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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관계맺기

초등학교 시절(사실은 국민학교) 나는 제법 친구가 많은 학생이었다. 그땐 지금과 달리 한 학급에 학생이 50명 가까이 되어서 나와 성향이 맞는 친구를 찾을 경우의 수도 높았고, 공부를 잘하기만 해도 기본 존중을 받는 시절이었다.
 
모든 남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거나 야외에서 뛰어놀아야 “정상” 범주였고, 국민들이 다 함께 보는 드라마, 다 같이 부르는 유행가가 있어서 따로 대화의 소재를 찾는다던가 나의 특이성을 표현해야 한다던가 혹은 요즘 핫한 게 어떤 건지 알기 위해 SNS를 열심히 해야 하는 부담도 없었다.
오히려 다양한 취미나 취향, 마이너한 성향은 무시당하기 일쑤.
그저 채널 4개밖에 없는 TV에서 요즘 방송되고 있는 게 뭔지만 알고 있으면 문화적 동질성에서 뒤처지지 않았고, 같은 반이기만 하면 급우, 즉 시작점이 친구였기에 소속감이 확실히 있었다.
학교에 가기만 해도 내 자리가 있는 삶.
이해관계, 직함, 소득이 없이 짧든 길든 유지가 가능했던 학창 시절의 관계.
 
요즘은 다르다.
평생직장이라고 소속감을 부여받는 시대도 아니고, 문화의 다양성으로 동시대에 존재만으로 동질성을 찾기도 힘들다.
관계 맺기의 요소를 생각하고 따지게 되면서 조건 없음에서 뭐라도 일치해야 하는 유한한 관계들 속에서 산다.
내 속의 어떤 점과 맞아떨어지던지, 사회적으로 부담이 없는 사이던지.
그것도 오래 유지하기는 힘이 든다.
그래서 중년의 지금은 관계 맺기가 어렵고 힘들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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