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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하루

100엔이 오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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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먼저 들린다.

 

익숙한 선율과 함께 신주쿠의 밤거리가 화면을 지나간다. 사람들이 하루를 마칠 무렵 자신의 하루는 시작된다는 마스터의 낮은 내레이션.

 

얼마 만에 듣는 목소리인가.

 

2026년 10월, 《심야식당》이 돌아왔다. 7년 만의 시즌 6이다. 누군가에게는 오랜 기다림이었겠지만, 내게는 뜻밖이었다.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철길 아래 지하도, 좁은 골목의 작은 식당.

 

그 길을 나는 걸어본 적이 있다.

 

2023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도쿄에 있었다. 신주쿠의 골든가이와 오모이데요코초를 걸었고, 그 지하도도 지났다. 어디가 어디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돌아다녔다.

 

나는 심야식당의 팬은 아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꽤 여러 이야기를 보았고, 손님들이 남기고 간 사연도 기억한다.

 

그때 내게 이 드라마는 일본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일본을 이야기하면 으레 역사가 따라온다. 하지만 내가 궁금했던 것은 한국과의 역사에 부대끼는 일본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체였다.

 

자정이 지나 문을 여는 작은 식당에는 그런 일본이 있었다. 생소한 음식과 낯선 언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 마스터는 굳이 캐묻지 않는다. 음식을 내놓고 때로는 묵묵히 이야기를 듣는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일본이 그 나라의 전부일 리 없다. 그래도 그 식당은 낯선 세계에 호기심을 갖게 했다.

 

도쿄에는 그 뒤로 다시 가지 않았다.

 

그러다 2026년, 심야식당을 보던 중 2023년의 여행 사진을 찾아보았다. 빼곡한 간판, 작은 가게들, 마스크를 쓰고 있던 나.

 

몇 장을 들여다보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왔다. 평소라면 꺼내 보지 않았을 사진을 굳이 찾아볼 정도의, 딱 그만큼의 무엇이었다.

 

마스터가 많이 늙었다.

 

2009년 첫 시즌에서 쉰여덟이었던 고바야시 가오루는 이제 일흔다섯이다. 단골손님들의 얼굴에도 주름이 깊어졌다.

 

반가웠다.

 

오래 보지 못한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달라진 얼굴을 살피다가 익숙한 표정 하나에 시선이 머물렀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그들을 다른 배우로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을 재현할 필요도, 늙은 모습을 감출 이유도 없었다. 배우들이 살아온 시간이 그대로 인물의 시간이 되었다.

 

마쓰오카 조지 감독은 그것을 오래 이어진 작품이 낳은 애수라고 표현했다.

 

첫 회에는 식당이 지나온 시간도 담겨 있다.

 

2021년,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식당. 단골들은 닫힌 가게 앞을 기웃거렸다. 그곳에는 마스터와 음식뿐 아니라 늘 앉던 자리에서 나누었던 그들 자신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다시 문이 열리자 손님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첫 회의 마지막, 마스터는 모든 메뉴의 가격을 100엔씩 올렸다.

 

배우의 주름은 그대로 두고, 메뉴판의 숫자만 고쳤다.

 

문을 닫았던 시간을 지우지 않고 달라진 세상에 맞춰 다시 손님을 맞는 식당. 그 모습에 내 사정도 겹쳤다.

 

나 역시 코로나19를 지나며 일도, 관계도, 앞으로의 계획도 달라졌다. 그렇다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과의 인연까지 새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서로 달라진 사정으로 다시 만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2023년 신주쿠에서 그 길을 직접 걸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설명하기 어렵다.

 

그때는 어디인지도 모르고 지나쳤던 길이다. 그런데 3년여가 지나 그 길이 화면에 나타났고, 나는 7년 만에 돌아온 사람들의 다음 이야기를 그들과 같은 2026년에 만나고 있다.

 

없어진 줄도 몰랐던 열쇠 하나가 새로 생긴 기분이다.

 

심야식당에는 오래된 원칙이 있다.

 

메뉴판에 없는 음식이라도 마스터가 만들 수 있다면 만들어준다.

 

카운터에는 낯익은 단골도, 처음 보는 손님도 있다. 그들 사이에 나도 자리를 잡는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바라보다 마스터에게 말을 건넨다.

 

“메뉴에는 없는데, 하나 부탁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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