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n Chao.
진한 커피와 반미샌드위치, 고수향 가득한 쌀국수
무서운 오토바이 떼의 경적 소리와 젊은이들
하루에도 몇 번씩 내리는 비와 3모작이 가능한 기후
하노이는 내가 상상한 그대로의 여름 도시였다.
머무는 5일간 2번이나 찾아간 시장 안 철판요릿집은 노부부가 운영했는데, 저녁 시간에는 아들 부부와 귀여운 손자들이 와서 일을 도왔다.
철판요리집이라고 사실 거창한 음식점이 아니라 앞에서 재료를 선택하면 바로 구워 먹는 노점 겸 술집이다. 호기롭게 주문해서 안주를 받아 드니 술은 맥주밖에 없었다. 첫 날은 파는 대로 먹었지만, 마지막날 갔을 땐 슬쩍 소주를 보여주니 먹어도 된다고 해 주셨다. 고마워서 꼬맹이 손자들에게 한국식으로 용돈도 좀 주고, 10마디쯤 아는 모든 베트남어를 동원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호안끼엠 호수 위로는 상점과 난전들이 즐비했는데 중간중간 백종원이 다녀간 맛집들과 더위를 식혀 줄 커피숍들이 있어 눈이 즐거웠다. 올드쿼터에 위치한 따히엔 거리는 인도를 따라 늘어선 수많은 바와 펍,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특히 주말에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현지 맥주와 길거리 음식은 나를 클럽 거리로 데려다주는 듯 한 경험이었다.
갑자기 내린 스콜을 맞으며 버릇처럼 숙소까지의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는데, 오랜만에 맞은 시원한 비는 마치 학생 때로 돌아간 듯 했다. 방콕에서 산 코끼리 바지의 물 빠짐은 왠지 당연하게 느껴졌다.
굵은 빗줄기의 스콜이 내리면 호텔 수영장 전체가 끓는 물이 된다. 그 냄비 속에서 수영은 ‘아 이게 사는 건가’ 싶었다. 친구들끼리 놀러 온 한국인 청년들과 일본인 가족, 아이폰을 들고 연신 잠수를 선보이던 오스트리아 소년. 특히 오스트리아 인지 오스트레일리아 인지 헷갈리는 이 소년의 생활방수 아이폰 사용은 지금도 놀랍다.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항꽌 거리는 장인과 상인들이 모여 물건을 파는 곳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거리는 덥고 습한 베트남 기후에서 필수품으로 높이 평가되었던 부채의 생산과 판매가 특화되어 베트남 선물과 장식을 구매하려는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인기 있는 곳이 되었다. 하노이 올드쿼터의 많은 거리와 마찬가지로 항꽌은 좁고 분주한 도시의 일상생활 광경, 소리,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거리 어디쯤에서 우연히 꼬불꼬불 호구와트 마법 재료를 팔 것 같은 골목을 지나니 귀여운 강아지가 앉아있는 동화 같은 커피숍이 나왔다. 주인 몰래 번을 뜯어 주니 금방 옆에 달라붙는 강아지 덕분에 더 맛있고 진했던 커피. 아마 주인과 친한 손님의 강아지로 추정된다.
하노이에 간다면 꼭 가보시라 추천하고 싶은 곳은 Vietnam Fine Arts Museum 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인 1966년에 설립된 이 박물관은 프랑스 양식의 건물에 자리 잡고 있으며 베트남의 전통 및 현대 예술 작품을 광범위하게 소장하고 있었다. 전시회는 다양한 시대와 예술적 스타일을 망라해 방문객에게 베트남의 예술사에 대한 포괄적인 개요를 제공하고 있는데 프랑스 식민지배, 독립과 분단, 베트남전쟁을 거쳐서 그런지 작품에서 전쟁의 잔혹함이 잘 드러나 절로 마음이 숙연해져 오랜 시간 머물렀다.
미술관 앞 카페에서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아르바이트생이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매우 기뻐하는 것을 경험하니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괜히 뿌듯했다.
커피가 맛있는 하노이.
스콜과 함께 젊은 여름 도시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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