들이 민원에서 많이 듣는 말이라고 한다.

애 아빠가 참으면 참아지나, 애 아빠한테 이르고 달려오면 네네 하면서 벌 받나..

바른 인성과 교육을 위해서 제발 객관적으로 자기 자식을 바라보시라.

이르고 달려올 시간에 밥상머리 교육이나 제대로 하길 바란다.

애나 어른이나 같은 수준인 거 부끄러워하고 노력해서 이 나라에 세금 내는 일꾼으로 키워야지, 세금 받아쓰는 어른으로 키우지 말자.

 

억울함이 뭔지 생각하게 된다.

억울함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한다.

그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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