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는 steer(키를 잡다, 조종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kubernáo에서 나온 말로,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변화 통치 방식을 말한다. 즉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 제약하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이다.
‘행정학 용어사전’에서는 ‘국가경영’ 또는 ‘공공경영’이라고도 번역되며, 최근에는 행정을 ‘거버넌스’의 개념으로 보는 견해가 확산되어가고 있다.
‘governance’는 지역사회에서부터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공조직에 의한 행정서비스 공급체계의 복합적 기능에 중점을 두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파악될 수 있으며, 통치·지배라는 의미보다는 경영의 뉘앙스가 강하다. 거버넌스는 정부·준정부를 비롯하여 반관반민(半官半民) · 비영리 · 자원봉사 등의 조직이 수행하는 공공활동, 즉 공공서비스의 공급체계를 구성하는 다원적 조직체계 또는 조직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패턴으로서 인간의 집단적 활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
위는 검색포털의 백과사전에서 거버넌스를 검색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위 검색내용만 읽어도 2005년 무렵부터 우리나라에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모든 지방정부 홈페이지에서 행정 거버넌스, 민간협력, 시민참여, 공동체란 페이지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된 이래 지방정부의 개념이 생겨났다. 본래 지방 영주의 계약관계가 아닌 하나의 국가를 이룬 상태를 오래 경험한 우리나라는 지방정부가 탄생한 이후에도 지역의 다양성보다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뒤떨어지거나 예산을 덜 받아오면 안 된다는 전체의 경쟁에서 부분으로 지역을 바라보다가, 2000년대 들어 시민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각종 국가기관이 민간에서 일정 부분의 비율로 심의에 참여한 경험, 학교 운영위원회에 학부모와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등이 쌓이면서 의사결정의 다양성이 시작되었다.
거버넌스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경기도와 서울의 경우 2007년을 전후로 거버넌스 설명회, 시민참여라는 제목의 기사가 대량 나타나는데 이를 보면 2000년대의 시민단체와 심의기관 활동의 경험이 누적되어 의사결정 참여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을 지나면 드디어 주민참여예산, 혹은 시민참여예산의 이름으로 지역 소규모공동체의 모임이나 활동에도 예산을 지원해 주는 형태로 즉, 공동의 일에 대한 결정 참여뿐만 아니라 그 일이 어떤 일인지 주제를 결정하는 더 주체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지방의 시구군청 홈페이지 변화와 기사 등을 검색해보면 행정거버넌스의 변화 모습이 서울, 경기 지역보다 5년씩 늦게 나타나는게 보인다. 주변 사람들에게 구군이나 자녀의 학교, 기간의 의사결정 혹시 주민참여예산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아도 존재나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홍보도 덜 되어 있는 걸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버넌스 행정 시대의 지방정부와 주민은 어떤 역할을 맡아 수행해야 하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먼저 거버넌스 행정으로의 방향이 비록 의사결정의 속도와 비용을 증가시키고 효율적이 아니거나 혹은 최종 의사결정이 그릇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도 즉 중국의 집단 지도체제처럼 빠르고 강력한 의사결정체제가 아니더라도 거대한 진화의 방향이 거버넌스 행정으로 가고 있고, 올바르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지방정부는 거버넌스 행정을 위한 장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 그저 공청회와 홍보, 예산 배분 등의 정책 마련 수준이 아니라 지방의회와 함께 행정 절차상 의사결정기구에는 일정 비율로 지역주민과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도록 조례를 만드는 한편, 지역주민이 개진한 의견이 어떤 식으로 행정에 들어가서 어떤 결과를 내었는지 시구군 홈페이지에 일정 간격으로 의무 게시하는 등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의 역할은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국가를 지탱하는 시민의 의무 즉 세금을 내고, 군대를 가고, 노동을 하는 의무에서 행정 참여를 의무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과정에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하는 1차 적인 참여뿐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든 일이 나와 유기적으로 얽혀 나의 일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2~3년 전부터 중·고등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도 ‘시민참여예산’ 소개의 글이 올라왔었는데, 작년에는 학생참여예산이란 것에 아이들이 신청을 해서 학교 축제의 부스를 하나 운영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부스를 아이들이 직접 운영하다니.. 라떼는... 그런 건 학생회장의 부모님만 하는...
그러고 보니 자율동아리도 계획서를 학생이 만들어서 담당선생님을 만들기 위해 여러 선생님 찾아다니며 부탁하고, 체육대회의 학급당 예산서도 엑셀 파일로 만들어 제출하고 하더니, 거버넌스 시대의 청소년들은 이미 원주민인 준비된 참여자였다.
디지털 시대에 이어 거버넌스 시대 역시 유목민인 성인 시민들도 훌륭한 참여자가 될 수 있다. 소수 엘리트나 권위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학창 시절을 보냈음에도 인터넷 기반의 공정한 정보, 시민단체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학습한 경험의 누적으로 이미 만들어진 기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없는 시스템은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즉 주민들은 마련된 자리에는 참여하고, 없는 자리는 만들라고 요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거버넌스 행정.
누가 키를 잡고 조정을 하는가?
물론 최종의 키를 잡고 조정을 하는 것은 행정가이다.
그러나 그 키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그 배를 탄 모두의 복잡하고도 신나는 나눔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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