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스파이더맨》에서 처음 나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부 단어 등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은 성경에도 등장할 만큼 기원전부터 다양한 문학작품 및 유명인들에 의해서 널리 사용되어 온 문장이다.
이 말은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가진 사람은 그 권한의 영향력만큼 자신의 행동에 잠재적 결과를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정치 지도자와 고위 공무원은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는다. 그들은 구성원의 복지를 우선시하고 정의와 공정성의 원칙을 수호하는 결정을 내릴 책임이 있다.
미디어는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 담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책임 있는 저널리즘에는 정확한 보도, 편견 없는 표현, 대중을 호도할 수 있는 선정주의를 피하는 것이 포함된다.
교육자는 미래 세대의 사고 방식을 형성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정확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며, 관용과 존중의 가치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 나라의 안보, 각종 현안에 대한 결정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 빈곤, 인권과 같은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
권력과 책임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는 안 되며, 공동체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윤리적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이 자신을 넘어 확장되므로 더 넓은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은 내각의 구성, 행정 명령, 사면, 외교, 군의 지휘와 같은 행정 권한이 있고 입법 제안, 거부권 같은 입법권이 있으며, 외교 및 국제 권력, 긴급 권한, 임명 권한, 예산 및 경제력 등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다.
가지고 있는 권력이 크고 방대한 만큼 그 책임 또한 크다.
그렇다. 책임이 크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서두를 꺼냈다.
지금 대한민국 공직 사회는 그 권한만큼 책임을 지고 있는가?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는 건 물론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할 때만 일방적으로 나타나고 문제가 생기면 어느새 침묵이다. 숨는다.
효율성과 전문성을 무시하는 업무 분담부터, 재난 상황에 대비해 유휴인력을 갖추는 대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비상 대기 등으로 사람을 갈아 넣는 시스템까지 답답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대한민국이 스타트업 나라인가?
분명 기존 시스템이라는 것도 있고, 경력자도 있고 전문가도 있을텐데, 모두 대통령 입만 보고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누구 책임이냐는 추궁뿐이다.
정치적 책임? 그런 건 없다.
고위공무원이거나 정무직공무원이라면 법적 판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란다. 말단 공무원이면 수사 대상이다.
어디 무서워서 자의적으로 판단을 하겠는가? 절대로 적극행정이란 있을 수 없다.
‘전력을 다할 것’ 이라는 문서를 내려 보내고 사건이 발생하면 이내 텍스트 뒤에 숨어버리고 힘없이 자신을 갈아 넣고 있는 현장 공무원들을 잡아넣는다. 책임자는 말 그대로 사고가 생기면 그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기 위해 존재하는 양 국민을 기만하고 언론에 떠든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일에는 당연히 조직의 시스템이 그 책임을 안아야 하는데 아무도 조직을 위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말단 공무원이라면 이제 남은 3년 반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란다.
선출되어 가진 권력과 그들이 임명한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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