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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오늘을 기념한다

 

지인 중에 젊고 이쁜 연인이 있는데 아주 시끄럽게? 내 관점에서는 아주 요란하게 기념일을 챙긴다. 기념일 하루뿐이 아니라 기념 주간. 아니 그것을 넘어 한 달 내내 달 행사를 하는 느낌인데, 알콩달콩 다투기도 하고 서로 챙기기도 하는 모습이 참 이쁘다.

 

추석, 개천절, 한글날...

달력을 아무리 뒤져봐도 날 위한 기념일은 없다.

이제껏 나 자신을 위해서 뭔가를 챙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자책하기 바빴지, 나에게 선물해 본 적도 없고, 무모할 정도로 아무 경험도 없었다. 단지 생각만 많았다.

두렵기도, 막막하기도 했던 어설픈 과거의 나.

그렇게 버틴 것은 나의 선택이었을까? 그냥 버텨졌던 것, 그것밖에 방법을 몰랐던 거겠지.

그리고 더 이상 이렇게 내버려둘 수 없었음을 느끼게 되었던 것은 나의 앎이리라.

지금은 스스로를 측은하게도 여기고, 이쁘게도 여기고, 또 그것을 표현하고 싶다.

 

핸드폰 달력을 넘겨보다 한참 전의 메모를 봤다.

달력에는 없지만 내 인생에는 있는 나만의 특별한 날.

나도 나의 지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기념적인 날이 있다.

 

다시 가을. 그리고 1, 2... 계절의 바뀜, 가을이 좋으면서도 어쩜 그렇게 아쉬운지.

 

혼자만의 의미부여지만 그런 의미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릴까,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기념하고 싶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한 날 그리고 나를 만나기 시작한 날.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기념일이라면 그 또한 새로운 시작일 수 있을까?

하루하루가 나에게 특별한 기념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항상 만들어 낼 수도 있는 날.

오늘이 당장에 그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날이 된다면 매일 특별해지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나만의 특별한 날은 달력에 자리 잡아 있는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다.

오늘은 커피가 특별히 맛있었던 날.

오늘은 새로운 산책로를 개척한 탐험의 날.

오늘은 나를 성장하게 해 주었던 어떤 날.

 

오늘부터 나는 기념일을 만든다.

1365. 365개의 기념일을 만들고, 갱신한다.

내년쯤엔 기념일 행사도 하고 선물을 마련할지도 모른다.

최소한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축하할 수 있겠지

 

오늘이 당신에게 특별한 기념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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