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n (13) 썸네일형 리스트형 금목서 일본 어느 사찰 가는 길에서 처음 만났던 금목서. 은목서도 함께 피어 있었다. 그때는 그저 지나쳤다. 내 코끝을 스친 것이 기억의 뿌리를 내릴 줄은 몰랐다. 이제 금목서는 숨은 무언가를 찾는 놀이처럼 나에게 온다. 낙엽이 떨어진 공원길, 어디쯤에선가 향기가 먼저 손을 내민다. 나는 멈춘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어린아이처럼, 보물찾기하듯. 보이지 않는 한 그루가 이토록 넓게 제 몸을 푼다는 게 신기하다. 향기는 방향을 갖지 않는다.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데 어디에나 있다. 머릿속 구겨진 생각들의 주름 사이로 스며들어 주름을 편다. 그 순간만큼은 다른 것들이 멀어진다. 가을임에도 노랗지도 빨갛지도 못한 단풍이 그냥 누런빛으로 떨어진다. 흐리고 비 오는 날들이 물들 시간을 주지 않았다. 강변도 공원도 아.. 책임 책임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하나는 나를 향한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을 향한 책임이다.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두 책임의 무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내 어깨를 짓누른다. 나를 향한 책임은 주어진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다.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 나는 벌레처럼 작아진다. 자괴감이 온몸을 감싼다. 반대로 그 구성을 다하면 비로소 인간 구실을 한 것 같은 안도가 찾아온다. 두려움이 책임감과 맞물리면 일의 시작이 망설여진다. 막상 시작하면 잘 해내지만, 그 전에 머릿속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며 에너지를 양껏 쓴다.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면 존재 자체가 무력해지는 것만 같다. 남이 책임감 없이 행동할 때는 '왜 그렇게 책임감이 없어.' 한마디 던지고 말 수 있지만, 내가 그러면 견딜 수 없.. 삼체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중국을 휩쓴 문화대혁명은 단순한 정치 운동을 넘어 한 문명의 근간을 뒤흔든 대참사였다. 마오쩌둥이 주도한 이 혁명은 '구습타파'라는 명목 하에 지식인들을 탄압하고, 수많은 서적과 문화재를 불태웠으며, 전통 문화의 맥을 끊어놓았다. 홍위병이라 불린 젊은이들은 스승을 고발하고, 이웃을 밀고했으며, 가족마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무수한 지식인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농촌으로 추방당했다. 이 10년은 중국이 근대화의 길에서 크게 뒤처지게 만든 암흑기였고, 그 상처는 오늘날까지도 중국 사회 깊숙이 남아있다. 넷플릭스 삼체는 바로 이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물리학자 예원의 아버지가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들에게 맞아 죽는 장.. 꽃무릇 공원 음지에 꽃무릇이 보인다.진한 홍색의 꽃이 9월, 추석 무렵임을 알려준다.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오고 있음을. 꽃무릇이 군집을 이루기 시작하면늘 다니던 길도 황록색 느티나무의 유혹을 받게 되고밝고 가벼운 옷들도느티나무처럼 깊은 색을 입고 싶어진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그 날도하동의 동행과 쌍계사 꽃무릇의 기약도 떠오른다. 이런 날은유지해 오던 마음의 기준이 낮아져결심과 다른 생각도 행동도 하게 된다. 이럴 때 누군가 꽃대만 올라와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무릇처럼“괜찮다”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영화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이 영화는 로알드 달의 마틸다가 아니라, 확실히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이다.내 어린 시절의 상상력이 소탈하고 모범적인 앤에게 그 이데아가 있다면, 지금 2-30대는 해리포터, 찰리의 초콜릿 공장, 포켓몬이 근원이지 않을까? 소설 마틸다에서는..부모에게 무관심을 넘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로 취급받는 마틸다는 폭력적이고 획일적인 억압을 하는 교장선생님과 어른들에게 지적호기심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용기, 몸으로 실천하는 정의감으로 대응한다.그러나 그러한 용기는 초능력과 천재성이라는 특이성에 가려져 기존의 틀을 깨려면 마치 특별하고 영웅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물론 이건 지금 어른의 눈으로 다시 읽는 마틸다이다.내가 조금 더 어렸다면 나의 환경을 깬다는 것은 초능력이.. 천박한 독재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나는 당선 사실 그 자체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며 우리나라가 여전히 후진국형 권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극의 증거라 생각했다.그렇지 않은가? 중학생 토론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RE100도 모르는 무식함과 손바닥 王 자, 틱이 의심되는 도리도리, 아침 드라마를 보는 듯한 후보 부인의 사과 영상.그래서 윤설열 개인은 비호감이지만 찍던 당 그대로, ‘이번엔 정권을 뺏길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그 청백전의 방식대로 투표하여 유권자의 주권행사방식을 고민했을 정도였다. ‘아니.. 대의까지는 아니라도 나 개인에게 분명 불이익을 줄 것 같은 사람에게 투표를 하다니... 바보 아니야?’ 하고 말이다. 처음부터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무엇을 안하겠다.’가 공.. 침팬지의 제국 인간과 유전자 차이가 단 2%라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 침팬지.영역 동물이자 사회적 무리를 만드는 정말 인간 같은 친척.“침팬지”라는 말에 “인간”을 넣어도 그대로 느껴지고 관찰되어서 놀라운 다큐멘터리 침팬지 왕국을 꼭 소개해서, 이 다큐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놀라운지를 알려 공감받고 싶은 나는 침팬지 같은 사회적 동물.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Kibale National Park)의 응고고(Ngogo) 지역 숲 속에서 집단을 형성하며 가족, 종족 간의 정치, 영역 다툼의 모습을 보여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침팬지의 제국’은 25년 동안 과학자들과 현장 조사 인력이 침팬지 무리와 함께 생활하며 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야생 침팬지 집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실화 기반 다큐멘터리이다. 다큐의.. 배운다는 건 뭘까? 니체의 ‘우상의 황혼’에서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남의 가치에 수동적 따름이 아닌 자기 삶의 주체적 주인이 되어야 하며, 기존의 틀과 권위에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고 의심하는 태도의 중요성과,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삶을 긍정하고 자신을 발견하며 성장하는 과정으로 배움을 본다. 배운다는 건 뭘까? 저마다 다른 사람이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낯설어하기도 한다. 각자에 맞는 방법과 속도를 찾아 배워 나간다. 계속 하다보면 점차 나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성장해 나간다.채인선 동화작가의 글 ‘배운다는 건 뭘까?’ 필사의 마음으로 적어본다. 배운다는 건 뭘까? 채인선 글. 윤봉선 그림 배운다는 건... 배운다는 건 뭘..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