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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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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굴 ‘오늘의 커피’가 하루의 중요 이벤트인 나는 혼자 갈 때와 둘 이상이 함께일 때의 카페를 구분하는 나는 자주 가는 카페가 생겼다. 번화가에 있어 어디로든 이동하기 좋고, 번화가에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아 북적이지 않는다. 프랜차이즈라 커피 맛이 일정하고, 프리 쿠폰까지 남은 개수를 위해 적립하고, 등급 올리는 재미도 있다. 번듯한 주차장이 있고, 노트북을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이곳에서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스크린 속에 스크린이 있는 듯한 창 밖을 바라보며 목격자의 독특한 특권을 누리기도 하고, 종종 벅차게 느껴지는 연결감을 느끼다 뜻밖에 만남에 몰입하기도 한다. 빗속에 나름의 박자, 와이퍼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차들도 다 목적이 있진 않을 거라고 위로를 해보고 꽁양꽁양 사랑 찾아가는 차들에게 ..
철도 마니아 별똥별이 떨어진다면? 그렇다, 당연히 소원을 빌어야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그 소원 빌기가 주제인 영화이다. 간절하게 빌 소원이 있는 형제와 친구들은 대단히 빠른 기차인 신칸센 열차의 개통소식과 함께 그 신칸센 열차 2대가 마주쳐 지나가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고 그 에너지가 발생하는 장소에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이들은 열차가 마주쳐 지나가는 곳, 즉 소원을 빌 장소와 시간을 알아내고 그곳에 가기 위한 여비를 마련하고 수업을 빼먹는 등 여행을 위한 제법 귀여운 계획을 세워 실천한다. 기차가 마주쳐 지나가는 곳에서 소원을 빈다고? 커다란 보름달이나 별똥별처럼 초자연적인 존재도 아니고 기차에다가? 일본 사람들은 기차..
구석기의 뇌 주말, 차박 제안에 관련된 영상을 봤다. 캠핑, 차박, 산책, 교외의 커피숍까지. 도시에서 자라서 군 생활 말고는 자연을 느낄 틈도 없었는데, 자연을 동경하고 있는 걸 인지할 때면 내 뇌가 구석기에 머물러 있음을 느낀다. 하루 종일 걷고 사냥하고 채집을 하다가 저녁이면 천연 잔디...가 아니라, 풀밭 옆 동굴 속에서 유기농을 먹으며 불멍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겠지. 불빛, SNS, 빠른 반응은커녕 하루 한마디 말도 안 하는 날도 많았겠지. 동시에 2가지 일을 처리하는 사건 따위는 평생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일. 빠르게 변하는, 정말 빠르게 변하는 요즘에 적응하지 못하면 자칫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져 다시는 못 따라가는 게 아닌지 생각될 때가 있어, 새로 나온 업무시스템도 메타버스와 소셜미디어도 새 앱..
통일 대한민국 한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고, 해양과 대륙으로의 진출 등이 유리한 전략상 교통상 요충지로 일제의 침략에 분단까지 내 뜻대로 할 수 없었던 가슴 아픈 근현대사를 가지고 있다. 내가 나고 자란 대한민국은 외세의 침략 1000여 회를 극복하면서도 나라를 지켜냈고 식민지를 겪은 나라 중 거의 유일하게 경제적 성공과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나라로 면적1,002만ha 세계107위에, 인구 5174만 세계 29위, GDP 1조 6000억달러 세계 12위, 1인당 GDP가 33.000달러 세계 33위의 국가가 되었다. (1인당 GDP가 국가 경쟁력이라고 보면 되겠다)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고, 상식도 통하지 않는. 오로지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지금의 외교를 바탕으로 한 경제 체제에..
제법 깊은 공허함 복잡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공허함 내 삶의 무언가를 잃어버렸음이 분명하다. 무언가가 없어졌다. 목표, 가치... 공허와 마주하고 짧지 않은 기싸움을 하다가 이젠 동거 중이다.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공백 속에 돌발성 난청 같은 침묵으로 남았다. 내 손에 꽉 쥐였다 아슬아슬 쥔 적이 없었던 것처럼 행여 오해라도 할까 이제야 말 하나 생각 하나도 조심히 조심히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과 싸우고 있나 가졌던 행복이 기본값이 되어 삶의 축이 흔들린다. 그래도 오는 두근거림과 공허함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공허의 원인을 찾아 진단하고 내 삶의 작은 감사함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말하고 취미를 찾아야지, 도전해야지, 최선을 다했어, 속도 차이일 뿐이였어 하며 변명 섞인 위로와 해결 방법을 찾아본다. 하지만 도돌이표처럼 ..
의식화 교육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초로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조정되면서 55만여 명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10대 유권자가 투표했지만 걱정이 많은 선거였습니다. 국가사업에 관제 데모로 이용당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6월 한 달은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리본을 달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조회 후 행진곡(군가)에 맞춰 반별로 줄 맞춰 질서 정연하게 들어갔던 전체주의 의식화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래서 공동체 정신이 남아 있는 면이 있기도 합니다. 노동계 대학생이 위장 취업 의식화 교육을 통해 노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의식화 교육은 빨갱이라 공격당하였고 의식화 교육은 빨갱이라는 공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국가는 더 조직화시키고 전체주의를 강요하면서 말이죠. 의식 없이 어떻게 살아가나요?..
고민없는 신경질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 조례를 위해 운동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때 아이들을 확실하게 관리하고 싶어 했던 나의 담임선생님은 50명 반 전체 아이들이 모두 발장난도 안치고 소리도 안 내고, 어깨선도 딱 맞을 때까지 제자리에 서서 소리 없이 아이들을 노려보며 움직이지 않으셨다. 모범생 타입이었던 나는 움직이는 아이들이 눈치채고 똑바로 줄을 서기를, 그 애들에게 말도 못하면서 속으로 구시렁구시렁 미움을 전했었다. 중학교 시절 한 달에 한 번씩 그 달 동안 교문을 통과하면서 이름표가 없으니 머리길이가 기니 하며 이름이 적힌 학생들을 운동장에 전부 모아서 단체 기합을 주며 나름 죄 사함을 주는 의식이 있었다. 사춘기가 시작되었단 나는 교복을 세탁하면서 명찰 다는 걸 깜박한 나를 원망하면서도 이게 이렇게 ..
망각 각 국가의 산업의 구조와 규모는 각기 다르다. 그러나 90년대 말 경제활동의 글로벌화가 시작되면서 국가 간 상호 의존도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내수로 국내 경제 사이클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나라들도 영구히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일본은 그들도 우리도 함께 피해를 입는 방법을 선택했다. 망조의 길을 알면서도 가는 걸까? 2차 세계대전 말미 미국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연구한 책 ‘국화와 칼’에서 한 발짝도 달라지지 않은 일본의 모습에 의구심이 든다. ‘국화와 칼’을 읽고 가장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일본의 모습은, 타인의 시선을 가르치는 엄마의 육아법이었다. 타인에게 피해가 되니 무례해서는 안된다 보다는 타인에게 무례하면 그들이 너를 이상하게 생각하니 무례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일본인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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