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샀다.
비싼 걸 사야 했는데, 싼 걸 사서인지 재미있는게 나오지 않는다.
채널이 3개만 있던 시절.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본방으로만 볼 수 있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오싹오싹 전설의 고향을 봤고, 주말에는 온 가족이 모여 주말의 명화를 봤다. 리모콘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은 당연하고, 온 국민이 다 보는 50% 시청률의 프로그램도 존재했다.
요즘은 OTT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언제든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어디에서든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거기에 유튜브와 각종 SNS도 한 몫 한다. 중독성 강한 짧은 영상들이 매일 올라오고 그 영상을 직접 제작, 공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편리함은 내가 직접 선택하고 구성하고픈 사람들의 자율성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높은 시청률의 TV가 옛말이 되었고, TV프로그램은 중장년층을 겨냥하고 있다. TV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중장년층이 알고 있는 40대 이상의 사람들이고, 심지어 ‘전원일기’도 재방하고 있다. TV를 보는 연령층이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추억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유명한 유튜버가 TV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유튜버의 포맷도 그대로다.
유튜브를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특정 분야만 있는 게 아니라, 없는 분야가 없다. 이젠 연예인도 TV에 나오는 교수도 병원도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고, 직장인들도 사이드잡으로 채널을 운영한다. 전 국민 1인 방송시대라 나의 모든 취향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1995년 개국 이래 28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했던 TV홈쇼핑이 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50%가 나오지 않았고, 원가 제하면 적자라는 앓는 소리도 나온다.
숙박업소에서도 OTT서비스 연결이 자연스럽고 자체 ID를 제공하기도 한다.
식당이나 병원대기실의 틀어진 TV에선 오래된 프로그램만 나오고 전부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느라 그 TV조차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
이제 TV는 어떻게 될 것인가?
TV의 등장으로 사라지리라 생각되었던 라디오는 일부 역할을 바뀌었겠지만 특유의 분위기, 팬층과 함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와 함께 자라기도 한다.
호황을 누리던 종이신문과 잡지는 일부 전문적인 분야를 제외하면 쇠퇴하는 게 눈에 보인다.
천만 영화도 요즘은 힘들어 보인다.
영상도 짧아져서 유튜브의 쇼츠가 아프리카TV를 제치고 점유율 2위란다.
TV는 그저 뉴스와 날씨, 재난보도만 하고, OTT와 유튜브의 수상기가 될 것인가?
TV의 변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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