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81)
졸업, 모서리를 돌다. 험난한 여정이었다. 책과 논문을 읽고 읽어도 끝이 없어 보이는 과제, 프로젝트, 시험 사실 휴학을 전제로 한 입학이었다. 스스로 능력에의 의심. 이 학문적 추구가 현실적으로 적합한지 의심스러웠던 매 순간을 지나 쉬지 않고 3년을 다녀 드디어 졸업한다. 스스로 정해놓은 상위 퍼센트의 압박감이 힘들었고 교수님들의 학문적 요구는 내가 이전에 경험하고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높았으며 매 수업 과제 제출의 부담감과 교수님의 피드백을 바라보며 드는 스스로의 패배감도 있었다. ‘학교 가기 싫다...’ 대학원을 다니며 가장 많이 한 말은 ‘학교 가기 싫다’이다. 이 나이가 되어도 학생은 학생인지라 공부가 하기 싫어 어찌나 학교가 가기 싫던지... 퇴근 후 늦은 시간 다시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하루의 피로를 함께 매달아..
바다를 걷는다 삼척해상케이블카 강릉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삼척에 들렀다. 몇 년 전 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일바이크를 시원하게 탔던 기억으로 다시 들렀는데, 그 새 해상케이블카가 생겼다. 세상에! 시작부터 끝까지 쭉 바다 위를 달린다니 꼭 타봐야겠다. 케이블카 주차장에는 마을 어르신으로 보이는 노인 두 분이 주차 안내를 하고 계셨다. 이 폭염에 덥지도 않으신지 활짝 웃으며 맞아주신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니 색색으로 대기선이 바닥에 그려져 있다. 그 선을 따라 줄줄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갔다. 다행히 대기 줄이 그리 길지 않았다. 대기하는 곳의 풍경도 좋다. 에어컨 바람 아래 20분 정도 기다려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사방이 심지어 바닥까지 유리로 되어 있는 케이블카가 탑승객을 기다린다. ‘와.... 바다...’ 어디로 눈을..
뇌가 쉬는 곳 강릉 ‘나가자, 나가.’ 찌는 더위로 에어컨 아래 실내에만 있다가, 나의 구석기 뇌가 더 이상 견디질 못했다. 어디로? 미리 비행기 표도 숙소도 알아보지 않았다. 그럼, 내손내운. 내 손으로 내가 운전해서 간다. 강릉으로 필시 산이라 시원하리라. 안목항 커피는 향기로울 것이고, 푸른 바다는 해방감을 주겠지. 7번 국도를 타고 천천히 강릉을 향했다. 역시 동해다. 잠시 들른 망양 휴게소마저 시원하게 뻥 뚫려있다. 여기서 멈춰 하룻밤 쉬며 바다만 바라봐도 올 여름휴가는 완벽했다고 말할 듯. 긴 시간 운전으로 지친 무릎과 어깨를 살살 달래가며 안목항을 뺑뺑 돌아 주차를 했다. 강릉에 왔으니 당연히 커피콩빵과 함께 커피를 마셔줘야지. 대한민국에서는 맛없는 커피 찾기가 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일부러 골라골라 카페 블렌딩..
중립 외교 외교가에서 진부할 정도로 가장 흔하게 인용되는 격언 중 하나는 “국제 관계에서는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영원한 것은 국가 이익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정책은 크게 5단계로 변해왔다. 첫째, 1949년 중국의 사회주의 정부 수립. 둘째, 1950년 중·소 동맹에 따른 일본과의 동맹 추진 셋째, 1950년 한국전쟁 넷째, 1978년 공산당 정권을 중국 정부로 승인 후 수교 다섯째, 1991년 냉전이 끝나고 중국의 급부상으로 견제 이러한 정책 변화는 계속 한반도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일제강점기에는 미국과 중국(지금의 대만인 중화민국)은 협력관계로 일본을 견제할 수단으로 한국과 소통하기도 했고, 냉전시대에 이르러서는 지구상의 딱 절반끼리 친하게 지내면서 수교를 하였으니 대내외적..
8월15일 광복절. 광복 78주년 우리나라는 독립운동가들이 꿈꾸던 나라인가? 광복절은 대한민국이 일제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식민지를 겪은 나라 중 거의 유일하게 민주주의와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고, 우리말과 글이 있는 대한민국. 지금의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가들이 그리고 그 시대 광복을 열망하던 우리 국민들이 꿈꾸는 모습이 되었나? ‘독립 조국의 문지기가 돼 뜰을 쓸고 창을 닦아주고 싶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무력이 아닌 문화다’ 대한민국은 김구 선생이 꿈꾸던 나라가 되었나? 내가 존경하는 백범 김구 선생은 보수정당 1세대로서 진정한 보수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이다. 아마 청년 시절 참여한 동학농민운동의 영향으로 민주주의에 눈을 뜨신 것 같다. 청년 김창수(김구)는 1896년 황해도에서 일본인을 죽이고 체포된다. 재판에서 그는 국모의 원수를 갚았을 뿐이라고 소리치는데..
나만 알고 싶은 방콕의 불교사원 왓 라차낫다람 현대적인 수완나품 공항을 나오자마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의 여유로운 미소가 나를 반겼다. ’아, 역시나 전 세계인의 배낭 여행지. 휴양의 천국‘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며칠 머물다 보면 합장을 하고 허리를 굽히고 있는 나를 발견하듯 이곳 사람들은 연신 두 손을 모으고 ”싸와디캅“ 인사를 한다. 친절한 사람들. 평화, 이해, 협력을 중시 여긴다는 이곳 사람들의 겸손해 보이는 표정이 은혜롭다. 세계 곳곳에서 들어오는 여행객들을 태국은 따뜻한 미소와 수많은 방법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불교의 나라답게 여행자와 현지인이 욕심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어 항상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느껴졌고, 불안감이 없었다. 방콕의 첫날은 배고픔과 늦은 도착이다. 먹거리를 찾다가 한 선택은 그랩. 싱가포르에 기반한 차량 공유..
88올림픽 준비하나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 88올림픽 개최하나? 우린 이미 2002년 월드컵으로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시민성을 증명했다. 잼버리도 분명 세계청소년의 소통의 장으로 만들 수 있었을 거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2년 동안 스카우트 활동을 했었다. 형들의 옷에 주렁주렁 달린 견장과 뱃지, 허리춤에 찬 밧줄과 칼, 이쁘게 말아 목에 건 수건 등이 어찌나 멋있어 보였는지, 4학년이 되자마자 부모님을 졸라 스카우트에 가입했다. 척후활동이나 스카우트 정신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학교 운동장에 학생들 스스로 텐트를 치고 캠프파이어를 하고 밤을 지샌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 등으로 스스로에 대한 멋짐력 증가와 함께 뭔가 내가 더 봉사할 수 있는 리더십도 길러졌었다.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세..
비움 계절이 바뀌고 옷을 정리할 때면 버려도 버려도 버릴 옷이 꼭 나온다. 이건 2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고, 이건 이제 목이 다 늘어지고 작아졌다. 한번 산 볼펜은 끝까지 쓴다.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적고 싫증나는 법이 없다. 물건을 사기 전에는 어디에 넣을지가 먼저 고민된다. 물건이 나와 있거나, 같은 물건이 쌓여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확인하고 처리한 이메일과 문자는 삭제해야 되고, 그건 컴퓨터 바탕 화면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진 물건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뭐든 넘치는 건 부담스럽다. 심지어 인간관계까지도. 이런 내가 참 까탈스럽다고 생각되었는데, 나를 지칭하는 말을 찾았다. 미니멀리스트. 다행이다. 심지어 이제는 단순한 삶이 칭찬받기도 하고, 미니멀라이프,..