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한 남자가 전쟁의 경과를 보고했다. 핵심 전략 목표가 거의 완수되었다고 했다. 해군은 소멸되었고, 미사일 생산 능력은 파괴되었으며, 곧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 직전에 그는 휴전을 거부했다. 상대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있는 중에 휴전은 하지 않는다, 는 것이 이유였다. 그 문장은 논리적으로 완결되어 있었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전쟁은 항상 설명과 함께 온다. 역사적 맥락, 안보 논리, 동맹 구조, 에너지 이권. 설명이 정교할수록 죽음은 점점 더 납득 가능한 것처럼 다루어진다. 그 납득의 과정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일이다. 작전명이 붙고, 목표가 번호를 달고, 진척률이 백분율로 환산되는 순간, 전쟁은 프로젝트가 된다. 프로젝트에는 비극이 없다. 지연과 초과 비용만 있을 뿐이다.
나는 전쟁을 겪어본 적 없다. 화면을 통해 보았고, 숫자를 통해 읽었다. 서른세 번째 날이라는 자막을 뉴스 하단에서 읽었다. 그것이 아는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보고 읽는 동안, 나와 그 장면 사이에 어떤 간격이 생겼다는 것은 알았다. 문제는 그 간격에 이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름이 붙으면 사람은 더 이상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서른두 번째 날과 서른세 번째 날 사이에 감각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이미 무언가를 증명한다.
계산으로 움직이는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충동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말이 오히려 더 서늘하다. 충동은 실수가 될 수 있지만, 계산은 의도다. 열세 명의 군인이 전사했다는 보고가 나왔을 때, 그 숫자는 작전의 비용란에 기입되었다. 한 남자가 그들의 이름을 읽은 뒤 곧바로 임무 완수를 말했다. 추모와 성과 보고가 같은 호흡 안에 있었다. 사람이 죽는 속도와 지지율이 같은 문장 안에서 다루어질 때, 언어가 먼저 부끄러워진다.
전쟁은 그 땅에만 있지 않다. 해협 하나가 막히자 주유소 가격표가 바뀌었다. 장바구니가 무거워졌다. 금리 회의실의 어조가 달라졌다. 지구 반대편 농부의 비료가 도착하지 않았다. 총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전쟁은 이미 다른 언어로 여기까지 번져 있다. 우리는 전쟁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다른 문장 안에 살고 있다. 증시가 오늘 아침 연설 직후 무너진 것은 폭격 때문이 아니다. 한 남자가 아직 끝내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말 한 마디가 숫자를 움직이고, 숫자가 삶을 움직이는 구조 안에서, 전쟁과 평화의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얇다.
승리가 아니라 소멸이 목표인 전쟁이 있다. 다시는 재건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그 목표가 공식적으로 선언되는 순간, 우리가 지금껏 '전쟁'이라 불러온 것의 정의가 바뀐다. 항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지우는 것이 완수가 되는 전쟁. 그 전쟁에는 끝이 없다. 상대가 없어져도 '없어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임무가 되기 때문이다.
학교와 병원이 무너지는 장면 앞에서 내가 처음 느낀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분노는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더 단순하고 더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왜 이것이 설명을 필요로 하는가.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것이 무너졌는데, 왜 우리는 그 이유를 들어야 납득하는가. 당연함의 목록은 소리 없이 다시 써지고 있다. 누구의 허락도 없이, 그러나 모두의 침묵 속에서.
그래서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전쟁 자체가 아니다. 오늘 아침 연설을 보며 내가 느낀 것은 분노보다 먼저 피로였다. 또 저 얘기인가, 하는 피로. 그 피로가 나를 가장 두렵게 했다. 충격이 피로로 바뀌고, 피로가 무관심으로 바뀌고, 무관심이 결국 묵인처럼 기능하는 과정.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막지 않은 일들이 그렇게 자리를 잡는다. 33일째의 전쟁이 34일째가 될 때, 우리가 잃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감각 자체를 잃는다.
납득되지 않는 것을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일. 설명이 아무리 정교해도, 완결된 논리 앞에서도, 이것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지키는 일.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가장 정직한 일이다. 아마도 유일한 일이다.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몽글몽글, 그냥 사람 얘기 (0) | 2026.03.22 |
|---|---|
| 우리는 자라지만, 달라지지는 않는다 (0) | 2026.02.26 |
| 투표장을 향하는 얼굴 (1) | 2026.02.21 |
| 태블릿 앞에 선 사장님 (0) | 2026.02.09 |
| 나의 메모리 카드 (1) | 2026.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