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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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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남기리 주말, 빗소리 천둥소리가 대단하다. 모자를 눌러쓰고 집 앞 작은 커피숍에 커피를 사러 갔다. 콧잔등으로 살짝 떨어지는 비에, 내가 비가 맞고 싶었구나 생각이 된다. 테이블 위 갓 볶은 커피의 진향 향은 제법 시간이 걸려 나온 라떼 한 잔을 기분 좋게 기다리게 만든다. 커피를 들고 앉은 프로그램 속에도 조용하고 비가 내린다. ‘뭐라도 남기리’ 김남길, 이상윤이 바이크를 타고 이동한다. 각자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어떤 마음. 나를 찾는 과정을 잔잔하게 풀어 나간다. 내가 본 두 여행자의 여행지는 단순함의 깨닳음 땅끝. 스님과 함께 마음속 등불은 켠다 각자 답을 찾아본다. 당신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까? 만행. 다니면서 깨우치고 뉘우치는 것. 여행의 의미를 찾아 본다. 아무도 쉽게 대답할 수..
응원 돌아보니 혼자이다. 지금까지 자의적 타의적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육체와 정신이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고 그 흐름에 휩쓸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잊은 건 아닌지. 사회 관계망 속의 나는 누구일까? 당장에는 주는 사람과 뺏는 사람을 알 수 없고 언제나 걸림돌은 나 자신이었다. 쌓아 두었다고 생각했던 관계 마일리지도 없다. 조용히 내가 없어져도 하나 이상할 게 없을 것 같고, 그렇게 없어져도 나 역시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계산하지 않고 살았던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래서 철들지 않았던 것인지, 남이 바라보는 시선의 틀 안에서인지... 누군가를 대신해 아팠으면 좋겠다고 든 생각, 내가 다 잘못했다고 ..
평범한 무능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회피유형을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왜 저 자리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답답해하는데 문제는 마치 나만 답답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거다. 뿌리 깊은 부정적 관행 속에 숨는 사람들. 내가 결정하고 움직이고 책임지는게 당연한 개인사업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서인지, 원래 성격이 그래서인지 몰라도, 자격 없는 자가 자리에 앉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걸 보는 게 힘들다. 크던 작던 자리 만큼의 책임과 할 일이란 게 있는 것인데, 내가 그 책임과 할 일을 너무 엄격하게 재고 있는 건 아닌지까지 자책하게 된다. 그래 개미도 30%만 일한다던데... (그렇지만 사람이 개미도 아니고... 각 자리마다 분명 그 자리에 고용되든 선출되던 자격조건이 있었을텐데?) 그리고 그들은..
공격적 국가주의의 결정판 소분홍 얼마 전 중국 대학졸업생들이 시체처럼 축 늘어진 졸업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와... 중국 대학생이? 그 소분홍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기사였다. 과한 애국주의로 똘똘 뭉쳐져서 마치 자기나라 중국을 덕질하듯 좋아함을 표시하는 중국 N세대들의 시체졸업사진 유행은 코로나 팬더믹 2년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된 사건이다. 2016년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반중국주의인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되자 집단적으로 홈페이지에 달려가 공격성 댓글을 단 사건으로 소분홍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1989년 천안문 사태이후 위기를 느낀 중국공산당이 작정하고 애국주의교육을 실시하여 그 교육을 받고 자란 1990년대 이후 세대로 중화주의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다들 2~3년전 김치고 한복이고 뭐든지 ..
조금이라도 일굴 만한 흙이 있다면 발코니 재배상자에서라도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 나같이 벌레가 싫어 일상에 적극적으로 자연을 들이지 않는 사람도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파도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불면에 시달리면 자연을 향한 본능적 애정으로 두리번거리다 창 밖을 한참 바라본다. 영화 ‘인테스텔라’에서 블랙홀로 빠져 시공간에 갇힌 주인공의 딸 책장 뒤처럼 상상속에서만 그리던, 존재하지만 갈 수 없는 곳에 나는 와 있다. 그런 설레임 속에서 도심 속 강의 상류를 바라보았다. 아침마다 친숙하게 마주할 수 있는 햇빛처럼 그 자리에 그렇게 있었겠지만 나에겐 예술가가 그려놓은 새로운 세상 속 풍경이었다.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행복한 것이지..
나만의 커피 찾기 영양분이 거의 없는데도 힘이 나는 검은 음료. 커피콩의 재배와 가공부터 로스팅, 분쇄, 추출까지 한잔의 커피가 탄생하기까지는 그 맛을 좌우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나의 취향에 맞는 최적의 커피는 어떤 것일까? 최근 커피 전문점을 입점시킬 일이 있어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부터 지역의 유명 커피점, 수많은 프렌차이즈 저가 커피까지 행복한 커피 투어를 했다. 우리 지역의 유명하다는 바리스타 분들과 대화도 해 보니 얕고도 넓은 커피 지식이 쌓인다. 무엇보다 그 자리에서 여러 커피를 내려주시니 맛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따로 마실 때는 고소한 맛, 산미 정도만 느끼던 것이, 그 자리에서 여러잔을 두고 한 모금씩 비교를 하니 고소한 맛 사이의 그 진함과 구수함, 나무 타는 듯한 맛의 정도가 다르고, 산미도 그..
그러지는 말자 나만 먹고살 수 있다면 어떤 모욕이라도 감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먹고 사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고 또 그들은 존중하지만 분명 시대적 금도가 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간절함이 있다. 선택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단식도 그러하다. 죽음과 간절함이 공존하고 대립하는 뉴스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간절함은 옳고 그름을 떠나 상대적 약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다. 가진 자들 앞에 목숨을 내놓는다. 그러나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간절함이 경시되고 유린당하면서 인격까지 위협받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그렇게 보인다. 회피와 방조. 자신의 권리에 무감각한 사람, 나아가 이를 타인이 멋대로 휘두를 수 있게 내버려 두는 사람은 인간의 의무를 무시하거나, 경시하거나... 개인이든 아니든 권리..
말을 걸어오는 노래 음악 없는 삶이 가능할까? 우리는 카페, 식당 등 수많은 음악 속에 살아간다. 음악은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두 달이 넘는 동안 일부러 음악을 듣지 않았다. 이석증으로 귀 주변이 빙빙거려 아주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졌다. 어떤 작은 소리도 불편해서 애써 소리를 피했다. 음악을 듣지 않으니 욕심껏 구매한 종류별 이어폰도 자연방전 상태다. 일과 관련하여 연락처를 주고받은 분이 카톡 친구로 떴다. 카카오스토리에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이 뜨고, 그 분이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살짝 들여다 봤다. 어느 정도 나이가 짐작되는 노래 제목들이 보인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운전을 시작했다.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차를 멈추고 한참을 들었다.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노래가 있다.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