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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나만의 커피 찾기

영양분이 거의 없는데도 힘이 나는 검은 음료.

커피콩의 재배와 가공부터 로스팅, 분쇄, 추출까지 한잔의 커피가 탄생하기까지는 그 맛을 좌우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나의 취향에 맞는 최적의 커피는 어떤 것일까?

 

최근 커피 전문점을 입점시킬 일이 있어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부터 지역의 유명 커피점, 수많은 프렌차이즈 저가 커피까지 행복한 커피 투어를 했다.

우리 지역의 유명하다는 바리스타 분들과 대화도 해 보니 얕고도 넓은 커피 지식이 쌓인다.

무엇보다 그 자리에서 여러 커피를 내려주시니 맛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따로 마실 때는 고소한 맛, 산미 정도만 느끼던 것이, 그 자리에서 여러잔을 두고 한 모금씩 비교를 하니 고소한 맛 사이의 그 진함과 구수함, 나무 타는 듯한 맛의 정도가 다르고, 산미도 그 향이 과일 같은지 꽃향기 같은지 차이가 느껴진다. 심지어 온도에 따라서도 맛이 조금 달라지는 게 신기하다.

 

우리나라는 커피를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다. 1인당 연 평균 커피 소비량은 512잔으로, 전 국민이 하루에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셈인데, 주변을 보면 아예 카페인을 못 마시는 사람을 빼고는 하루 한 잔이 다 무엇인가? 출근길에 에스프레소로 내린 음료 들고, 출근해서는 탕비실 캡슐커피, 중간중간 서랍 속에 모셔둔 1회용 드립백으로 카페인 충전에... 오후엔 믹스커피도 땡긴다. 그야말로 커피는 땡긴다, 땡겨.

 

어떻게 하면 그 많고도 맛있는 커피 중에서 내 입맛에 제일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을까? 제조 과정에서의 미묘한 변화 하나가 커피의 맛과 질을 확연히 달라지게 만들기 때문에, 전문 지식이 없는 나는 원하는 향미의 커피를 얻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지금도 ‘저 집 커피는 맛있어말고는 딱히 풍부한 표현을 하지 못하지만 확실히 취향이라는 것이 생겼다.

물론 또 날씨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원하는 게 달라지기도 하고, 요즘은 또 라떼도 맛있는 것이 취향이 변하기도 하니 어렵다, 어려워.

 

시작 또는 연결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커피 한잔 할까는 또 얼마나 설레는 표현인가.

여러모로 커피는 나에게 행복함을 준다.

 

아무리 좋은 재료와 정성 어린 노력으로 커피를 만들어도 맛보는 사람이 없으면 그 가치를 매길 수 없을 것이다. 커피의 음미는 작은 콩 하나가 한 잔의 커피로 탄생하기까지의 유구한 과정의 마침표를 찍는 행위다.

 

아는 만큼 맛있는 커피라고 하지만 가장 맛있는 커피는 자기 입맛에 맞는 커피다.

 

일하면서 마시는 커피는 카페인이요, 약물이지 커피가 아니다. 가짜다! 커피 마시는 동안은 일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눈이 뜨이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커피는 옳다. 특히 대화의 매개체로의 커피는 더없이 훌륭하다.

 

어느새 다시 가짜 커피. 생존 커피가 되어 버리는 오늘이지만, 그래도 함께 마시는 대상이 있으면 완성된 커피가 된다.

 

그리고 커피는 남이 내려준 게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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