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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신화 아이에게 부모란 신과 같은 존재이다. 나를 존재하게 해 주었고, 나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존재. 일정 기간 돌봄이 필요한 어린 시절이 있는 동물은 동글동글 귀엽게 생기거나 애처로운 울음소리로 부모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했고, 어린 시절이 그 누구보다 긴 인간은 모성본능이니 가장의 책임감이니 하는 문화까지도 더해서 개체를 이어왔다. 어릴 때는 부모에 대해 한 치 의심이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다소 엄격하시다라던가, 감정적이다라는 불만은 있었지만,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해서 삶을 희생하고 있다는 명제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자기함정에 빠져서 형제들과 관심을 경쟁하며 부모님께 인정을 받으려 하고, 사랑을 받으려고 했다. 학교에서도 책과 TV에서도 내가 아프면 밤새 간호를 하는 어머니의..
독서 -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1 독서 -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1 -동화를 꿀꺽해 버린 꿀잼 심리학 류해인 지음 우울로 하강곡선을 그리던 중 스스로를 파악하기 위해 뇌과학과 심리학책을 뒤적거렸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감정이나 상황을 ‘무엇이다’라고 이름 붙이니 객관적으로 파악되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걸 느낀다.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의 상황에 이름을 붙여서 쓴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는 그래서 부제가 동화를 꿀꺽해 버린 꿀잼 심리학이다. 신데렐라는 이렇게 왕자를 사로잡았다! - 헤일로 효과(후광효과) 누구나 알고 있는 는 사실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나 생각하면 이상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다. 한 나라의 왕자비를 뽑는데, 집안이나 그 사람의 인품, 능력도 보지 않고 귀족이고 평민이고 할 것 없이 나라 ..
내담자로서의 나 몇 가지 약을 손에 들고 앉았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스쳐간다.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 두 달 전이다.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나는 사실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건 나이에 따른 상실감이고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신적인 문제에다가 조금의 불안. 답을 알고 시작한 상담은 어쩌면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로 바뀌었다. 내가 하는 말을 다시 되돌려 줄 뿐인데, 제삼자를 통해 객관화된 워딩을 듣게 되는 소름 끼치는 경험이란. 자격증의 권위와 함께 다가오는 무거운 말들이 오래 가슴에 남는다. 진행할수록 나의 편협한 생각이 드러났다. 부끄러웠다. 발설하지 않을 전문가임을 알면서도 숨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무서워졌다. 나는 전문가와의 상담 태도에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인 태도로 ..
변했다. 사람에게 실망할 때마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래, 뭐... 사람이 기곈가? 인간 고쳐 쓰는 거 아니지...’라고 자조했다. 특히 오래된 관계에서 매번 같은 부분에 화가 나면 상대의 문제인지 나의 문제인지 둘의 케미가 문제인지 고심했다. 나만 인간관계가 어렵나? 내가 너무 기대했나? 이제 그만 손을 놓아버릴까? 그래, 인간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그랬다. 타고난 성격유형이 있다며 MBTI 검사도 한다. 심지어 나도 MBTI 성격유형의 설명이 나에게 꽤 잘 들어맞는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가끔 저 인간은 저런 유형이라서 저러니... 이제 손절이다. 라고 마음속으로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런데..... 변했다. 내가 변했다. 국수를 좋아했다. 20년 넘게 너무 좋아해서 꼭 곱빼기로 먹고도 더 먹을 수 있었다. 커..
무겁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 이후 교사를 대상으로 벌어진 갑질 사례를 조사하다가 의정부호원초등학교 교사 두 분의 사망 사건도 드러났다. 새벽에 전국의 교사들이 서이초등학교 정문 앞으로 근조화환을 보냈다. 사건 초기 서이초는 그 선생님의 담임 학년은 해당 교사 본인의 희망이었으며,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고, 마치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입장을 냈다. 그러나 사실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은 학교, 공격적인 학생이 있었고,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와 문자, 인격모독의 발언들이 있었고, 학교에서 모든 교사에게 함구를 지시했다.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기 위해 수천 명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모였다. 자는 애를 손으로 건드려 깨우면 성희롱으로 신고당..
공공성 개념 : 학제적 이해 및 현실적 쟁점 Ⅰ. 문제제기 이 논문은 ‘공공성(puclicness)개념이 지닌 해소되지 않는 모호함과 흐릿함에 대한 불만족에서 출발했다. 즉 공공성의 개념이 왜 모호하고 흐릿한지에 대해 다학제적이고 맥락적으로 분석하여 공공성의 판단의 주체로서 행정이 어떠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 논의하였다. 공공성의 개념은 왜 모호한가? 논문에서는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진단하고, 현실로의 연결을 꾀했다. 첫째 원인은 다학제적 접근의 미흡함이다. 우리가 ‘공공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해당 용어에 대한 접근방식은 행정학, 정치학, 경제학 등 분과 학문별로 같지 않다. 서로 다른 개념 정의와 문제 진단이 엇갈리는 일종의 ‘0점 조정의 부재 상황’인 것이다. 둘째 개념과 현실문제와의 연결고리에 대한 해명의 필요성이다. 정치적 슬로건..
유토피아, 상상하다. 아기가 ‘아앙’하고 운다. 머리를 감다만 엄마가 뛰어나온다. 기저귀를 갈던 아빠는 아기의 오줌을 맞는다. 새벽 울음에 일어나기를 미루는 모습에서 공감이 된다. 아기의 출산으로 엄마, 아빠가 처음인 부부. 관계자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지만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바로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 아닐까 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라고 덧붙인 이 광고는 KCC건설 스위첸 광고 ‘문명의 충돌 시즌2 - 신문명의 출현’이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명이 부딪히고 이해하는 과정들의 반복이다’라는 메시지로 많은 공감대를 얻은 이 광고는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고 부모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부부는 아이를 처음 키우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 속에 과거와는 다른 형태..
실제와 인식 속 서울공화국 “너, 거기 어디야?” “아, 나는 망원시장이야.” 한 번씩 예능프로를 보면 서울의 특정 지명을 마치 우리 동네 말하듯, 전 국민이 당연히 다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사용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지방러인 나는 불편해진다. ‘아니... 내가 사는 도시의 모든 동네 이름도 모르는데, 어떻게 서울까지..’ 예능뿐만 아니다. 시민 인터뷰에서도 서울 사람들은 “천호동에서 온 000입니다.”라고 동 이름을 말한다. 동을 말하면 서울 사람이다. 아.. 이 서울공화국. 문화와 의식까지 다 빨아먹는 서울공화국. 다산 정약용선생께서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서울 100리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영향인지 지금도 우리가 알고 있는 10대 대학은 죄다 서울에 있다. 의료도 마찬가지고 문화도 마찬가지다. 서울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