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고글을 낀 채 죽은 가족을 만나는 사람을 보았다. 화면 속 그는 허공에 손을 뻗고 있었다. 오래 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렸다. 보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 마음을 영상과 목소리로 다시 불러 세우는 일이 어딘가 폭력처럼 느껴졌다. 죽은 사람을 두 번 데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상자 속의 양〉 앞에서 잠깐 망설였다. 죽은 아이를 AI로 되살린다는 영화. 또 그 고글 같은 이야기일까.
그래도 극장에 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니까. 이 사람은 AI를 찍어도 결국 가족을 찍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통해 가족을 보고, 가족을 통해 그 가족이 놓인 사회를 보는 사람.
맞았다. 그런데 내가 틀린 것도 있었다.
영화는 드론이 상자를 배달하며 시작한다. 하늘에서 상자가 내려온다. 7살 아들을 잃은 지 2년 된 집. 죽은 아이의 얼굴과 목소리, 기억을 학습한 휴머노이드를 무상으로 빌려준다는 제안이 그 안에 들어 있다. 상자는 동화처럼 오지 않는다. 기술이 포장하고 계약이 보증한 상자가, 드론에 실려 집 앞에 내려앉는다.
상자가 열리기 전부터 부부는 이미 다른 시간을 살고 있었다. 같은 아이를 잃었지만 같은 방식으로 잃지는 않았다. 한 사람은 아이 방을 그대로 두고, 한 사람은 그 방 앞을 빠르게 지난다.
아이 얼굴을 한 기계가 집에 들어오자, 두 사람이 각자 삼키고 있던 말이 입을 얻는다. 아버지는 끝내 하지 못한 사과를 준비하고, 어머니는 살아 있을 때 뱉은 말을 거두고 싶어 한다. 그들이 빌린 것은 아이가 아니라, 못다 한 말을 다시 할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나도 어느새 그 집에 앉아 있었다. 내게 그런 상자가 온다면 무슨 말을 하게 될까. 그러다 문득, 화면을 보는 내 시선이 이상해졌다. 나는 그 아이를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아이를 보는 부부를 보고 있었다. 더 정확히는, 그들에게 내 마음을 겹쳐 보고 있었다.
영화 중반, 아이가 묻는다.
"엄마는 내가 없는 편이 행복해?“
기계의 질문인지 아이의 질문인지, 영화는 일부러 그 경계를 지운다. 답은 나오지 않는다. 흔들리는 엄마의 얼굴이 답을 대신한다. 그 앞에 선 사람의 상실과 후회를 비출 뿐,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무서운 것은 아이가 아니라, 아이 앞에서 제 마음을 마주한 사람들이다. 상자 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상자가 정하지 않는다. 그 앞에 선 사람이 정한다.
《어린 왕자》에서 비행사는 양을 그리지 못해 상자 하나를 그려준다. 어린 왕자는 그 빈 상자 안에서 제가 원하는 양을 본다. 비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고레에다의 상자는 비어 있지 않다. 그 안에는 말하고 움직이는 아이가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 다른 것을 본다. 빈 상자든 찬 상자든, 결국 보는 것은 제 마음이다.
극장을 나오며 생각했다. 나도 상자 하나를 두고 산다. 누구나 그렇다. 어떤 상자는 우리를 살게 하고, 어떤 상자는 우리를 그 앞에 붙잡아 둔다.
후반부, 아이는 숲으로 간다. 버려진 휴머노이드와 상처받은 아이들이 함께 사는 곳. 부부는 그 숲 앞에서 멈춘다. 돌아서는 어머니가 말한다.
"버림받은 건 우리야.“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아이가 떠난 게 아니었다. 어른들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었다.
처음의 아이는 상자에 담겨 왔다. 마지막의 아이들은 제 발로 숲으로 걸어간다. 처음의 아이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러 왔고, 마지막의 아이들은 더 이상 누구의 빈자리도 아니다. 그 사이의 거리를 고레에다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보여준다. 보고 싶은 것을 보는 사람과, 제 길을 보는 아이를.
나는 이 영화에서 AI 아이를 보지 않았다. 그 아이 앞에서 제 마음을 들여다보던 어른들을 봤다. 그리고 끝내 그 마음을 두고 숲으로 걸어가던 아이들의 뒷모습을 봤다.
고글을 끼고 죽은 가족을 부르던 사람을, 나는 끝까지 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렸다. 그런데 이 영화는 끝까지 봤다. 무엇이 달랐을까. 고글 속에는 내가 보고 싶은 사람만 있었고, 이 영화에는 그 사람을 보는 내가 있었다.
채널을 돌리지 않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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