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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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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기념한다 지인 중에 젊고 이쁜 연인이 있는데 아주 시끄럽게? 내 관점에서는 아주 요란하게 기념일을 챙긴다. 기념일 하루뿐이 아니라 기념 주간. 아니 그것을 넘어 한 달 내내 달 행사를 하는 느낌인데, 알콩달콩 다투기도 하고 서로 챙기기도 하는 모습이 참 이쁘다. 추석, 개천절, 한글날... 달력을 아무리 뒤져봐도 날 위한 기념일은 없다. 이제껏 나 자신을 위해서 뭔가를 챙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자책하기 바빴지, 나에게 선물해 본 적도 없고, 무모할 정도로 아무 경험도 없었다. 단지 생각만 많았다. 두렵기도, 막막하기도 했던 어설픈 과거의 나. 그렇게 버틴 것은 나의 선택이었을까? 그냥 버텨졌던 것, 그것밖에 방법을 몰랐던 거겠지. 그리고 더 이상 이렇게 내버려..
소통의 수단인가 오해의 장벽인가... 언어 “이건 아까랑 좀 틀리네요?” 아.. 또.. 유독 다르다와 틀리다의 잘못된 사용이 귀에 거슬린다. 어릴 때부터 정확한 언어사용, 혹은 낱말의 어원, 표현이 귀에 잘 들렸다. 예를 들어 쉬운 말로 개선된 자동심장충격기의 경우도 원래 이름인 제세동기가 세동을 제거한다는 말 뜻 그대로이기 때문에 내 기억에는 더 잘 남았다. 요즘 귀에 맴도는 말은 어렵다/힘들다 공부는 확실히 힘들다. 진도는 공부를 할 수준을 맞추면 되니 어렵진 않지만 힘들다. 그러니까 힘들다가 바른 표현이 맞다. 또 생각하게 되는 표현은 “괜찮아요” 다. 스팸성 광고 전화를 받으면 “괜찮습니다”라고 거절을 하고 끊는데, 사실 ‘괜찮다’라는 말은 거절의 표현이 아닌데, 거절로 사용하니 참 어색하다. 나의 경우는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권력과 책임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스파이더맨》에서 처음 나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부 단어 등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은 성경에도 등장할 만큼 기원전부터 다양한 문학작품 및 유명인들에 의해서 널리 사용되어 온 문장이다. 이 말은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가진 사람은 그 권한의 영향력만큼 자신의 행동에 잠재적 결과를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정치 지도자와 고위 공무원은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는다. 그들은 구성원의 복지를 우선시하고 정의와 공정성의 원칙을 수호하는 결정을 내릴 책임이 있다. 미디어는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 담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책임 있는 저널리즘에는 정확한..
TV의 미래? TV를 샀다. 비싼 걸 사야 했는데, 싼 걸 사서인지 재미있는게 나오지 않는다. 채널이 3개만 있던 시절.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본방으로만 볼 수 있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오싹오싹 전설의 고향을 봤고, 주말에는 온 가족이 모여 주말의 명화를 봤다. 리모콘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은 당연하고, 온 국민이 다 보는 50% 시청률의 프로그램도 존재했다. 요즘은 OTT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언제든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어디에서든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거기에 유튜브와 각종 SNS도 한 몫 한다. 중독성 강한 짧은 영상들이 매일 올라오고 그 영상을 직접 제작, 공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편리함은 내가 직접 선택하고 구성하고픈 사람들의 자율성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높은 시청률의 TV가 옛..
도피라도 좋다. 여행. 저마다 여행을 가는 목적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누군가는 도망치듯, 누군가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환경도 다르다. 휴일을 모으고 모아가야 하는 직장인, 최저가를 미리 찾아 예약 후 일상을 지내다 떠나는 이들, 그냥 자유로운 영혼들. 내가 어릴 땐 텐트 치고 피서를 가거나 방학 때 시골의 친척집 정도는 방문해도 여행을 떠나는 집은 적었다. 최소한 내 주변은 그랬다. 그래서 내 여행의 시작은 촌스러운 수학여행이다. 교육과정으로 학교 밖 사회에 대한 경험과 관찰 차원이 목적이었겠지만 나에게 수학여행은 벚꽃이 흐드러진 나무 아래 어찌하면 불량스러운 장난질을 해볼까 하는 또래들의 추억이다. 그리고 다음 여행은 지친 일상을 달래는 휴양 패키지. 역시 여행도 경험자가 하는 거라고, 그저 일상에..
부모신화 아이에게 부모란 신과 같은 존재이다. 나를 존재하게 해 주었고, 나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존재. 일정 기간 돌봄이 필요한 어린 시절이 있는 동물은 동글동글 귀엽게 생기거나 애처로운 울음소리로 부모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했고, 어린 시절이 그 누구보다 긴 인간은 모성본능이니 가장의 책임감이니 하는 문화까지도 더해서 개체를 이어왔다. 어릴 때는 부모에 대해 한 치 의심이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다소 엄격하시다라던가, 감정적이다라는 불만은 있었지만,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해서 삶을 희생하고 있다는 명제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자기함정에 빠져서 형제들과 관심을 경쟁하며 부모님께 인정을 받으려 하고, 사랑을 받으려고 했다. 학교에서도 책과 TV에서도 내가 아프면 밤새 간호를 하는 어머니의..
내담자로서의 나 몇 가지 약을 손에 들고 앉았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스쳐간다.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 두 달 전이다.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나는 사실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건 나이에 따른 상실감이고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신적인 문제에다가 조금의 불안. 답을 알고 시작한 상담은 어쩌면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로 바뀌었다. 내가 하는 말을 다시 되돌려 줄 뿐인데, 제삼자를 통해 객관화된 워딩을 듣게 되는 소름 끼치는 경험이란. 자격증의 권위와 함께 다가오는 무거운 말들이 오래 가슴에 남는다. 진행할수록 나의 편협한 생각이 드러났다. 부끄러웠다. 발설하지 않을 전문가임을 알면서도 숨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무서워졌다. 나는 전문가와의 상담 태도에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인 태도로 ..
변했다. 사람에게 실망할 때마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래, 뭐... 사람이 기곈가? 인간 고쳐 쓰는 거 아니지...’라고 자조했다. 특히 오래된 관계에서 매번 같은 부분에 화가 나면 상대의 문제인지 나의 문제인지 둘의 케미가 문제인지 고심했다. 나만 인간관계가 어렵나? 내가 너무 기대했나? 이제 그만 손을 놓아버릴까? 그래, 인간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그랬다. 타고난 성격유형이 있다며 MBTI 검사도 한다. 심지어 나도 MBTI 성격유형의 설명이 나에게 꽤 잘 들어맞는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가끔 저 인간은 저런 유형이라서 저러니... 이제 손절이다. 라고 마음속으로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런데..... 변했다. 내가 변했다. 국수를 좋아했다. 20년 넘게 너무 좋아해서 꼭 곱빼기로 먹고도 더 먹을 수 있었다.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