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2
-동화를 꿀꺽해 버린 꿀잼 심리학
류해인 지음
앞 글에 이어...
불쌍한 성냥팔이 소녀야, 여럿에게 호소하면 안 돼! - 방관자 효과
한 해가 저무는 마지막 날 성냥팔이 소녀는 얇은 옷에 신발도 못 신은 채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얼어 죽는다. 소녀의 앞치마에는 팔다 남은 성냥 다발만 있다.
사람들은 불쌍해서 눈물을 흘리고, 반성한다.
과연 어젯밤 그 성냥을 사줄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까? 소녀의 신발 없는 발을 보고 신발을 줄 수 있는 사람은? 혹시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나눠 줄 여건이 되는 사람이 1명도 없었을까?
동화 속 배경이 되는 날은 마침 한 해의 마지막 날이고,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장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길을 걸을 때 사람들에게 떠밀려 걸었어야 할 정도다.
심리학에서는 ‘방관자 효과’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방관자 효과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오히려 도움을 주는 사람이 적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1964년 미국 뉴욕의 주택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명명 지어진 일인데, 당시 28세였던 제노비스라는 여성은 일을 마치고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가다가 강도를 만나서 살인을 당한다. 나중에 이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38명이나 된 것이 알려져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는데, 이 38명의 사람들 모두가 냉혈한이라서 도와주지 않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신고를 하겠지, 소리를 지르겠지 라고 생각해서 숨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방관자 효과의 ‘방관자 모두의 무지’, 와 ‘책임감 분산’이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은 별로 좋지 않은 자세다.
그래서 요즘 응급상황을 교육할 때 ‘거기 노란 옷 입으신 분 119 신고해주세요!’, ‘청바지 입으신 남자분, 제세동기 가져다주세요.’라고.’ 콕 집어서 도움을 요청하게끔 가르친다.
성냥팔이 소녀도 성냥 사세요! 라고 할게 아니라, 거기 신사분, 성냥이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라고 콕 찍어서 호소를 했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알다시피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량한다. 선량한 시민이 정답이다.
대중에게 실망하지 말자.
구체적으로 대응하자.
<빨간구두>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어져요 – 심리적 반발심
가난한 집에서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카렌은 다행히 노부인의 집에 살게 된다. 노부인은 카렌에게 돈을 주며 세례식때 신을 검은색 구두를 사라고 했는데, 카렌은 그만 너무나 이쁜 빨간 구두를 사게 된다. 세례식에서 혼이 나고, 낡았지만 검은색 구두를 신고 교회를 가란 말도 들었지만 교회에 또 빨간 구두를 신고 가게 되고 죽을 때까지 빨간 구두를 신고 춤을 추게 되는 벌을 받게 된다.
저런.. 카렌... 왜 말을 안 들어서...ㅠㅠ
사실 이건 카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습성은 우리에게도 있다.
‘이건 비밀인데..’로 시작된 말은 더 빨리, 멀리 퍼진다.
‘절대 보지 마시오.’라고 주의를 들으면 자꾸만 눈이 간다.
마감일이 코 앞이면 과제를 하기 더 싫어지고, 시험기간에는 책상 정리를 하고 싶어진다.
심리적 반발심과 관련한 실험이 있는데, 어느 지하철역 화장실 한 곳에는 지하철 역장의 서명이 담긴 ‘낙서 엄금!’이라는 강한 명령조의 안내판을 다른 곳에는 청소원의 서명과 함께 ‘낙서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부드럽게 쓰인 안내판을 걸었다. 과연 사람들은 어느 화장실에 낙서를 더 많이 했을까?
실험결과 역장의 서명과 강한 명령조의 안내판 쪽 화장실에 더 많이 낙서를 했다. 즉 금지의 내용이 강할수록, 금지하는 대상이 권위가 있을수록 반발이 더 강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리적 반발심은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도 일어나는데 예를 들면 과제마감일이나 시험이 코 앞이라도 자유를 빼앗겼다고 느껴 평소 읽지 않았던 책을 읽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한다.
심리적 반발심은 자유를 빼앗겼다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면 덜 일어난다. 따라서 어린아이라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면 반발이 줄어들 수 있다.
괜히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음을 건 사랑을 한 게 아니다. 아마 두 가문이 원수지간이 아니었다면 시간이 지나면 사랑이 식었을 수도 있을 것이고, 목숨까지는 걸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 심리적 반발이 잔소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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