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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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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으로.. 남다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허락된 매일의 풍경 젖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맡으며어둡기에 더 선명해지는 불빛을 보며맑은 날의 하늘을 만지며 그대에겐 남을까무엇으로 남을까
흐름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아니 일상의 게으른 자극만으로 신경물질을 뿜어내며 시간을 보내던 나의 뇌는 어둠 속 소음이 잦아들면 조금씩 일을 했다. 다음 날, 그다음 날 리듬의 깨어짐을 알면서. 마음의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 조각의 기억들을 정리하고 최대한 심플하게 구겨진 생각들을 다림질했다. 생각 행동 마음의 다 다른 영역들타고난 기질이 각기 다르고 상황에 따라 드는 여러 욕구.자신을 표현하거나 타인과 대화할 때의 수긍. 때론 기준이 달라 옳고 그름이 없는 감정에 부끄럽거나 수치심이 들기도 한다.감정을 생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노력. 덜 화내고 오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감정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 무심코 사용하는 어휘들 그러나 결국 행동은 달라야 한다는 말들. 결국 나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사랑목 비밀의 화원.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분명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 둔. 그래서 물을 주고 봄이 오길 기다리면 드러나게 되는 비밀의 화원. 베일에 가려져 있던 화원이 10년 만에 열리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그런 화원이 나에게도 열렸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돋아나는 여린 잎들을 살피고. 숨 쉴 때마다 두리번거리면 찾게 되는 향기. 클래식한 편안함. 마법 같은 공간이 주는 행복. 두 아이가 서로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고통을 이겨내며 서로를 치유하는 비밀의 화원처럼 텅 빈 나의 공간에 용기를 내어 은행목을 들여왔다. 식물은 먹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으로 밖에 구별 못하던 나에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화분도 사고, 마사토와 분토를 절반씩 섞여 분갈이도 했다. 사실 마사토를 섞여야 한다는..
관계맺기 초등학교 시절(사실은 국민학교) 나는 제법 친구가 많은 학생이었다. 그땐 지금과 달리 한 학급에 학생이 50명 가까이 되어서 나와 성향이 맞는 친구를 찾을 경우의 수도 높았고, 공부를 잘하기만 해도 기본 존중을 받는 시절이었다. 모든 남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거나 야외에서 뛰어놀아야 “정상” 범주였고, 국민들이 다 함께 보는 드라마, 다 같이 부르는 유행가가 있어서 따로 대화의 소재를 찾는다던가 나의 특이성을 표현해야 한다던가 혹은 요즘 핫한 게 어떤 건지 알기 위해 SNS를 열심히 해야 하는 부담도 없었다. 오히려 다양한 취미나 취향, 마이너한 성향은 무시당하기 일쑤. 그저 채널 4개밖에 없는 TV에서 요즘 방송되고 있는 게 뭔지만 알고 있으면 문화적 동질성에서 뒤처지지 않았고, 같은 반이기만 하..
멈춤 인생에서 행동이, 움직임이 고스란히 결과물로 다가오는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어떻게 해석하고 움직이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내 인생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지고 통제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도 달라지겠지. 나는 술을 멈추기로 했다. 단골 이자카야에 키핑해 놓은 대병도 손님이 오지 않아 처분될 것이고, 친구가 보내 배를 타고 오고 있는 니혼슈도, 매달 한 병 프리빌리지 정기 구독 와인도 개봉하지 않고 보관되거나 지인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연말 모임에는 다양한 취객들을 실어 나르는 기사가 되겠지. 나는 기약 없이 술을 멈추기도 한다. 그저 멈추고 싶으면 어떠한 자리라도 몇 달을 마시지 않는다. 나는 나중에 이 순간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회상할 수 ..
유기불안 아이에게 부모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너 이럴 거면 먼저 집에 가. 엄마 혼자...” 마트에서 본 장면은 아이를 내다 버리겠다는 말도 아니고, 엄마가 집을 나가버리겠다는 말도 어디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는 것도 아닌, 그저 집으로 가라는 다그침이었다. 해석하자면 “말을 안듣고 걸리적거리는 너는 먼저 둥지로 가 있어라. 내가 혼자 먹이활동을 해서 들고 가겠다.” 는 효율적인 방식. 하지만 아이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아 제가 펼칠 수 있는 눈물과 신경질과 분노를 표출했다. 모든 아이들은 유기불안이 있다. 어릴 적 고모가 놀린다고 한 “너 아기때 저 다리 밑에서 주워왔잖아. 그때 고모가 씻기고 먹이고 힘들었다.” 말에 아니라고 믿으면서도 자기 전 이불 밑에서 눈물 1방울과 불..
어쩌다 어른 나는 어쩌다 어른이 되었다. 왜 어쩌다가 어른이 되었냐면, 그 누구도 어른이 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어른자리에 있다. 지금도 그렇다. 아무도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는 세상이다. 옛날. 그러니까 조선시대쯤의 옛날. 어른의 모습과 답이 정해져 있던 시절에 좀 더 어른이 되는 게 수월했을 것 같다. (삶이 수월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태어나면 노인이나 손윗형제가 나를 돌보고, 걷기 시작하면 형제와 동네 아이들을 따라다닌다. 꼴도 메고, 잡초도 뽑고 새참도 나르다가 동생도 돌본다. 자연스럽게 내가 할 일을 배우고, 마을의 손위 사람들을 보고 어른의 모습을 받아들인다. 생로병사와 삶이 집과 마을에서 이루어진다. 지금은 조금 어렵다. 출생부터가 ..
Now And Then https://www.youtube.com/watch?v=Opxhh9Oh3rg 존 레논의 미공개 곡이 2023년 11월 2일 발매되었다. ‘for paul’이라 적힌 존 레논이 남긴 테이프는 음질과 퀄리티가 보장되어 있지 않아 몇 십년간 발매되지 않았었다. AI기술이 정교해진 지금 옛 테이프에서 존 레논의 목소리를 추출해 트랙을 녹음하고 기타는 죽은 조지 해리슨의 녹음이다. 젊은 존 레논의 목소리, 조금 뒤 조지 해리슨의 기타 80대의 폴 매카트니의 베이스와 목소리, 링고 스타의 드럼이 합쳐져 발매되었다. 뮤비에선 젊은 존 레논의 모습이 잘라 붙어 있다. 폴 작곡, 존 편곡이라니. 비틀즈의 마지막 곡이라는 의미와 함께 존의 화려함과 폴의 담백함이 섞여 가장 비틀즈 다운 곡이 탄생했다. 그리고 원래 가사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