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스러운 예삐가 왔다.
좋은 일로 온 것은 아니다. 지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예삐는 그분이 이뻐하던 강아지다. 장례를 치르는 며칠 동안 예삐는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누군가는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고, 예삐는 이유도 모른 채 잠시 다른 집으로 왔다.
첫날 밤, 예삐는 어떻게든 내 몸 한 군데를 붙이고 자려 했다. 발끝에 닿아 있다가 다리 쪽으로 올라오고, 밀어 놓으면 또 슬금슬금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예삐는 침대 한가운데 세상 편하게 자고 있었고, 나는 알파벳 S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나는 남의 집 개 이름을 잘 바꾼다. 며칠만 같이 있으면 어느새 내가 부르는 다른 이름이 생긴다.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예삐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도 모른다. 손을 흔들고, 엄지를 세우고, 고개를 젓는다. 어느 순간 거실 한가운데서 혼자 판토마임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웃음이 났는데, 나도 사실 지금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말티즈라고 하면 작고 여린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예삐는 다르다. 어깨는 떡 벌어졌고 힘도 좋다. 귀가 들리지 않으니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모른 척 한 번 했다가 내가 움찔할 만큼 시원하게 짖어 준다.
집에는 오줌 비상령이 내려졌다. 예삐는 밖에 나가도 열 번은 싸고, 집에 들어와도 또 열 번은 싼다. '이제 끝났겠지'라는 생각은 매번 틀렸다. 결국 집 안 커튼은 모두 위로 묶였다. 누가 보면 태풍이 오는 줄 알았을 것이다.
산책을 나가면 풀을 뜯어 먹다가 앞니에 풀 한 가닥을 끼운 채 태연하게 걸어온다.
산책하고, 폭격 맞고, 씻기고, 술래잡기하고, 간식 먹이고. 그리고 잔다. 잠든 예삐 옆에 앉아
있으면 배가 천천히 오르내린다.
오늘 저녁, 나도 가야 한다.
며칠 뒤면 예삐는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분이 없는 집으로. 커튼은 제자리로 내려오고, 침대도 다시 넓어질 것이다. 그래도 한동안은 밤에 무심코 몸을 비틀게 될 것 같다.
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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