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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 초기 부모가 이렇게까지 방임을 한다고? 라고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아동학대, 방임 사건들이 뉴스에서 흘러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나 어린이집, 그리고 사회의 또다른 역할도 알게 되었다.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도 무책임한 부모로부터 방임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웃과 사회를 고발하는 영화이다.

 

2005년 개봉작인 영화는 보는 내내 먹먹히 굳은 얼굴을 한 번도 펴지 못하게 했고, 끝내 가슴 아프게 끝이 나게 되었다.

엄마와 아들이 새로운 집에 이사를 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사차가 도착하기 전에 윗집에 인사를 하면서 12, 6학년인 예의바른 아들과 외국에 나가 있는 아빠를 소개할 때만 해도 일반 다수 범주에 들어있는 가정으로 보이지만, 계단을 내려 이사차에서 크크크하고 소리가 나는 캐리어를 운반할 때 첫 번째 설마...를 하게 된다.

그렇다. 두 어린 아이를 여행용 캐리어, 그것도 이사차량에 실어서 몰래 데리고 온 것이다. 이 장면에서부터는 엄마의 모든 행동이 무책임하고 생각 없이 느껴진다.

(또 다른 아이는 밤늦게 몰래 걸어들어온다. 오빠와 함께 ㅠㅠ)

아빠가 다른 아이들의 엄마인 유는 아이들과 있을 때는 일견 따뜻해 보이고 다정해 보인다.. 아이들과 똑같이 게임을 하며 웃고, 머리를 빗겨 주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해준다.

그렇지만 집안일은 전혀 하지 않으며 외부에 소개된 첫째를 제외하고는 집 밖으로 못 나가게끔 감추고, 네 아이 모두 학교를 보내지 않는다. 출생신고는 했을지 의심스럽다.

 

또 다른 남자를 만나서 이번에는 결혼을 약속받아서 동생들을 학교도 보내고 피아노도 시켜주겠다며 해맑게 웃으며 장남 아키라에게 말하는 유의 모습에서는 어른이라던가 엄마로서의 책임감은 찾을 수 없다.

 

역시나 약간의 돈을 남기고 돌아오지 않는 엄마.

세 동생들을 돌보는 가장 12살 아키라.

집안 일을 분담하며 해내던 아이들은 결국 돈이 떨어지고 방치된다.

동생들의 아빠를 찾아가며 돈을 빌려보지만 그들도 당장 주머니에 있는 지폐 1~2장을 내밀며 아이들을 외면한다.

이 아이들은 아무도 모르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인 것이다.

 

전기도 끊기고, 수도도 끊겨서 아이들은 공원의 화장실과 물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동생들은 매번 베란다 밖으로 나가는 것도 조심했지만 결국 공원을 드나들며 이웃에게 존재를 들켰지만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묻지 않는다.

아키라는 애써 준비한 친척아이가 놀러 와서 하루만 자고 갈 것이라는 말을 먼저 늘어놓지만 사실 필요 없는 변명이었다.

나중엔 동네 불량청소년들이 그 집을 드나들어도, 베란다에서 화분이 떨어져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일본의 사회시스템이나 이웃, 공동체의 관심, 개방성 정도는 잘 모르지만, 집세도 내지 않고, 아이들만 있는 것 같으며, 집안에 쓰레기가 쌓여 냄새가 나는 상황이라면 이웃이 모르지는 않았으리라.

 

아무도 모른다

무엇이 문제인지 아무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실제 그곳에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보려고 하지 않았던.

그렇게 아이들은 커가고 시간은 흐른다. 반전도 기적도 없다.

그렇게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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