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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경북은 강원도와 붙어 있어서 그런지 은근 깊은 산과 온천이 많다. 주말에 호랑이가 나올 것 같은 깊은 산속 산장에서 하루를 묶었다. 쭉 뻣은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니 금방 시골의 이면도로가 나오고, 곧 흙길이 나왔다. 차가 올라갈 수 있나 싶을 정도의 가파른 길을 계속 올랐다. 망망대해에 점 하나 찍어 놓은 듯한 위치. 네비게이션을 믿고 계속 달렸다. 앞 뒤 사방이 다 산이다. 깊이 들어온 모양이다. 산장 앞에 주차 공간이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간헐적으로 비가 날린다. 주차를 하고, 들어가니 찻집이 있다. 아무리 봐도 차를 팔고 돈을 받을 분위기는 아니다. 산 모양 그대로 산장을 지으셨는지 산장의 집들을 연결한 길들이 가파르다. 짐을 풀고 좁은 마당으로 향했다. 마당에는 돌을 깎아 만든 바둑판과 돌 의..
가을 그리고 냉정과 열정 사이 “홀로 멀리 여행을 떠나라. 그곳에서 그리운 사람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저녁 바람의 시원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그 계절이 왔다. 이 가을이 지나간 뒤 여밀 옷가지의 걱정과 텅 비어버린 나를 마주할까. 뭔가 수확해 채워야 하는 계절. 방치하다시피 한 여름이 지나갔다. 서점의 구간을 신대륙 탐험 하듯 지나다 눈이 간다. “진실한 사랑은 변하는 게 아니다.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다면, 언젠가 꼭 만난다.” “인연이 잠시 멀어져도 긴 시간 동안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이렇게 그 사람 앞에 서게 된다.” ’냉정과 열정 사이‘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봤다. 영화를 볼 당시 나는 사랑..
참여형 회의 방식 퍼실리테이션(facilitaion) 직장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시간 중 하나가 회의라고 한다. 업무 혁신을 할 때마다 나오는 주제도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자’이다. 회의를 해야 주제가 공유되고 과정이 설명되어 일이 결정되고 실행될 것인데, 왜 회의를 싫어할까? “자, 우리는 지금부터 이달에 잡아야 할 사냥감에 대해 회의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역시 토끼가 제일 만만하겠죠? 저는 주로 올무로 잡았는데 말이죠..” 혹시 회의라는 이름의 방침, 업무전달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미 토끼를 잡기로 정해놓고, 토끼를 잡는 방법을 쥐어짠다던가, 토끼를 잡는 방식조차 정해진 상태에서 전달만 하는 답정너 회의라면 누구나 건성으로 참여하며 시간낭비라고 여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의사결정 방식은 어떤 일을 결정하는데 그..
권력과 책임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스파이더맨》에서 처음 나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부 단어 등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은 성경에도 등장할 만큼 기원전부터 다양한 문학작품 및 유명인들에 의해서 널리 사용되어 온 문장이다. 이 말은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가진 사람은 그 권한의 영향력만큼 자신의 행동에 잠재적 결과를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정치 지도자와 고위 공무원은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는다. 그들은 구성원의 복지를 우선시하고 정의와 공정성의 원칙을 수호하는 결정을 내릴 책임이 있다. 미디어는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 담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책임 있는 저널리즘에는 정확한..
독서 -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3 독서 -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3 -동화를 꿀꺽해 버린 꿀잼 심리학 류해인 지음 앞 글에 이어... 우산과 짚신장수의 어머니! 마음을 고쳐 먹으면 행복해요- 틀효과 옛날에 큰 아들은 우산장수, 작은 아들은 짚신장수라서 맑은 날은 큰아들 걱정, 비오는 날은 작은 아들이 걱정인 어머니 이야기는 모두 알 것이다. 바뀐 현실이 없는데도 마음을 고쳐 먹어서 비 오는 날은 큰 아들 생각에 기분이 좋고, 맑은 날은 작은 아들 생각에 행복해진 어머니 이야기. 우리는 저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마음의 틀’이라고 하는데, 내가 어떤 마음의 특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마음의 상태와 결심이 달라진다고 한다. 즉 어디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서 나의 행동이나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
TV의 미래? TV를 샀다. 비싼 걸 사야 했는데, 싼 걸 사서인지 재미있는게 나오지 않는다. 채널이 3개만 있던 시절.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본방으로만 볼 수 있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오싹오싹 전설의 고향을 봤고, 주말에는 온 가족이 모여 주말의 명화를 봤다. 리모콘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은 당연하고, 온 국민이 다 보는 50% 시청률의 프로그램도 존재했다. 요즘은 OTT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언제든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어디에서든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거기에 유튜브와 각종 SNS도 한 몫 한다. 중독성 강한 짧은 영상들이 매일 올라오고 그 영상을 직접 제작, 공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편리함은 내가 직접 선택하고 구성하고픈 사람들의 자율성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높은 시청률의 TV가 옛..
도피라도 좋다. 여행. 저마다 여행을 가는 목적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누군가는 도망치듯, 누군가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환경도 다르다. 휴일을 모으고 모아가야 하는 직장인, 최저가를 미리 찾아 예약 후 일상을 지내다 떠나는 이들, 그냥 자유로운 영혼들. 내가 어릴 땐 텐트 치고 피서를 가거나 방학 때 시골의 친척집 정도는 방문해도 여행을 떠나는 집은 적었다. 최소한 내 주변은 그랬다. 그래서 내 여행의 시작은 촌스러운 수학여행이다. 교육과정으로 학교 밖 사회에 대한 경험과 관찰 차원이 목적이었겠지만 나에게 수학여행은 벚꽃이 흐드러진 나무 아래 어찌하면 불량스러운 장난질을 해볼까 하는 또래들의 추억이다. 그리고 다음 여행은 지친 일상을 달래는 휴양 패키지. 역시 여행도 경험자가 하는 거라고, 그저 일상에..
독서 -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2 독서 -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2 -동화를 꿀꺽해 버린 꿀잼 심리학 류해인 지음 앞 글에 이어... 불쌍한 성냥팔이 소녀야, 여럿에게 호소하면 안 돼! - 방관자 효과 한 해가 저무는 마지막 날 성냥팔이 소녀는 얇은 옷에 신발도 못 신은 채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얼어 죽는다. 소녀의 앞치마에는 팔다 남은 성냥 다발만 있다. 사람들은 불쌍해서 눈물을 흘리고, 반성한다. 과연 어젯밤 그 성냥을 사줄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까? 소녀의 신발 없는 발을 보고 신발을 줄 수 있는 사람은? 혹시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나눠 줄 여건이 되는 사람이 1명도 없었을까? 동화 속 배경이 되는 날은 마침 한 해의 마지막 날이고,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장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