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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유기불안

아이에게 부모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너 이럴 거면 먼저 집에 가. 엄마 혼자...”

마트에서 본 장면은 아이를 내다 버리겠다는 말도 아니고, 엄마가 집을 나가버리겠다는 말도 어디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는 것도 아닌, 그저 집으로 가라는 다그침이었다.

해석하자면 말을 안듣고 걸리적거리는 너는 먼저 둥지로 가 있어라. 내가 혼자 먹이활동을 해서 들고 가겠다.” 는 효율적인 방식.

하지만 아이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아 제가 펼칠 수 있는 눈물과 신경질과 분노를 표출했다.

 

모든 아이들은 유기불안이 있다.

어릴 적 고모가 놀린다고 한 너 아기때 저 다리 밑에서 주워왔잖아. 그때 고모가 씻기고 먹이고 힘들었다.” 말에 아니라고 믿으면서도 자기 전 이불 밑에서 눈물 1방울과 불안을 몰래 흘려보내듯이.

엄마가 밤 늦게 오면 불안하고, 방학 때 외갓집에서 신나게 놀다가도 밤만 되면 엄마 생각에 훌쩍이게 되듯이.

 

그러나 그 시절 부모님이 그러하셨듯이 개인적인 사랑이나 대화나 속삭임이 없었기에... 그 순간 순간 더 눈길을 받는 아이가 그러니까 조금 더 활발하거나 표시를 내는, 대화를 주도하는 아이가 있었고, 따로 차별받지 않음에도 사랑을 덜 받는다고 느끼며 자랐다.

그리하여 채워지지 않는 그 마음.. 사춘기에 이르러 자아를 찾게 되면서 더더욱 내 흔들리는 자리가 불안해 또래문화를 따르게 되고, 외부에서 인정을 찾게 되는 반복. 되풀이.

 

내가 부모가 되고 그리고 그 아이가 성인에 가까워져 곧 독립을 시켜야 된다고 생각하니 어린아이들에게 더 눈길이 간다. 내가 내 아이에게 말과 행동, 눈빛으로 사랑을 표시했을까? 마음으로만 사랑하는 건 소용없는데... 말로, 박수로, 미소로 충분히 표현해서 내 아이의 자리가 채워졌을까?

 

부모란 실로 아이에게 신적인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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