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_수다 (8) 썸네일형 리스트형 금목서 일본 어느 사찰 가는 길에서 처음 만났던 금목서. 은목서도 함께 피어 있었다. 그때는 그저 지나쳤다. 내 코끝을 스친 것이 기억의 뿌리를 내릴 줄은 몰랐다. 이제 금목서는 숨은 무언가를 찾는 놀이처럼 나에게 온다. 낙엽이 떨어진 공원길, 어디쯤에선가 향기가 먼저 손을 내민다. 나는 멈춘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어린아이처럼, 보물찾기하듯. 보이지 않는 한 그루가 이토록 넓게 제 몸을 푼다는 게 신기하다. 향기는 방향을 갖지 않는다.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데 어디에나 있다. 머릿속 구겨진 생각들의 주름 사이로 스며들어 주름을 편다. 그 순간만큼은 다른 것들이 멀어진다. 가을임에도 노랗지도 빨갛지도 못한 단풍이 그냥 누런빛으로 떨어진다. 흐리고 비 오는 날들이 물들 시간을 주지 않았다. 강변도 공원도 아.. 시간이 쌓이는 방식 - '은중과 상연’ 긴 연휴에 넷플릭스를 켰다. '은중과 상연'. 아역배우 연기가 좋다는 말에 시작한 몰아보기는 오래 이어졌다. 이 드라마는 1990년대 초등학교에서 만난 두 소녀가 마흔을 넘기기까지, 삼십 년의 시간을 가로지른다. 류은중과 천상연. 두 사람은 친구였다. 동경하고, 질투하고, 사랑하고, 헤어졌다. 함께 웃고 울고, 서로를 베고, 다시 만나고 헤어졌다. 사랑이 구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점이 바뀐다. 은중에서 상연으로. 화자가 바뀌면 같은 장면이 다르게 보인다. 방금 전까지 이해했다고 생각한 장면이 다른 인물의 목소리로 다시 들리면 가슴이 조여든다. 이런 기법을 쓰려면 배짱이 있어야 한다. 잘못하면 산만해지고, 자칫하면 기교만 남는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확신에 차 있다. 초반의 축은 상연 남매다. 상연.. 책임 책임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하나는 나를 향한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을 향한 책임이다.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두 책임의 무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내 어깨를 짓누른다. 나를 향한 책임은 주어진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다.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 나는 벌레처럼 작아진다. 자괴감이 온몸을 감싼다. 반대로 그 구성을 다하면 비로소 인간 구실을 한 것 같은 안도가 찾아온다. 두려움이 책임감과 맞물리면 일의 시작이 망설여진다. 막상 시작하면 잘 해내지만, 그 전에 머릿속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며 에너지를 양껏 쓴다.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면 존재 자체가 무력해지는 것만 같다. 남이 책임감 없이 행동할 때는 '왜 그렇게 책임감이 없어.' 한마디 던지고 말 수 있지만, 내가 그러면 견딜 수 없.. 몰로이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다는 느낌, 내 옆에 있어야 할 것들이 없다는 공허함.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막막함 속에서 베케트의 몰로이를 펼쳤다. 나와 같은 길 잃음 속에 있는 존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몰로이는 처음부터 자신의 위치를 모른다. 어떻게 여기 왔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머니를 찾아가는 이유조차 불분명하다. 사랑 때문인지, 의무감인지, 그도 자신이 모른다고 한다. 자전거를 잃고 다리마저 아파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되어도 계속 나아간다. 기어서라도. 2부의 모랑은 더욱 기이하다. 몰로이를 찾으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몰로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찾아 헤매면서도 그 사람이 정말 존재하는지 의심한다. 마치 내가 진짜 나라는 것을 찾고 있으면서도.. 삼체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중국을 휩쓴 문화대혁명은 단순한 정치 운동을 넘어 한 문명의 근간을 뒤흔든 대참사였다. 마오쩌둥이 주도한 이 혁명은 '구습타파'라는 명목 하에 지식인들을 탄압하고, 수많은 서적과 문화재를 불태웠으며, 전통 문화의 맥을 끊어놓았다. 홍위병이라 불린 젊은이들은 스승을 고발하고, 이웃을 밀고했으며, 가족마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무수한 지식인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농촌으로 추방당했다. 이 10년은 중국이 근대화의 길에서 크게 뒤처지게 만든 암흑기였고, 그 상처는 오늘날까지도 중국 사회 깊숙이 남아있다. 넷플릭스 삼체는 바로 이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물리학자 예원의 아버지가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들에게 맞아 죽는 장.. 꽃무릇 공원 음지에 꽃무릇이 보인다.진한 홍색의 꽃이 9월, 추석 무렵임을 알려준다.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오고 있음을. 꽃무릇이 군집을 이루기 시작하면늘 다니던 길도 황록색 느티나무의 유혹을 받게 되고밝고 가벼운 옷들도느티나무처럼 깊은 색을 입고 싶어진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그 날도하동의 동행과 쌍계사 꽃무릇의 기약도 떠오른다. 이런 날은유지해 오던 마음의 기준이 낮아져결심과 다른 생각도 행동도 하게 된다. 이럴 때 누군가 꽃대만 올라와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무릇처럼“괜찮다”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통일 대한민국 한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고, 해양과 대륙으로의 진출 등이 유리한 전략상 교통상 요충지로 일제의 침략에 분단까지 내 뜻대로 할 수 없었던 가슴 아픈 근현대사를 가지고 있다. 내가 나고 자란 대한민국은 외세의 침략 1000여 회를 극복하면서도 나라를 지켜냈고 식민지를 겪은 나라 중 거의 유일하게 경제적 성공과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나라로 면적1,002만ha 세계107위에, 인구 5174만 세계 29위, GDP 1조 6000억달러 세계 12위, 1인당 GDP가 33.000달러 세계 33위의 국가가 되었다. (1인당 GDP가 국가 경쟁력이라고 보면 되겠다)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고, 상식도 통하지 않는. 오로지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지금의 외교를 바탕으로 한 경제 체제에.. 변화, 희망... 2년 토미 더글라스 1962년 의회 연설 ‘마우스 랜드’ 기득 권혁이 사회를 지배하는 방식 합법을 가장한 선거는 왜곡, 변화를 갈망하는 세력은 매도 보편적 권력의 속성 마우스 랜드 5년 마다 선거 – 거대하고 뚱뚱한 검은 고양이 정부 생쥐들이 고양이를 통치자로 뽑는 게 이상? 우리 70년 역사 법안 1 고양이 발이 들어 살 수 있도록 쥐구멍은 커야 한다 – 고양이 한발이 다 들어감 법안 2 생쥐가 일정한 속도 이하로 달려야 한다 고통스럽고 피폐해지는 삶 – 검은 고양이 퇴출 흰 고양이 정부 탄생 – 새로운 비전(법안 변경) 법안 1 둥근 쥐구멍 대신 네모난 모양의 쥐구멍 만들어줌 – 쥐구멍 커짐 – 고양이 두발이 다 들어감 훨씬 더 피폐해지는 삶 – 흰 고양이 퇴출 – 다시 검은고양이 선출 – 다시 흰 고양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