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지나고 날이 바뀌었다. 나는 바로 잘 수 있을 것인가..
천천히 몸을 뉘어본다. 핸드폰도 보지 않는다. 일부러 숨을 크게 내쉬어 보기도 한다.
가끔 낮에 한 번씩 졸린 적이 있다. 그러면 아니야. 저녁에 잠 못 자니까 참아야 해. 그랬었다.
지금은 아니다. 내가 졸리다고? 그럼 시간과 장소가 문제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잠을 청해보아야 한다.
나는 내가 예민하고 마음이 여리다는 것을 험란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처음에는 단지 스트레스가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젊은 육체로 버티다 터진 것은 뒷목이 무거워지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을 때이다.
당시 생소했던 긁기, 귀찌르기 같은 민간요법에 신경과 등을 다니며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다가 결국 당시 하던 사업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시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기까지는 1년이 걸렸다. 18년 전 얘기다.
‘잠을 줄이는 성실함’이란 말이 있다. 짧은 수면이 마치 성공의 기본 요건이 것처럼.
인생의 3분의1을 잠으로 보낸다니....너무 아깝던 시절이 있었다 비생산적으로 보였고 뭔가 뒤처지는 것 같았다.
많은 연구 결과가 수면 부족 상태가 계속되면 피로를 풀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며 이는 노동력 부재와 생산성 저하라는 사회적 손실로도 이어진다고 한다.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이 반복되는데 잠이 든 직후 깊은 수면이 이루어지는 약 90분 동안 뇌와 몸의 휴기, 기억의 정이와 정착, 호르몬 균형의 조절, 면역력 향상, 뇌의 노폐물 제거 등과 같은 생리 현상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하고, 이처럼 중요한 90분은 어떻게 자느냐가 중요한 연구결과도 있다.
그저 자연스럽게 자고 일어나는 행위.
나에게 이 자연스러운 행위가 요즈음 다시 힘들어졌다.
어떻게든 잠에서 깨어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종일 잠이 부족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카페인을 섭취한다.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느낌도 받는다.
불안, 결핍감, 고독, 분노, 갈망 자면서 정화작업을 거치고 싶은 것들.
뭔가를 열망하고, 실망감을 이겨내며 산다는 것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걸 인지했으면 아무 때나 쏟아지던 잠에 조금은 너그러웠을까.
하루의 3분의 1을 완벽하게 활용하고 싶다. 그것이 인생의 남은 3분의 2를 가장 효율적이고 완벽하게 활용하는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믿는 구석도 있다. 내 파우치 속의 수면유도제.
자야한다. 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